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펄밭으로 변한 고마나루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병기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주시가 참여한 '금강 보 운영민관협의체'는 2018년부터 수문을 연 상태에서 문화제를 진행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그 다음해에도 같은 내용을 약속했고, 2021년에는 환경부도 "공주시가 또 백제문화제 준비를 위해 수문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하였는데, 지난 해 요청을 수용할 때도 내년에는 공주보 수문이 개방된 상태로 행사 계획을 수립하라고 했는데, 또 내려달라고 하니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처장은 "이곳은 공주시민들이 산책하면서 쉬기도 하는 휴식공간이자, 매년 물떼새들이 날아와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야생 생물의 서식 공간이기도 하다"면서 "공주시는 사람과 야생이 공존하는 터전을 망쳐놓았고, 공주보 담수를 허가한 환경부는 생태 파괴에 동조하면서 존재가치를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문 담수 전후 한 달여 기간 이곳 상황을 톺아보자면 이렇다. 백제문화제에 사용될 유등 조형물이 지난 9월 20, 21일 이틀 동안 내린 비로 인한 급물살을 버티지 못하고 휩쓸려 갔다. 행사 때 사용하려고 강을 가로질러 만들었던 부교(배다리)도 뜯겨나갔다. 세금 1억 원을 투입해 만든 다리였다.
이런 피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은 "제70회 백제문화제를 위해 공주시가 설치한 유등과 부교, 황포돛배 등이 올해도 어김없이 강우에 쓸려 내려갔다"라면서 "2022년부터 올해까지 벌써 3번째 반복되고 있다, '대백제전'으로 치러진 2023년에도 475척의 황포돛배와 160여 점의 유등을 설치했지만, 강우로 인해 대부분 유실됐다"고 성토한 바 있다.
매년 반복되는 행사 설치물 유실... 백제문화이음길 산책로도 잠겨

▲ 백제문화제 때 사용하려던 부교가 모두 떠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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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22일부터 공주보 담수가 시작됐다. 사고 현장에서 하류 200~300m 지점에 있는 '백제문화이음길' 산책로도 잠겼다. 공주시는 지난 2019년부터 총사업비 95억 원(국비47.5억 원, 시비 47.5억 원)을 들여 '백제문화이음길조성'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공주시는 65억 원(국비 26억)을 투입해 무령왕릉에서 정지산을 아우르는 약 1km의 미연결 구간에 달하는 둘레길을 조성하고 있는데, 이중 일부가 물에 잠긴 것이다.
보철거시민행동은 이 산책로가 물에 잠기기 직전인 9월 19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공주보 담수로 수위가 조금만 올라도 새로 지은 데크가 잠겨버리는데, 공주시의 공주보 담수 요청은 이중 행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침수될 것을 알면서도 데크를 만들었다면 직무 유기이고, 모르고 만들었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수문 닫고 5일 만에 녹조 창궐... 돈 받고 부교 건너게 한 공주시

▲ 2024년 9월 28일 백제문화제가 열리는 공주 공산성 앞 금강에 녹조가 창궐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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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도 발생했다. 백제문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 찾아간 신관공원 앞 금강에는 녹조가 창궐했다. 수문을 담수한 뒤 불과 5일만이다. 최근에도 일부 언론과 인사들은 4대강 보와 녹조 발생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보를 개방했을 때는 이곳에 녹조가 끼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공주시는 뜯겨나간 부교 자리에 또다시 부교를 세운 뒤 백제문화제 기간 시민들이 돈을 내고 그 다리를 건너게 했다.
이 처장은 "당시 행사장 바로 앞인 금강교 앞에서 뜬 녹조를 육안으로만 봐도 대발생 수준인 50만 셀을 넘긴 것 같다"면서 "청산가리 6600배의 독성을 가진 녹조의 마이크로시스틴은 콧속으로 들어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독인데, 버젓이 돈을 받고 시민들이 그 다리를 건너게 한 공주시는 분명 책임을 져야 한다, 당시 녹조 물을 채수하고 에어로졸 검사를 해서 연구진에 보낸 상태"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조만간 국가 명승지를 망쳐놓은 최원철 공주시장에게 시궁창 펄을 전달하면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면서 "4대강 보를 또다시 틀어막고 있는 윤석열 환경부도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원철 공주시장은 지난 10월 2일 보철거시민행동 활동가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제 임기 동안에는 백제문화제 기간에 공주보 담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공주시가 녹조 강에 띄운 황포돛배, 끔찍했다 https://omn.kr/2acck
우리가 '죽음의 백제문화제'를 멈춰야 한다고 외치는 이유 https://omn.kr/2aeri
▲ [환경새뜸] “윤석열 환경부와 공주시의 합작품”... 백제문화제 이후, 공주 고마나루 현장 취재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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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 뻘밭으로 변한 국가 명승지, 공주시가 망쳐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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