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애니메이션과 학생들, 수업받는 태도가 자못 진지하다.
교육희망 안옥수
요즘 잘 나가는 가수 휘성을 아는가? 환희와 박효신을 아는가? 검색엔진에 이들의 이름을 한번 넣어보면 함께 따라오는 학교 이름이 하나 있다.
바로 '아현산업정보학교'다. 음악과 노래하는 것을 너무도 좋아해서 소위 말하는 공부만 해야 하는 인문계고등학교에서는 적응이 만만치 않았던 이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새로운 삶을 경험했다.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맞는 것이다. 가수 휘성과 같은 학생들 이야기다. 어디 이같은 학생들이 휘성뿐이겠는가.
휘성은 지난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현정보학교 3학년 때 원서 살 돈이 없을 정도였어요. 대학 가봤자 등록금 버느라 더 힘들었겠죠. 공부보다 음악이 훨씬 좋기도 했고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현산업정보학교는 이렇게 오직 입시만을 향해 내달리는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희망으로 자리잡은 학교다. 인문계고 부적응 학생들, 공부가 아닌 다른 분야에 특기와 적성이 있는 학생들이 고3이 되어서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립학교다.
그런데 우리는 제2의 휘성을 어쩌면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잘 나갔던, 잘 나가던, 그리고 잘 나갈 예정인 이 학교가 폐교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학교를 직접 찾아갔다. 낡은 학교 건물에 들어가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학교 복도 바닥과 벽에는 싱싱한 식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식물원을 연상케하는 교실에 들어서니 학생들이 숯과 식물을 이용해 숯부작(숯 위에 나무나 풀을 키우는 것)을 만들고 있다.
제과제빵과에선 초콜릿케이크를 만들었단다. 한양식 조리과에서 덩치 큰 고3 남학생들이 조리대 앞에서 열심히 감자 스프를 만들고 있다. 서울 아현동 굴레방다리 옆에 있는 아현산업정보학교 오후 4시 풍경이다.
"우리 학교 조경은 모두 이 학생들이 합니다. 우리 학교는 모두 학생들에 의해서 돌아가요. 빵을 다 만들고 나면 지역 양로원에 가져다 주기도 한답니다."
디자인 모델링과 이규한 교사의 말이다.
이 학교는 1954년 개교 이래 인문계고 3학년생을 대상으로 직업교육을 하고 있는 학교다. 한양식 조리과, 실용음악과, 애니메이션과, 제과제빵과, 화훼조경과 등 14개과가 운영되는 이 학교는 올해 입학 경쟁률만도 평균 3:1을 넘었다. 올해 입학한 학생은 810명.
학생들은 월요일은 자신이 다니던 인문계고에 가고 나머지 요일은 이 곳에서 직업교육을 받는다. 이와 같은 학교는 서울에 3개, 전국에는 6개가 있다. 아현산업정보학교 구성원들은 전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학교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실제로 이 학교는 2005년과 2006년도에는 교육부 시범학교였으며, 올해는 교육청 연구학교로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마른 하늘의 날벼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