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09 11:26최종 업데이트 24.11.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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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생이 학교 밖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프랑스 정부가 핸드폰 중독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핸드폰 없는 학교' 만들기에 나섰다.

프랑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핸드폰으로부터 분리시키기기 위해 '디지털 쉼표'라는 조치를 통해 지난 9월 200개 중학교를 시범학교로 지정해 세 가지로 실험 중이다. 첫 번째는 핸드폰 사물함 비치, 두 번째는 핸드폰 보관통 제공, 세 번째는 적발 시 핸드폰 압수다. 이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확인된 방식이 2025년에 도입되면 전체 초·중학생들이 철저히 핸드폰과 분리된 학교생활을 하게 될 예정이다.

이미 2018년에 관련 법안이 통과되어 학교 내 핸드폰 사용이 전면 금지된 상태였으나 충분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소지할 수 있으나 수업 중에는 전원을 꺼서 가방에 넣도록 했지만, 아이들의 눈과 손은 자꾸만 가방 속 핸드폰으로 향했다.

2018년 법안 통과 전에도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실 내 핸드폰 사용을 금지해 왔다. 그러나 한층 심각하게 핸드폰과 밀착된 아이들을 떼내기 위해 법이 필요했고 그 법이 지켜지게 하기 위해 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기로 한 것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대상은 친구, 동료, 가족이었다. 당시에도 핸드폰은 있었지만 통신 수단을 대신할 뿐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이 확산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세상을 연결하는 주요 매체가 되기 시작한 2010년대부터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 처음엔 고등학생에서 시작해 지금은 전 연령층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대상이 핸드폰이 되었고 가장 어린 사용자층인 초등학생들에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지난 10월 25일 CNEW 방송에 출연한 알렉상드르 포르티에 교육부 학업성취 담당 장관은 격앙된 어조로 핸드폰과의 전쟁에 나선 이유를 역설하며 시민들도 각 가정에서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프랑스 CNEW 방송에 출연한 알렉상드르 포르티에 프랑스 교육부 학업성취 담당 장관(오른쪽)CNEWS

"학교는 핸드폰 중독된 아이들의 해독 장소"

"핸드폰으로 계산하는 아이들, 이는 교육적으로나 국민 건강 측면에서나 모두 재앙이란 사실을 국민들이 인지해야 합니다. 핸드폰을 비롯해 스크린에 하루 종일 노출된 지금의 상황은 아이들의 집중력, 이해력을 붕괴시켜 언어능력, 독해능력, 사고능력의 현저한 퇴보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는 교육적 차원의 폐해일 뿐 아니라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절반의 아이들이 핸드폰이 손에 없으면 불안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또한 핸드폰은 아이들을 고립시키고 우울증과 사이버 폭력을 조장합니다. 교사와 아이들 간에 장벽을 만들기도 합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곳이며 교사와 소통하며 배움을 쌓아가는 장소여야 합니다. 핸드폰에 중독된 아이들은 더 우울하고 덜 움직이고 덜 사고합니다. (...)

우리는 아이들에게 핸드폰은 해로운 것이라는 사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교가 핸드폰 중독에 걸린 아이들을 위한 해독의 장소가 되어야 하는 것은 이제 의무가 되었습니다."

프랑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 4월 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제출된 전문가 보고서를 근거로 한다. 정부는 교육 일선에서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자 지난 1월 신경학자, 정신의학자, 심리학자, 디지털 교육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10인의 '스크린 사용 전문가 위원회'를 발족하고 대통령이 직접 연구보고서를 주문했다.

4월 29일 스크린 사용 전문가 위원회는 엘리제궁에서 어린이, 청소년들의 스크린(핸드폰, 텔레비전, 게임기 등) 과다 노출 현황과 그것이 뇌 발달과 정신건강, 신체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 '어린이와 스크린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마크롱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3~19세의 청소년 89%가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는 2016년에 비해 12% 증가한 수치였다. 또한 7~12세 어린이 35%가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갖게 되는 평균 나이는 9살 8개월이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포함해 컴퓨터, 텔레비전, 게임기 등 스크린에 노출되는 평균 시간은 4시간 11분에 달했다. 이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증가해 7~10세는 3시간 7분, 11~14세는 4시간 48분, 15~17세는 5시간 24분을 스마트폰과 함께 보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3세 이하 아이들에게 스크린은 금지돼야"

지난 5월 1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스크린 사용 전문가 위원회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감사를 표했다.엑스

30년 전 스크린을 통해 누구에게나 전해지는 인터넷 정보는 인류에게 새로운 돌파구로 여겨졌지만 이젠 많은 이들이 그 폐해를 인정하고 있다. 그 위험은 특히 유아와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이다. 스크린 사용 전문가 위원회를 이끈 신경생리학자 세르반 무통은 RTL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언어 발달의 지연, 주변 환경과 부모와의 상호 작용의 부족은 스크린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가장 직접적 결과입니다. 우리는 만장일치로 3세 미만의 아이는 교육 목적이라 하더라도 스크린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아이들은 사람과 직접 상호작용을 통해 가장 잘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

6세까지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성인의 통제 하에 교육적 가치가 높은 내용만 가끔 사용해야 합니다. 스크린이 아이들의 집중력 저하와 비만, 시력 저하,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은 명백합니다."

물론 핸드폰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 아이들만은 아니다. 전 세대가 모두 같은 영향에 속해 있다. 세르반 무통은 나이에 상관없이 하루 중 스크린 시청을 금지해야 하는 특정 시간이 있으며 그때만이라도 핸드폰과 멀어질 것을 권한다.

"아침 출근 전 들여다보는 핸드폰은 하루의 집중력을 흩트릴 수 있습니다. 수면의 질과 양을 방해하므로 취침 2시간 전에도 핸드폰에서 멀어져야 합니다. 식사 시간도 스크린 시청을 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스크린 사용 전문가 위원회는 연구 조사 결과에 근거해 " 아이들의 미래와 나라의 미래를 위해" 29가지의 조치를 제안했다. 그중 핵심적인 내용은 ▲ 부인과 병동에서 휴대폰과 텔레비전 사용을 가능한 한 제한 ▲ 3세 미만 아이들이 다니는 탁아소와 보육원에서 아이들에게 컴퓨터, 텔레비전, 스마트폰 등 스크린을 보여주는 것 금지 ▲ 인터넷이 없는 휴대폰 사용은 11세부터, 인터넷이 연결된 스마트폰 사용은 13세부터, SNS 접속은 15세부터 허용 등이다.

정부가 전격 시행하고 있는 초·중학교에 대한 핸드폰 금지 조치는 보고서가 제시한 정책 대안의 실천인 셈이다. 알렉상드르 포르티에 교육부 학업성취 담당 장관은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 금지의 일반화는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가 달린 일이므로 우리에겐 "실패할 권리가 없다"고 말한다. 시행 두 달째인 10월 말 현재, 정부의 실험은 비교적 순조롭게 순항 중인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가 2025년 1월부터 전국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실시하고자 하는 핸드폰 금지는 수업 시간뿐 아니라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에도 적용되며, 아이들이 예능 수업을 받는 공공기관에도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의 의지는 야심 차 보인다. 그러나 이미 광범위하게 핸드폰에 중독된 어른들이 아이들을 중독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까? 교사와 교직원, 유치원과 탁아소의 교사, 보모들, 가정의 부모들이 모범이 되어야만 아이들도 이겨내기 힘든 중독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프랑스 혁명의 21세기 버전이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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