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휘성' '환희' 이젠 볼 수 없는 건가

[심층취재] 폐교위기 아현산업정보학교... "더 늘려야 할 판에"

등록 2007.09.13 09:31수정 2007.09.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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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공고 폐교 위기는 '초등학교를 세워달라'는 남산타운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발단이다. 이 민원은 2004년 10월 5일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때 동호공고 폐교 논의가 처음 시작된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오직 '동호공고 폐교 아현산업정보학교 폐교, (가칭)서울방송문화고등학교 신설'만을 고집하고 있다."-<오마이뉴스> 9월 5일

제2의 휘성을 기대하지 마라?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과 학생들, 수업받는 태도가 자못 진지하다.
애니메이션애니메이션과 학생들, 수업받는 태도가 자못 진지하다.교육희망 안옥수
요즘 잘 나가는 가수 휘성을 아는가? 환희와 박효신을 아는가? 검색엔진에 이들의 이름을 한번 넣어보면 함께 따라오는 학교 이름이 하나 있다.

바로 '아현산업정보학교'다. 음악과 노래하는 것을 너무도 좋아해서 소위 말하는 공부만 해야 하는 인문계고등학교에서는 적응이 만만치 않았던 이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새로운 삶을 경험했다.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맞는 것이다. 가수 휘성과 같은 학생들 이야기다. 어디 이같은 학생들이 휘성뿐이겠는가.

휘성은 지난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현정보학교 3학년 때 원서 살 돈이 없을 정도였어요. 대학 가봤자 등록금 버느라 더 힘들었겠죠. 공부보다 음악이 훨씬 좋기도 했고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현산업정보학교는 이렇게 오직 입시만을 향해 내달리는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희망으로 자리잡은 학교다. 인문계고 부적응 학생들, 공부가 아닌 다른 분야에 특기와 적성이 있는 학생들이 고3이 되어서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립학교다.


그런데 우리는 제2의 휘성을 어쩌면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잘 나갔던, 잘 나가던, 그리고 잘 나갈 예정인 이 학교가 폐교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학교를 직접 찾아갔다. 낡은 학교 건물에 들어가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학교 복도 바닥과 벽에는 싱싱한 식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식물원을 연상케하는 교실에 들어서니 학생들이 숯과 식물을 이용해 숯부작(숯 위에 나무나 풀을 키우는 것)을 만들고 있다.


제과제빵과에선 초콜릿케이크를 만들었단다. 한양식 조리과에서 덩치 큰 고3 남학생들이 조리대 앞에서 열심히 감자 스프를 만들고 있다. 서울 아현동 굴레방다리 옆에 있는 아현산업정보학교 오후 4시 풍경이다.

"우리 학교 조경은 모두 이 학생들이 합니다. 우리 학교는 모두 학생들에 의해서 돌아가요. 빵을 다 만들고 나면 지역 양로원에 가져다 주기도 한답니다."

디자인 모델링과 이규한 교사의 말이다.

이 학교는 1954년 개교 이래 인문계고 3학년생을 대상으로 직업교육을 하고 있는 학교다. 한양식 조리과, 실용음악과, 애니메이션과, 제과제빵과, 화훼조경과 등 14개과가 운영되는 이 학교는 올해 입학 경쟁률만도 평균 3:1을 넘었다. 올해 입학한 학생은 810명.

학생들은 월요일은 자신이 다니던 인문계고에 가고 나머지 요일은 이 곳에서 직업교육을 받는다. 이와 같은 학교는 서울에 3개, 전국에는 6개가 있다. 아현산업정보학교 구성원들은 전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학교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실제로 이 학교는 2005년과 2006년도에는 교육부 시범학교였으며, 올해는 교육청 연구학교로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마른 하늘의 날벼락

화훼조경과 숯에 식물을 붙여 잘 자랄 수 있게 만드는 게 숯부작이란다. 열심히 그것을 만들고 있는 화훼조경과 학생들의 모습이다.
화훼조경과숯에 식물을 붙여 잘 자랄 수 있게 만드는 게 숯부작이란다. 열심히 그것을 만들고 있는 화훼조경과 학생들의 모습이다. 교육희망 안옥수
학교가 갑자기 폐교 위기에 처하자 이규한 교사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라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이 같은 사실을 8월 21일 개학한 후에야 접했다.

실용음악과 영상 등 인기있는 과를 더 특성화시켜 급수를 늘리고 더 많은 고3학생들을 교육시켜 변화발전을 거듭하려했던 학교 구성원들의 의지가 근 4개월만에 '동호공고 폐지, 아현산업학교 폐지, 방송문화고 신설'이라는 행정예고로 둔갑한 것이다.

