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신들에 둘러싸인 아우로라'체코 브라보, 1659년경, 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Gemaldegalerie, Vienna
비엔나 미술사박물관
<비엔나 미술사박물관전> 그림 중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들이 많습니다. 그건 당시 16-17세기의 사조인 '르네상스'와 관련이 깊습니다. '르네상스(Renaissance)'라는 불어 단어는 '재생', '부흥'을 의미합니다. 정확하게 '그리스와 로마 고대문화의 부활'을 의미합니다.
중세가 끝나던 당시, 유럽 국가들은 알프스 너머에 있던 이탈리아의 문화를 만나고서 깊은 충격에 빠집니다. 당시 이탈리아는 문화 선진국에 있었던 것입니다. 박물관과도 같은 도시, 깊은 고전 연구, 위대한 예술가들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그 문화를 자기 나라에 이식하려 했던 것이 르네상스의 시발점입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 그리스 문화가 연계 발달한 것에는 연유가 있습니다. 1453년 그리스의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자 그리스의 많은 학자들이 이탈리아로 피신하여 그곳에서 그리스 고전을 가르친 것이 계기가 된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빈('비엔나'는 '빈'의 영어식 이름)에 있는 '비엔나 미술사박물관'은 이 당시(정확히는 15세기 이후)부터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 대륙 대부분의 지역을 관할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입니다. 당연히 프랑스를 제외한 전 유럽의 귀한 예술품들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거점이었던 빈에 모이게 된 것입니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헝가리 등이 신성로마제국이라는 이름 아래 지배되었고, 합스부르크 왕가가 대를 이어 황제 자리를 독차지해왔습니다. 그리고 각 지역 많은 화가들을 왕궁으로 불러 모으고 작품들을 사들입니다. 그것의 일부분들이 이번 전시회에서 전시되고 있기에, 유럽 여러 나라의 다양한 세계의 그림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았습니다. 신화의 그림이기에 나신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화가의 상상력을 통해 그리스 로마 신화는 더욱더 풍요롭게 해석됩니다. 그런 작품 중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 번째 그림의 주인공은 아우로라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 신들 사이에 근친상간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루어지는 내용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높은 곳을 달리는 자'라는 뜻을 지닌 이름인 휘페리온은 누이 테이아와 짝을 이루어 3남매를 낳습니다. '태양의 신' 헬리오스, '달의 여신' 셀레네,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그들입니다.
여기서 에오스가 바로 로마 신화의 '아우로라'에 해당합니다. 아우로라의 역할은 바로 새벽을 여는 일입니다. 아침 해가 뜰 때에 아우로라가 장밋빛 손가락으로 밤의 포장을 연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장미꽃 가득 핀 방의, 눈부시게 빛나는 방문을 활짝 열면 별들이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즉 새벽이 열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달아나는 별들 앞에는 금성이 있습니다. 아침에 보이는 별 '샛별' 말입니다. 이 별에 대해서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그림 속 장면은 바로 그렇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아우로라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사방이 어두운 것은 아우로라가 새벽의 여신이기 때문입니다.
새벽은 정말 장막과 같습니다. 그 장막이 걷히는 시간은 정말 짧기 때문입니다. 늦잠을 자곤 하는 저로서는 이 아름다운 아우로라의 모습을 보려면 단단한 결심을 하든지, 잠자리가 낯선 곳에 있든지, 북유럽에 가든지 해야 합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오로라 아시죠? 위도 60도에서 80도 사이에서 발생하는 빛의 장막 말입니다. 이 '오로라(aurora)'는 바로 17세기의 한 과학자가 이 대기현상에 '새벽의 여신' 아우로라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붙인 것입니다. 혹시나 싶어 오로라를 검색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바로 아우로라 그 여신으로 돌아가는군요. 그래서 이 두 이름은 같은 것이고, '아우로라'를 영어식으로 읽으면 '오로라'가 됩니다.
아우로라는 '전쟁의 신' 아레스를 사랑하다가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의 분노를 삽니다. 그 벌로 누구든 아우로라가 젊은이를 사랑하게 되면 그를 인간세상에서 앗아가 버렸습니다. 유부녀의 몸이었던 아프로디테는 역시 유부남이었던 아레스와 밀회를 나누다가 제우스에게 들통난 적도 있는, 애정행각이 다분한 여신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아우로라의 출현에 따라 달아나는 별들 중 하나인 금성이 아프로디테를 뜻한다는 것입니다. 아프로디테는 로마신화의 베누스에 해당하는데 그것의 영어식 이름이 비너스입니다. 비너스가 바로 금성이고요.
아프로디테가 '미의 여신'이기도 해서 붙여진 이름이긴 하지만, 새벽 시간은 아우로라가 힘을 발휘하는 때라 아프로디테도 별 수 없이 물러가는 역전 현상이 매일 일어난다고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우연하게도 아우로라는 나중에 '별이 반짝이는'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인 아스트라이오스의 아내가 되어, 바람과 별의 어머니가 됩니다. 신화는 이렇게 우리 곁에 있습니다.
주피터와 안티오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