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철저 배제한 이명박 대선준비팀

초선의원 정두언, 팀장에 기용... 화합보다 효율에 '방점'

등록 2007.09.06 17:11수정 2007.09.0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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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기습 키스 받은 이명박 6일 오후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앙위 예술인특위 전국대회'에서 이명박 후보가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도중에 한 참가자가 이 후보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있다.

기습 키스 받은 이명박 6일 오후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앙위 예술인특위 전국대회'에서 이명박 후보가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도중에 한 참가자가 이 후보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있다. ⓒ 권우성


한나라당이 6일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대권 프로젝트를 뒷받침할 대선준비위원회와 대선준비팀 구성을 완료했다.

기존의 '위인설관(爲人設官)' 관행을 깨고 실무형 인선을 한 것은 호평 받을 만하지만, 당의 중진의원 및 '친박근혜' 진영이 철저히 배제된 인선에 대해서는 뒷말이 많다.

향후 대선기획단 역할을 하게 될 대선준비위원장과 대선준비팀장에는 이방호 사무총장과 정두언 의원이 각각 발탁됐다. 대선준비팀은 뉴미디어·미디어홍보·전략기획·정책·조직 등 5개 분과와 자문단으로 나뉘어지는데, 각 분과 간사와 실무진 명단은 다음과 같다.

▲ 뉴미디어 : 간사 - 진성호 전 <조선일보> 기자, 김수철 서울시의원, 김성철(전여옥 의원 보좌관)
▲ 미디어홍보 : 간사 - 지승림 알티캐스트 대표이사, 강지연 당 미디어팀 차장, 외부 전문가 1~2명.
▲ 전략기획 : 간사 - 이태규 전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이재성 당 원내대표실 팀장, 조용철 당 조직국 차장, 서지영 당 당무조정국 차장, 김장수 고려대 평화연구소 연구교수
▲ 정책 : 간사 -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구득환 당 정책국 부국장, 정재용 경선캠프 대운하추진본부 위원, 김영우 국제정책연구원 정책국장
▲ 조직 : 간사 - 정태근 서울 성북갑 당협위원장. 김용환 당 조직국 부국장, 차순오 당 원내행정국 의사팀장, 강현희 경선캠프 여성단장, 경윤호 경선캠프 인터넷단장, 윤석대 경선캠프 조직기획부본부장.
▲ 자문단 : 김도종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철영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장, 윤원중 전 의원, 이성희 전 당 사무부총장, 양희부 전 방송위원, 추부길 경선캠프 대운하추진본부 부본부장.


이 밖에 후보특보에는 이춘식 전 서울시 부시장(조직)과 백성운 전 경기부지사(행정), 신재민 전 <조선일보> 기자(메시지), 공보특보에는 이동관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박흥신 전 <경향신문> 부국장, 배용수·조해진·송태영 캠프 공보특보가 임명되는 등 이명박 캠프의 공보실 인력들이 거의 그대로 흡수됐다. 이명박 캠프의 박영준 수행단장과 권택기 기획단장, 강승규 미디어홍보단장, 김대식 대외협력단장도 후보 보좌역으로 계속 활약할 예정이다.

이번 인선은 '파격'과 '슬림화'로 특징지어진다.

대선준비위원장과 준비팀장에 재선의 사무총장(이방호)과 초선 의원(정두언)을 발탁한 것은 '중진 우대'의 오랜 전통을 가진 한나라당에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후보로 나섰던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는 3선 이상의 중진의원들이 대선기획단장을 맡았다. 97년 대선기획단장 겸 총괄본부장에는 강삼재 당시 사무총장(4선)이, 2002년 대선기획단장에는 신경식 의원(3선)이 각각 선임됐다. 기획위원에도 박관용·서청원·박희태 (이상 97년), 이재오·권철현·안택수·김문수·정형근 등 지명도 높은 의원들이 대거 포진됐다.

박형준·정두언·주호영 등 '측근 3인방' 재기용


a 정두언 의원. 정두언 의원.

정두언 의원. 정두언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러나 이명박 대선준비팀은 초선의 정두언 의원이 팀장을 맡게 되며 중진은 물론이고 초·재선 의원들이 설 자리마저 없어졌다. '친이명박' 성향의 한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중앙당에 매머드급 선거조직을 만들었더니 의원들이 후보 곁을 서로 떠나지 않아 지역의 선거운동이 안 돌아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후보가 중진 의원들에게 '지역에서 열심히 뛰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준 게 아니냐"고 풀이했다.

반면, 당내 경선에서 활약했다가 '2선 후퇴' 의사를 내비쳤던 주호영 의원(후보 비서실장)과 박형준 의원도 각각 비서실 부실장과 대변인에 중용됐다. 정두언 의원까지 포함해 측근 3인방이 이 후보의 주변에 다시 뭉친 셈이다.

경선을 위해 뛴 조직을 거의 그대로 당에 접목시킨 듯한 인선에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다. 영남의 한 중진의원은 "경선과 달리 본선은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유권자까지도 설득하는 캠페인이다. 아마추어 조직으로 재미 좀 봤다고 공조직을 무시하면 되겠냐"고 푸념했다.

대선기획단 내부에서도 의원들의 동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선기획단의 핵심 관계자는 "정당 조직이 만만한 곳이 아닌데, 후보가 현명한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 선대위를 구성할 때는 (이번과) 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2002년 대선기획단의 주류가 물러나고 비주류가 부상한 것도 2007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2002년에는 김무성 의원이 대선기획단 간사를 맡고 유승민 의원이 후보의 '막후 책사'를 맡았는데, 이들은 2007년 경선 과정에서 '친박근혜' 색깔을 드러내며 대선준비팀 인선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됐다. 반면, 2002년 대선기획단의 비주류였던 이재오 최고위원은 자신의 측근 이방호·정두언 의원을 대선조직의 전면에 세우는 데 성공했다.

이회창 후보의 경우 97년 당내 경선이 끝난 후 반대파 의원들을 대선기획단에 대거 포함시키는 등 화합의 모양새를 내려고 했지만, 이인제 의원이 탈당하는 등 '화학적 결합'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이회창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화합'보다 '효율'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법하다.

진수희 "박근혜는 전통적 보수세력... 당과 국민은 '비주류' 이명박 선택"

'친이' 성향의 차명진 의원은 "이명박 후보가 진정한 국민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화합보다는 개혁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 후보에 반대했던 사람들과 화합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당위성에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친이' 성향으로 분류되는 진수희 의원이 5일 이 후보의 경선 승리를 전통적 보수세력에 대한 비주류의 승리로 규정하는 글을 발표한 것도 당내 갈등이 한층 증폭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를 지지하는 세력은 대한민국 건국이후 근대화를 이끌어온 사람들과 그 후손들로서 전통적 보수세력을 대변한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와 이를 지지하는 세력은 근대화이후의 상대적으로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로서 보수세력 안에서도 비주류에 위치해왔다. 이번 경선에서 당과 국민은 보수세력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며 비주류세력이 지지하는 후보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중략) 보수세력의 자기 혁신능력 부족이라는 현실 앞에서 이명박 후보와 이를 지지하는 세력의 한나라당 주류 진입은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의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새롭고 강력한 힘이다."

'친박' 성향의 이규택 의원은 이에 대해 "박근혜 의원이 대표 시절에 자신의 계보를 두지도 않았고, 이재오 원내대표·이방호 정책위의장과도 손발을 맞춰 일을 잘 했다. 지금에 와서 자기들이 당내 경선에서 이겼다고 상대방을 '패배한 주류'로 비하해서야 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수희 #이규택 #정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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