▲프랑스 최초의 지열에너지 건물 '라디오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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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가 지열 에너지를 이용해 냉난방을 해결한 최초의 시도는 아니다. 1973~74년 석유 파동 당시 파리 동쪽 외곽 지역인 발드마른(Val de Marne)에서 지하 온수가 발견되면서 프랑스 지열 에너지가 크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발드마른은 지자체 차원에서 수십 개의 지열발전소를 건설하고 난방 네트워크를 설치해 현재 세계에서 지열 발전소가 가장 많이 밀집된 지역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다가 원자력이 등장하면서 지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고 일부 기업은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7년 그르넬환경협정과 2009년 지열발전기금 창립이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에너지 자원 감소와 기후 변화라는 지구적 과제가 지열에너지를 다시 주목받게 하고 있는 중이다.
프랑스 최초의 지열 에너지 건물은 파리 16구에 위치한 라디오 프랑스(La Maison de la Radio France)다. 석유 파동이라는 발등의 불이 떨어지기 10년이나 전인 1963년,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앙리 베르나르의 결정에 따라 라디오 프랑스는 설립 초부터 재생에너지 냉난방 시스템을 갖췄다.
여러 공영 방송사와 음악 공연장, 상설 오케스트라 등이 입주한 10만m²의 거대한 공간은 지하 600m에서 끌어올린 물을 통해 쾌적한 실내 온도를 유지해 왔다. 겨울에는 스튜디오 활동에서 발생하는 열을 회수해 시스템을 백업하기도 하고, 여름에는 냉방을 위해 찬물을 순환시켜 왔다. 60여 년 동안 이 건물을 덥히고 식혀온 물은 센강으로 방류되어 바다로 흘러가며 지속적으로 순환되는 효과적 재생에너지임을 입증해 왔다.
항공 여행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지만, 파리의 두 공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 온 대표적 기관이기도 하다. 파리의 오를리 공항은 2010년부터 자체적인 지력 발전소를 갖추고 1800미터 지하의 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공급해 왔다.
현재 오를리 공항에서 사용되는 냉·난방에너지의 50%를 공급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0을 목표로 한다. 오를리 공항은 1996년부터 빗물을 모아 매년 올림픽 수영장 1.5개에 해당하는 물을 절약하고, 기내에서 사용하지 않은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등 에너지 재생과 관련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파리 북부에 있는 샤를 드골 공항도 2026년 지열을 통한 에너지 공급을 위해 공사를 하고 있다. 이 공사가 끝나면 샤를 드골 공항은 냉난방 수요의 32%를 지열로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파리 뤽상부르그 공원 옆에 자리한 상원도 2017년부터 지열 에너지를 사용하기 시작해 냉난방의 70%를 지열에 의존하고 있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도 이 대열에 합류해 2024년 가을부터 기존의 화석 연료 대신 냉난방의 87%를 지열 에너지로부터 공급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