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왕사신기>, 용두사미 안 만들 자신 있다"

[현장] 김종학 PD, 6일 <태왕사신기> 기자간담회 참석

등록 2007.09.07 10:04수정 2007.09.1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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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수목 드라마 <태왕사신기> 포스터.
MBC 수목 드라마 <태왕사신기> 포스터.김종학프로덕션
"완성도 면에서는 자신 있다."

<태왕사신기> 김종학 PD가 입을 열었다. 드디어 다음 주 방송을 앞두고다. 6일 오후 MBC 경영센터에서 열린 <태왕사신기>1부와 2부 일부 시사회 뒤다. 기자간담회엔 김종학 PD만 참석했다.

김종학 PD는 "왜 많은 왕 중에 광개토대왕만 영토 확장을 했나. 광개토대왕에게 어떤 부분이 있었을까. 그걸 끄집어내고 싶었다"며 시종 과거 광개토대왕 시절 찬란했던 우리 역사와 신화를 강조했다. 또 놀라운 CG가 한국 기술이라고 했다.

CG는 훌륭한데 이야기가 아쉽단 취재진의 지적에 김종학 PD는 "30년 연출하면서 내러티브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건 24분의 1인 인트로다. 지켜보면 좋겠다"고 자신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또 김종학 PD는 "최초 시도이고 열심히 노력했다고 해서 박수 받을 생각은 없다"며 "우리도 이런 거 만들어 봤으면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애국심에 호소해서 많이 봐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제작비 430억원, 배용준 출연, <모래시계>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의 다시 만남, 제작되기도 전에 일본 NHK TV와 방영 계약, 수차례 방송 연장까지. 화제에 화제를 거듭하며 궁금증만 키워온 <태왕사신기>는 다음 주 방송된다.  MBC TV 수목드라마이고 24부작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파격이다. 첫 회가 스페셜이다. 10일(월) 첫 회가 배우들 인터뷰와 제작과정만 나간다. 드라마는 그 다음날인 11일(화)부터다. 그것도 13일(목)까지 3회 연속 방송한다. 김종학 PD는 1회에 스페셜을 편성한 걸, "(드라마에 나올) 신화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종학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태왕사신기> CG는 순수 한국 기술


 <태왕사신기>를 연출한 김종학PD
<태왕사신기>를 연출한 김종학PDmbc


- 얼마나 촬영했나?
"첫 촬영은 작년 3월 제주도였다. 대본 연속성과 세트 건립 때문에 실제 촬영 기간은 많지 않다. 한달 촬영에 두 달 쉴 때도 있었다. 1977년 MBC 입사해 30년째 일하고 있다. 완벽한 사전 제작이 꿈이었는데 그 역시 마무리 안 된 20부작까지 마무리하고 4개에서 5개 촬영이 남아있다. 방송하면서 나머지를 촬영할 거다."

- 영화 <반지의 제왕>을 만든 팀과 하던 CG 작업은 어찌 됐나?
"뉴질랜드 <반지의 제왕> 팀과 협력을 가졌지만 시스템이 충돌했다. 그들은 완벽한 시나리오를 갖고 하는 시스템이고 우리는 그때 그때 촬영을 하는 후진 시스템이다. 끝까지 그분들과 같이 못했다. 초기에 같이 했다. 그것도 기술적으로 한국 팀과 제휴해서 한 거지, 우리 필름을 갖고 가서 그들이 한 건 아니었다.

그 뒤 순수 한국 기술로 여기까지 왔다. 2회도 아직 완성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방송 나간 그날까지 만지고 만지고 해야 한다. 수출을 위해서 5.1 음향 채택했고 시간 들여 했다. 최초 시도이고 열심히 노력했다고 해서 박수 받을 생각은 없다. 우리도 이런 거 만들어 봤으면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애국심 차원에서 많이 봐주시기 바란다."