2010년 신설이 행정예고된 방송문화고는 중 3학생을 대상으로 뽑는 특성화고이다. 인문계고 부적응 학생들이 3학년이 되어 자신의 적성을 찾아 직업교육을 받는 아현직업학교의 성격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별개의 사안이었으나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공정택)의 계획성없는 행정으로 인해 동호공고 사안과 합쳐지면서 반세기 넘도록 서울지역 인문계고생들에게 직업교육을 해왔던 학교가 갑자기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교육부 시범학교였던 학교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는데도, 지난 7일 확인 결과 교육부 과학산업교육정책과 관계자도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이 관계자는 "각 시도교육청으로 이양되다 보니 폐교와 관련해서는 이미 결과가 나온 다음에 보고가 되는 체계여서 간섭할 수도 없다"면서 "관련자료를 요청한 후 충분한 의견조율은 했는지 등을 파악하고 서울시교육청과 협의를 해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직업교육활성화차원에서 폐교는 성급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같은 날, 서울시교육청 직업교육진로과 한 관계자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며 관련 사안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아현산업학교 이규한 교사는 말한다. "이런 직업학교는 더 늘려야 합니다. 한해 이 학교를 지원해 떨어지는 2천명의 인문계고 학생이 다닐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인문계고 교사들 또한  "인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수업시간에 자고 있는 학생이 직업학교에서 자기의 적성을 찾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보면 기쁘다"라고 말한다.

"직업학교는 더 늘려야 해요, 폐교가 웬 말"

교육희망 안옥수

"이 학교에 와서는 공부에 취미가 없었던 저도 결석이나 지각을 안합니다. 저는 이 학교에서 꿈과 희망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학교가 없어지면 제 꿈과 희망도 잃습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줘야 할 어른들이 학교를 없앤다면 자라나는 새싹들이 없어집니다."

요리기구를 든 채 열심히 폐교 반대 입장을 말하는 요리사가 꿈인 한 학생의 말이다. 서울시교육위에서 폐교가 결정되면 이 학교는 바로 건물이 헐린다. 교육을 받아오던 810명의 학생들은 학원이나 다른 직업교육기관으로 가야 한다.

"저희와 같은 아이들이 많아요. 후배들도 이 곳에서 자기 적성에 맞는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폐교가 아니라 더 많이 늘려주세요."

재학생들이 입을 모아 외친다. 실제로 자신이 다니는 모교에 월요일날 가면 친구들은 직업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부러워 한다고 한다. 자신이 지원했다가 떨어진 학교이기도 하고 매일 학교만 오면 지루해하던 친구가 생기가 돌아서 자신들의 눈앞에 나타나니 놀라운 일이기도 해서다.

교육위원회로 넘어간 공 3개

서울시교육청은 이 모든 것을 서울시교육위원회에 넘겼다. 폐교를 가결하든, 부결하든 모든 결과에 대한 부담을 교육위원회에 준 것이다. 공이든 욕이든 환호든 지탄이든 모두 교육위원회에서 받게 될 예정이다. 인터넷과 해당학교에서 반대의사가 물밀듯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위원회가 서울시교육청의 총알받이가 된 것이다.

교육희망 안옥수


현재 아현산업학교 폐교 사안은 동호공고 폐교와 함께 한 안건으로 교육위원회에 상정됐다. 특성화고로 지정되어 잘 운영되던 학교가 주민들 민원에 밀려 이전논의를 거듭하다가 갑자기 폐교 위기에 처한 동호공업고등학교와 반세기가 넘도록 인문계 고 3학생을 대상으로 직업교육을 해오면서 변화발전을 거듭해온 아현직업학교, 직업교육이란 공통분모는 있으나 성격 자체가 다른 학교다. 방송문화고라는 또다시 전혀 별개의 특성화고 신설과 함께 하나의 사안으로 교육위원회에 안건이 올라간 것이다.

11일 한 교육관계자는 '님비현상이 빚어낸 희생양'이라고 한마디로 평했다. 사실 교육청도 동호공고를 폐교가 아닌 이전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매번 님비현상에 부딪혔고 그러다 결국 아현산업직업학교마저 희생양이 돼 폐교 위기에 처한 것.

서울시교육위원회 서울시교육위원회에서 14일, 폐교 결정 여부가 가려진다.
서울시교육위원회서울시교육위원회에서 14일, 폐교 결정 여부가 가려진다. 김상정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아현산업직업학교 폐지, 동호공고 폐지, 방송 문화고 신설이라는 세 개의 공을 가지고 동시에 던지면서 서울시교육위원회에 하나도 놓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안건을 다루 게 될 14일 오후 2시 서울시교육위원회는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원하는 선택을 할까? 몇 개 지역 주민들의 표를 의식하는 무리수를 둘까?

11일 서울시교육위원회 한 관계자는 "한 사안이나 의견에 따라 별개의 사안으로 다룰 가능성은 있지만 안건이 하나의 안건으로 상정된 것 외에는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며 "14일 열리는 교육위원회에서 모든 게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 실린 기사를 깁고 더한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 실린 기사를 깁고 더한 것입니다.
#아현산업정보학교 #휘성 #동호공고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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