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년 토박이 이대우 씨(50)가 '가리봉동'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며 담배를 피고 있다.
손기영
이창근: "그거 들었어? 가리봉동 이름이 바뀐다던데, 아까 이 친구한테 들어서 처음 알게 됐어. 나도 동네 소식통인데, 언제 그런 계획이 나온 거래?"
이대우: "나도 그동안 잘 몰랐다가 지역신문을 통해서 며칠 전에 뒤늦게나마 알게 됐지. 솔직히 우리 동네 이름이 좀 촌스럽기는 하잖아. 오죽 코미디프로 보면 맨 날 우리 동네 이름이 나오잖아. '가리봉동의 휘발유', '가리봉의 쌍칼'…." (웃음)
이창근: "아니 이름을 바꾸려면 이곳 주민들에게 잘 설명해야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갑자기 그러면 명함이고 가게간판이고 그런 건 어떻게 되는 거야. 한숨밖에 안 나온다. 그리고 우리 동네 이름이 뭐 어때서, 가리봉에 오래 살아서 그런지 '정'이가는 이름인데."
이대우: "근데 내가 알기로는 우리 동네가 개발된다는 말이 돌던데, 그것 때문에 동네이름을 바꾸려는 게 아닐까? 워낙 동네 이미지가 좀 그러니깐, 디지털단지나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 미리 땅값 올리려는 거지 뭐. 나도 형처럼 아쉬운 마음이 들어. 자꾸 옛날 생각이 나서… 이젠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우리 동네 이름 듣기 힘들겠어.… '가리봉 블루스'는 이제 끝난 거야." (쓴웃음)
이대우씨는 씁쓸한 마음을 달래려고 가게 밖을 나와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한숨 섞인 뿌연 담배연기. 오랜만에 맑게 갠 하늘은 그의 마음을 모르는 듯 무심해 보였다.
이씨는 가리봉동의 상징 '벌집촌(이곳 사람들은 쪽방을 벌집이라고 부른다)' 가는 길을 알려줬다. 시장을 따라 10분 정도 가자 높다란 경사가 나타났다.
'월세', '하숙'을 적은 푯말들이 대문 곳곳에 붙어 있었다. 70·80년대에 지어진 낡은 건물들은 오래된 영화 속에 한 장면 같았다.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벌집'을 운영한 임근순(70)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