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녀산성 오르는 계단오녀산성 오르는 길이 999계단이라 한다.
오명록
#2. 본계수동과 환인
본계수동에 들렀다. 심양에서 약 50km쯤 떨어진 곳이다. 중국에서 제일 크다는 거대한 석회암 동굴이다. 바닥으로 제법 깊은 물이 흐르고 그 물길을 따라 전기 보트를 타고 내부를 관람한다. 한여름인데도 추위를 피하고자 보트를 타기위해 입었던 두툼한 덧옷을 입어야 했다.
종유석이 머리에 스칠 듯한 물찬 동굴을 둘러보며 옛사람의 감상에 젖어본다. 보통 동굴은 아득한 옛사람에게 있어서 자연이 주는 1차적 터전이자 삶의 보금자리였을진데 10리 가까운 물찬 어두운 동굴에서 이 땅의 옛사람은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 아늑함에 앞서 두려움과 신비함은 없었을까? 이곳은 분명 삶의 터전이 아니라 신비로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리라.
동굴을 들어 설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나오는 길에서 차려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발굴되었다고 유리 상자 안에 보관하여 발굴된 그 자리인 듯한 곳에 진열해둔 질그릇들이 그것이다. 입구에 늘어서서 옛사람의 생각을 전해 주는 듯하다. 의식을 올리는 곳, 신성한 공간. 다음 행선지에 들어있는 국동대혈을 기대하며 옛사람의 긴장으로 그 삶을 가늠해 보게 한다.
환인으로 갔다. 지명이 예사롭지가 않다. 우연인지 우리 역사서의 신화에 맨 처음 등장하는 분의 이름이기도 한 이곳에 고구려의 첫 도읍지가 있었다. 오녀산성이라는 이름을 찾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졸본성 내지는 홀승골성을 찾아온 것이다.
비류수(혼강)가 돌아 흐르는 이 곳, 어떤 이는 비류수라 말하는 이곳을 주몽(추모)이 대소에게서 도망치며 물고기 등의 도움을 받았던 엄리수라고도 한다. 그렇다고 하자. "나는 천제 해모수의 아들이자 물의 신 하백의 외손이다 나에게 물길을 열어다오." 쫓기던 주몽이 이렇게 외치자 자라며 거북이 등 온갖 물고기들이 길을 만들어 주어 주몽의 일행은 무사히 강을 건넜다고 한다.
홍해를 지팡이로 쳐서 가른 모세보다는 더 현실적인 해석이 있어야 할 터인데 그러자면 주몽의 주문과 물고기들의 반응은 무엇이었을까? 주몽의 외할아버지였던 하백과 그 부족들을 상상해 본다. 옛날의 원시 부족들은 자신들의 삶의 환경에서 숭배와 극복의 대상을 찾아 섬겼으리라. 물가에서 살았던 이들은 물에서 자유로운 대상을 부러워했을 터인즉 그것이 거북이나 자라였을 수도 있겠고 잉어나 붕어나 미꾸라지였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리고 그것들은 물가에 살던 옛사람 집단의 상징이자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을 것이고 그래 거북이부족, 자라부족, 잉어부족, 붕어부족 또는 미꾸라지 부족이라 한들 어떠랴. 그 들은 자신들 수상세력의 우두머리였던 하백의 외손이 보내는 절규에 기꺼이 도움을 더해 물길을 열어주고는 뱃머리를 돌렸을 것이다.
주몽은 그렇게 도망쳐 하늘 가까운 산(오녀산 정상은 823m라고 한다)에 올라 한숨을 돌리고 제 둥지를 틀어쌓았을 것이다. 그곳을 졸본성 혹은 홀승골성, 지금의 이름인 오녀산성이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