- 지금까지 제작비가 얼마나 들어갔나?
"내가 회계 책임자가 아니라서 정확히 모른다. 또 아직 만드는 중이다. <디 워>도 많은 찬반양론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희도 많은 찬반양론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TV에 이런 많은 물량을 쏟아 붓는 게 소비적이지 않냐고 하지만, 누군가 돌다리를 놓으며 딛고 넘어갈 테고, 시간이 지나면 세계시장에 손색없는 작품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 1부가 설명이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어려운 거 아닌가?
"그 점이 가장 걱정이다. 사신과 환웅에서 출발해 단군에서 주몽, 광개토대왕으로 이어지는 정극으로 풀 순 있었다. 하지만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거다. 고구려 어느 벽화를 봐도 현무, 주작, 백호, 청룡 이 사신(四神)의 그림이 있다. 지금도 현존하는 그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 환웅 통해 여기까지 온 것을 분명히 알려주고 싶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무리가 따르더라도 열심히 만들었다. 10일 월요일엔 가급적 사신과 환웅관계, 사신과 광개토대왕 관계를 나름대로 설명하는 시간이다.

"대한민국 어떤 드라마보다 완성도 자신 있다"

 <태왕사신기>
<태왕사신기>김종학프로덕션


- 쥬신 얘기 많이 나오는데 쥬신에 대해 설명해 달라.
"환웅이 세상에 와서 곰족 여인과 결혼해 단군을 낳아 세운 나라가 쥬신이다. 그 당시 쥬신은 엄청난 영토를 갖고 있었다. 유라시아를 넘나들었다. 엄청난 땅 이야길 우리 조상이 갖고 있었다. 단군 이래 수백 명, 수천 명의 왕이 계셨다. 훌륭한 분이 많았지만 영토 넓히고 확장한 분은 광개토대왕이 유일하다. 그 쥬신의 의미를 새겨봤다."

- 아쉬운 점은 없나?
"좀 더 쉽게 풀 방법은 없었을까?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어렵겠단 아쉬움이 있다. CG의 발전이 드라마의 완성도라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미국, 일본, 중국의 판타지 신은 많이 봐왔다. 한국 신화에 대해 드라마로 풀어본 적은 한 번도 없잖나. 한국 신화를 풀어보고 싶었다. 환웅은 하늘에서 내려오고, 주몽은 알에서 깨어나고, 교과서나 책에서 보던 걸, 역사의 뿌리가 지금도 면면히 내려오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한 번도 손에 잡지 못한 걸 손에 쥐어주고 싶었다."

- 이 드라마에 한류를 되살리냐 마냐가 달렸다.
"완성도 면에선 대한민국 어떤 드라마보다 훌륭하다고 자신한다. 미술 측면에 백그라운드 엄청난 발전이 있다. 중요한 건 내러티브인데 한국 시청자들만을 떠나 일본,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이 이야기가 어떻게 받아들여질 건가. 그 점은 분명하게 말 못한다. <대장금>이 음식이란 매개로 전달됐다면, 우리는 판타지를 매개체로 연결시킨다. 그들에게 어찌 받아들여질지 노심초사 하는 게 하나고, 산업화 되느냐 아니냐는 어쩌면 좀…. 많은 사람 끌어 모아 더 나은 작품 나오듯이 드라마가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

- 요즘 사극들이 스펙터클 대규모로 시작하다 용두사미가 많았다. 끝까지 완성도를 유지할 건가?
"지금까지 사극이 초반에 대규모로 투자해 전반에 몰입했지만 시간이 지나가면 예산과 시간에 좇겨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걸 봐왔다. 나도 <조선왕조500년>은 그랬다. 하지만 <태왕사신기>는 그렇지 않다. 용두사미 말 안 들을 자신은 있다."

내러티브만큼 중요한 건 없다

 MBC 수목드라마 <태왕사신기>
MBC 수목드라마 <태왕사신기>김종학프로덕션

- 드라마는 얼마나 내러티브가 탄탄하냐가 관건인데, 영상 강조하다 보면 내러티브가 묻힌다. 어떤가?
"지금 본 건 24회분 중 인트로다. 영화에 인트로 있듯이 이건 인트로다. 24분에 1이라고 보면 된다. 신화 끄집어내고 앞으로 어떤 얘기 가져갈 건지 보여준 거다. 담덕이(광개토대왕) 어린 수지니를 만나면서 그 다음에 내러티브로 연결 된다. 30년 연출하면서 내러티브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영상, CG 아울러 훌륭한 얘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그 동안 <모래시계> 등을 만들면서 한 번도 영상을 앞세워 본 적은 없다. 내가 어떤 얘길 할 것인가를 중요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켜보면 좋겠다."

