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스크린 사용 전문가 위원회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감사를 표했다.
엑스
30년 전 스크린을 통해 누구에게나 전해지는 인터넷 정보는 인류에게 새로운 돌파구로 여겨졌지만 이젠 많은 이들이 그 폐해를 인정하고 있다. 그 위험은 특히 유아와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이다. 스크린 사용 전문가 위원회를 이끈 신경생리학자 세르반 무통은 RTL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언어 발달의 지연, 주변 환경과 부모와의 상호 작용의 부족은 스크린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가장 직접적 결과입니다. 우리는 만장일치로 3세 미만의 아이는 교육 목적이라 하더라도 스크린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아이들은 사람과 직접 상호작용을 통해 가장 잘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
6세까지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성인의 통제 하에 교육적 가치가 높은 내용만 가끔 사용해야 합니다. 스크린이 아이들의 집중력 저하와 비만, 시력 저하,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은 명백합니다."
물론 핸드폰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 아이들만은 아니다. 전 세대가 모두 같은 영향에 속해 있다. 세르반 무통은 나이에 상관없이 하루 중 스크린 시청을 금지해야 하는 특정 시간이 있으며 그때만이라도 핸드폰과 멀어질 것을 권한다.
"아침 출근 전 들여다보는 핸드폰은 하루의 집중력을 흩트릴 수 있습니다. 수면의 질과 양을 방해하므로 취침 2시간 전에도 핸드폰에서 멀어져야 합니다. 식사 시간도 스크린 시청을 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스크린 사용 전문가 위원회는 연구 조사 결과에 근거해 " 아이들의 미래와 나라의 미래를 위해" 29가지의 조치를 제안했다. 그중 핵심적인 내용은 ▲ 부인과 병동에서 휴대폰과 텔레비전 사용을 가능한 한 제한 ▲ 3세 미만 아이들이 다니는 탁아소와 보육원에서 아이들에게 컴퓨터, 텔레비전, 스마트폰 등 스크린을 보여주는 것 금지 ▲ 인터넷이 없는 휴대폰 사용은 11세부터, 인터넷이 연결된 스마트폰 사용은 13세부터, SNS 접속은 15세부터 허용 등이다.
정부가 전격 시행하고 있는 초·중학교에 대한 핸드폰 금지 조치는 보고서가 제시한 정책 대안의 실천인 셈이다. 알렉상드르 포르티에 교육부 학업성취 담당 장관은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 금지의 일반화는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가 달린 일이므로 우리에겐 "실패할 권리가 없다"고 말한다. 시행 두 달째인 10월 말 현재, 정부의 실험은 비교적 순조롭게 순항 중인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가 2025년 1월부터 전국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실시하고자 하는 핸드폰 금지는 수업 시간뿐 아니라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에도 적용되며, 아이들이 예능 수업을 받는 공공기관에도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의 의지는 야심 차 보인다. 그러나 이미 광범위하게 핸드폰에 중독된 어른들이 아이들을 중독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까? 교사와 교직원, 유치원과 탁아소의 교사, 보모들, 가정의 부모들이 모범이 되어야만 아이들도 이겨내기 힘든 중독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프랑스 혁명의 21세기 버전이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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