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텃밭의 일부. 서리태, 들깨, 땅콩 등이 심어졌다.
전갑남
만물상이 차려진 우리 텃밭도 가을을 맞아 풍성하다. 추수를 앞두고 차근차근 가을걷이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부산을 떨며 가꾼 결실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여보, 주말에 편히 쉴 날이 없겠어요?"
"서리 내릴 때까지는 그래야겠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나 죽어나겠구먼!"
"그래도 거둬들이는 재미가 있지!" "누가 몰라서 그러나요?"
"가을엔 힘든 거 다 잊을 수 있는 거잖아! 뭐부터 거둬들일까?"
"고추 따고, 땅콩 캐고, 고구마 거두고…."
"차근차근 해보자구!"해가 많이 짧아졌다. 아내나 나나 낮엔 직장에서 근무를 하는지라 주말에 틈을 낼 수밖에 없다. 남들 쉴 때 쉬지 못하고, 일 속에 파묻힐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난다. 우리는 돈 만들려고 짓는 농사가 아니다. 손수 가꿔 진짜를 먹고, 남는 것은 여러 이웃과 나눠 먹는다. 가끔은 꾀가 나서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흙과 더불어 일할 때는 잡념도 사라지고 보람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실의 가을이 있지 않은가? 수확의 기쁨이 있어 힘 드는 것을 참아내는지도 모른다.
와! 이것저것 거둘 게 많네!올여름은 유별났다. 사람도 작물도 혹독한 여름을 치렀다. 긴 장마에 지치고, 찌는 더위에 많이 시달렸다. 그런 가운데서도 튼실한 결실을 안겨준 자연이 고맙고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