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엔 닿지도 않았는데 차 빌릴 생각, 한심하여라!

자동차를 두고 떠난 섬 '호도'

등록 2007.09.13 10:30수정 2007.09.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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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배에서 본 바다... 여행을 떠날 때는 늘 가슴이 설렌다.

배에서 본 바다... 여행을 떠날 때는 늘 가슴이 설렌다. ⓒ 이현숙


우리가 그토록 심한 자동차 중독이었나? 차를 주차장에 놓고 가자니 발걸음이 무거웠다. 필요한 물건과 두고 갈 물건을 챙기는 데도 설왕설래. 짐이 무거워 간단한 취사도구조차 사양. 배낭을 메고 배를 타러 가는데, 아무래도 뭔가 빠진 것 같아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녹도리에 딸린 섬 호도. 호도란 섬모양이 여우를 닮아서 붙은 이름이란다. 대천항에서 50분 거리. 변변한 정보가 없어 차에 대한 미련과 걱정이 더 많았다. 마침 지루한 가을 장마도 멈췄겠다 성묘객들로 배는 초만원. 그러나 무거운 배낭을 내려다보고 있어도 가슴은 마냥 설렌다. 바다가 있는 섬 여행인 것이다.


연신 울렁거리는 파고를 온몸으로 느끼며 섬에 닿았다. 그리고 내리자마자 차부터 알아 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NO. 여긴 차가 없단다. 그리고 차를 운행할 거리도 못 된단다. 미련을 못 버린 나의 길동무, 스쿠터라도 빌리려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하는 수 없다. 튼튼한 두 다리를 이용하는 수밖에.

a 호도 선착장 모처럼 날씨가 맑아 섬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호도 선착장 모처럼 날씨가 맑아 섬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 이현숙


동네를 지나 쭉 걸어나가자 해수욕장이 나온다. 호도 해수욕장이란다. 햇빛에 반짝이는 고운 모래는 제법 단단하다. 사람이라고는 우리 둘 뿐. 태양은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불을 뿜어댄다. 모처럼 파란 하늘도 나왔다. 파란 도화지에 하얀 크레용으로 아이들이 멋대로 장난 친 것 같은 하늘이 굉장히 멋있다.

a 호도해수욕장 규사 해수욕장으로 바다가 얕아 아이들과 놀기에도 안성맞춤...

호도해수욕장 규사 해수욕장으로 바다가 얕아 아이들과 놀기에도 안성맞춤... ⓒ 이현숙


나름대로 꾀를 내어 배낭을 내려놓았다. 사람도 없는데 누가 가져 가겠느냐며. 그리곤 걷는다. 백사장 위를. 서해안인데 물이 매우 맑다. 그리고 아주 얕다. 아이들 데리고 놀기 좋은 바다다. 해변에 게 구멍이 나 있다. 갯벌도 아닌데 게 구멍이라니? 걷다가 게를 만났다. 이 녀석 혼신을 다해 달리더니 구멍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다른 구멍에서는 게가 나오다가 내 기척에 놀라 꼼짝 않는다.

a 해변의 주인 이들도(갈매기와 게) 사람이 무서운지 나를 보자마자 줄행랑...

해변의 주인 이들도(갈매기와 게) 사람이 무서운지 나를 보자마자 줄행랑... ⓒ 이현숙


해변에는 갈매기가 웅기중기 모여 앉아 있다. 한바탕 비행을 하고 돌아와 쉬고 있는 모양이다. 사진을 찍으러 다가가니 보이지 않게 슬금슬금 걸어서 달아난다. 이것들 역시 사람이 천적인 모양. 모두 우릴 피할 생각만 한다. 서운하게. 절대 해칠 마음은 없는데. 그래도 멀리 돌아다니기로 했다. 엄연히 그들이 이 해변의 주인이니까.

a 낚시꾼과 바다 바다에 나가지 않아도 고기가 물리는지, 바닷가에 앉아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낚시꾼과 바다 바다에 나가지 않아도 고기가 물리는지, 바닷가에 앉아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 이현숙


a 호도 해수욕장 바다는 어른, 아이할 것없이 좋아한다.

