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기 전의 감나무. 위에 있는 까치집은 윗부분을 자르면서 함께 철거됐다
정판수
까치 울음소리로 하여 잠을 깼다. 한 달 전만 해도 매일 듣던 까치 울음소리를 요즘 잘 들을 수 없었는데 오늘(9/10) 들려온 것이다. 그런데 잠에서 아직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까치 울음소리를 떠올리다가 벌떡 일어났다.
창밖을 내다봤다. 역시 감나무였다. 그러나 그 자리가 아니었다. 늘 앉던 그 자리 대신 훨씬 아래 가지에 앉아 있었다. 하기야 다 잘리고 없는 가지에 어떻게 앉을 수 있을까. ‘달내일기(112)-드디어 감나무를 자르다’에서 이미 알린 바 있지만 십여 미터가 넘는 감나무를 자르면서 까치집도 철거했다. 그러니 저절로 아래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 장면을 찍기 위해 잠옷 차림으로 사진기를 들고 나갔다. 그러나 현관문을 여는 순간 녀석은 날아가고 말았다. 이미 나를 적으로 생각했음인가.
오늘부터 토요일까지는 직장 관계로 집안일을 할 수 없으므로 일찍 일어난 김에 뭔가 할 일을 찾다가 돌계단 올라오는 길목에 버려둔 까치집이 생각났다. 말렸다가 나중에 불쏘시개로 쓰면 그만일 것 같아 두었는데 그동안 비가 계속 오는 바람에 그냥 놓아둔 터였다.
그런데 … 까치집을 해체하다가 잠시 손을 멈추어야 했다. 둥지를 만들어놓은 가지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아서였다. 아니 그 정교함이란! 마치 목재소 같은 데서 똑같은 크기의 목재를 다듬어 늘어놓은 듯 길이와 굵기가 비슷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