- 작품성과 내러티브에 완성도를 주기 위해 어떻게 했나. 두 작가, 송지나 작가와 박경수 작가는 어떻게 서로 보완 작용을 했나?
"박경수 작가는 송지나 작가와 <카이스트>를 같이 한 작가다. 내러티브에 도움을 줬다. 실질적인 건 송지나 작가가 끌고 나갔다.

왜 많은 왕 중에 광개토대왕만 영토 확장을 했나. 광개토대왕에게 어떤 부분이 있었을까. 그걸 끄집어내고 싶었다. 과연 이 시대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 걸까. 앞으로 지도자, 대통령이 될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하나? 적어도 광개토대왕이 꿈 꾸는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 대통령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처음엔 쉽게 하자. 두 번째는 만화처럼 쉽게 편히 보게 방향성을 잡았다. 시청자의 현명함을 믿고 싶다."

- 혹시 <디 워> 봤나?
"안 봤다."

- <디 워>를 800만 명이 봤다. 비교되지 않겠나? 이 <태왕사신기>도 거의 우리 기술이라니. 보통 CG가 나오는 부분을 어둡게 하는 건 CG를 가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태왕사신기> CG 나오는 부분들이 어둡다.
"어두운 건, 중국에 촬영 허가 요청을 했지만 광개토대왕이라는 걸 안 중국이 완강히 거절해서다. 그래서 키르키즈스탄에서 찍었다. 거기가 조명이 불가능하다. 말은 잘 타는데. 그래서 낮에 찍을 수밖에 없었고, 그걸 밤으로 바꾸었다. CG 커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배용준 속에 부드러운 카리스마 있다

 <태왕사신기>에서 훗날 광개토태왕이 되는 담덕.
<태왕사신기>에서 훗날 광개토태왕이 되는 담덕.김종학프로덕션


- 배용준 연기는 어땠나?
"두 가지다. 배용준은 한류 대표 주자다. 어쩌면 남아있는 한류 마지막 주자일지 모른다. 그가 해외수출에 중요한 파트너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광개토대왕이 싸움만 잘하는 사람이냐? 장비처럼 용장이냐? 아니면 유비 같은 사람이냐? 관우 같은 카리스마는 어디서 나오나? 광개토대왕은 15살에 전쟁을 시작해 20년도 안 돼 그 엄청난 영토 확장을 했다. 징키스칸 이상으로 위대한 우리나라 왕을 뭘로 설명하나? 난 그게 '부드러운 카리스마'라 생각하는 데 그걸 배용준 속에서 발견했다.

작업하면서 그 이상을 발견했다. 너무 부드러움만 있고, 멜로로 두 여자 틈바구니에서 끝나나 걱정했는데, 작업하면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를 느꼈다. 배용준은 또 많이 공부해 와서 연출자를 당황스럽게 하고 창피하게 한 적도 있다. 정복자 히틀러, 알렉산더 대왕보다 따뜻하고 카리스마 있는 동양의 왕을 만날 거라 생각한다."

- 1회 판타지엔 CG가 많다. 이후 고구려를 그릴 때도 이 정도 CG를 쓸 건가?
"그렇진 않다. 환웅이 인간과 만나는 건 판타지일 수밖에 없다. 4개 신물이 광개토대왕을 만날 때만 판타지로 CG가 나오고 나머진 내러티브가 중심이다. 마지막 24부쯤 화천회(지금의 중국)와 광개토대왕이 대결할 때 판타지가 나오게 할 생각이다.

나머지는 5, 6부쯤에 격구 시합이 벌어지는데 엄청난 장관이 펼쳐진다. 그걸 120명으로 찍어서 몇 만 명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만 평 궁궐이 십만 평처럼 보이게도 만들고, 보성 차밭에서 찍어서 그게 마치 궁궐 옆에 있는 차밭으로 보이게 한다든가 하는 데도 CG가 쓰였다."
#태왕사신기 #김종학 #배용준 #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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