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세상을 탐구하는 독서를 위한 책은 실종되고, 수많은 문제집으로 쌓인 고3 교실
김미정
경기도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 현직교사 F씨. 그는 논술수업을 맡아 어떻게 진행해야 할 지 고민하다 한 유명 사교육 논술강사의 강의도 듣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단기간에 논술을 끝낼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한번에 논술을 끝내려는 시도보다는 기본부터 차근차근 하는 것이 논술실력을 높이는 일임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사교육 시장의 논술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한 유명학원의 언어영역 관련 연구소에서 근무했던 G씨는 사교육의 논술교육은 "스타강사와 수많은 사람들의 작업이 어우러져 수업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강사의 지시아래 평가원, 대학의 기출문제, 강사가 저자로 참여했던 문제집 등을 발췌해 교재를 만든다"며 그러나 "수많은 학생이 강의에 오기 때문에 논술문 일대일지도는 할 수 없지만 첨삭 전문 요원이 따로 있어 이들이 첨삭을 지도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 현직교사는 교사연수에서 강의한 서울의 한 대학의 교수 말을 빌려 논술교육 현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각 대학 입시처장이 모인 자리에서 논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비슷한 점이 있다. 학생들의 답안이 ABCD로 나뉜다면, A를 받는 학생은 다른 점수를 뒤집을 수 있을 만큼 훌륭한 논술실력을 갖고 있지만 극히 드물고 대부분의 학생들의 점수는 B와 C를 받는다. 이 때 B냐 C냐는 글의 독창성이나 내용의 충실성보다는 맞춤법, 원고지 사용법 등 '형식'이 될 수밖에 없다. 사교육에서는 이러한 기능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학생들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려움 겪는 공교육의 논술교육이처럼 통합적 사고력, 창의력 증진 등 논술교육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공교육의 질 높은 논술교육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실제 교육현장에서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교사 및 학교차원의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었다.
그러나 논술을 교육 전체에 녹여내지 못하고 국어 등의 특정 과목만 담당한다거나, 성적에 따라 일부의 학생만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거나, 학교에서 논술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 때문에 학생들은 공교육의 논술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교육에 목을 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 논술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도의 한 현직교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열의를 가지고 논술수업을 진행하지만 그 외의 수업과 부가적인 업무 등으로 질 좋은 논술교육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논술교육에 집중할 수 없는 현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확실히 아이들의 글을 성의 있게 봐주면 봐줄수록 나아진다. 그러나 다른 업무 때문에 한 명의 교사가 100명의 학생의 글을 일일이 첨삭해 줄 수 없고 기계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논술수업과 첨삭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사교육에 비하면 수업과 다른 업무까지 해야 하는 공교육 교사는 싸구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논술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한 방법을 묻자 그는 "논술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다른 업무량을 조정하고 첨삭을 담당하는 보조교사를 두는 등의 제도적 측면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논술 노하우가 있는 교사, 입시담당 대학교수들의 강의를 듣거나 동료교사들과 논술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연수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며 "교사들도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많이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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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부는 논술열풍, 학교·교사·학생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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