호도 해수욕장 바다는 어른, 아이할 것없이 좋아한다. ⓒ 이현숙


호도해수욕장은 양쪽으로 바위더미를 갖고 있다. 오른쪽 바위로 갔다가 왼쪽 바위로 갔더니 낚시꾼이 나타났다. 여기는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낚시가 되는지 그들은 바위를 골라 앉아 낚싯대를 내린다.


해수욕장에도 사람들이 나타났다. 물 만났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좋아서 날뛰는 모습이다. 역시 바다는 누구에게나 좋은 것이구나, 하다가 섬 사람들을 생각한다.

a 까나리 액젓통 집집마다 까나리 액젓통이 늘어서 있다

까나리 액젓통 집집마다 까나리 액젓통이 늘어서 있다 ⓒ 이현숙


a 어구(漁具)  물고기를 잡는 통발과 주꾸미를 꼬여내는 소라방.

어구(漁具) 물고기를 잡는 통발과 주꾸미를 꼬여내는 소라방. ⓒ 이현숙


호도에는 60여가구에 200명 정도가 산다고 한다. 99%가 어부. 이 때문에 경작할 밭이 있어도 시간이 없어서 거의 묵힌단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넓은 공지가 보인다. 잡풀들이 수북하다. 이 뿐만 아니라 해수욕장 가는 길 빼고는 모두 풀 때문에 꼼짝을 할 수가 없다.


산너머 서쪽에 자갈마당 해수욕장이 있다기에 찾아 나섰다가 뱀을 두마리나 봤다. 길을 차지한 풀을 헤치고 겨우겨우 한 걸음씩 나아가는데 뱀 꼬리가 보였으니, 우리는 바로 뒤 돌아걸었다. 그런데 나오다가 또 뱀을 보았다. 배를 기다리면서 들은 바에 의하면 중국에서 뱀을 밀수해오던 배가 검열에 걸리게 되자 뱀을 바다에 풀어 놓았단다. 정말인지는 잘 모르지만, 듣기만 해도 으시시.

여긴 해수욕장은 있지만 잘 닦인 관광지는 아니었다. 아직 미개발지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어촌이라고는 하지만 집과 골목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집집마다 까나리 액젓 통이 늘어서 있었다. 까나리 액젓이 중요한 수입원인 셈. 학교는 청파초등학교 분교가 있고, 아이들은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외지로 나가 중학교를 다녀야 한단다.

a 어촌 풍경 바다와 어우러진 어촌 마을.

어촌 풍경 바다와 어우러진 어촌 마을. ⓒ 이현숙


점심은 민박집에 부탁하면 된다기에 알아봤지만 여의치 않아, 슈퍼에서 라면을 끓여 달라고 했다. 라면을 기다리면서 슈퍼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섬이지만 도시와 생활은 같다고 했다. 아이들을 내보내야 하는 게 어렵지만 겨울에는 마땅한 일거리가 없어 문을 닫고 아이들에게 가 살다가 돌아온다고. 한 3개월 정도.

a 방파제 배가 정박해 있고, 어구를 나르고…. 그곳은 주민들의 삶터였다

방파제 배가 정박해 있고, 어구를 나르고…. 그곳은 주민들의 삶터였다 ⓒ 이현숙


모처럼 햇빛이 강렬하던 날, 우리는 호도라는 작은 섬마을에 있었다. 바다는 아름다웠지만 바다를 보고 나오는 길에는 온통 어구들이 쌓여 있었다. 물고기를 잡는 통발과 주꾸미를 꼬여 내는 소라방 그리고 그물이었다. 우리는 어쩌다 찾아가 바다를 즐기고 오지만 그곳 주민들에게는 바다가 바로 삶터였던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호도 들어가는 배
대천항에서 오전 8시 10분과 오후 2시에 있으며 운임은 9900원입니다.

* 호도는 9월 8일 다녀왔습니다. 우리는 호도에서 오후 2시 55분 배를 타고 외연도로 갔습니다. 다음에는 외연도 여행기를 올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호도 들어가는 배
대천항에서 오전 8시 10분과 오후 2시에 있으며 운임은 9900원입니다.

* 호도는 9월 8일 다녀왔습니다. 우리는 호도에서 오후 2시 55분 배를 타고 외연도로 갔습니다. 다음에는 외연도 여행기를 올리겠습니다.
#섬여행 #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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