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조미진
별명: 조둘리
직장: 소피 패션 기획실
특이사항: 간혹 주먹질, 간혹 술먹고 백주 대낮에 취침하기
조미진양 꿈 속에서 살아?
조미진(이수경), 나름대로 커리우먼 자질을 가지고 본인 스스로 알파걸이라 생각하며 결혼보다 일이 좋다고 생각하는 그녀. 거기에 일종의 정의감이 하늘을 찌르다 보니 정의사도로서 주먹질을 왠만큼 하는 여자다. 그리고 그녀는 스스로 주먹질을 정당화한다.
왜냐면? 한국사회가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까먹은 채 여자로서 살아가기에 무던히도 힘들고 부조리에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언뜻 보면 조미진. 케이블 방송 <막돼먹은 영애씨>의 영애 언니와 비슷하다. 영애 언니도 이 막나가는 세상에 "개념이나 퍼드세요!"라고 외치며 우리 곁으로 왔으니 말이다. 성추행범도 한 방에 때려 눞히고, 강간하려던 남자도 훔칫 줘패주고, 소매치기도 너끈히 잡아내는 영애언니처럼 우리의 조미진 양도 그러한 주먹질은 예사다. 그런데 영애 언니하고는 참 많이 다르다.
일단 가녀린 몸매와 애교 만점, 예쁜 얼굴. 겉외모만 봐도 영애 언니의 상대할 만한 여자가 아니다. 그런데 성격은 비슷하다. 솔직하고 당당하며, 말하고 싶은 바는 대놓고 이야기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어쩐지 영애 언니와는 많이 다르다. 사실상 직장에서 슬슬 눈치도 봐야하고, 부조리한 상사 요구에 참을 인 세 번 새기며 참아야 하고, 고객의 지랄맞은 태도에도 묵묵히 견뎌내야 하는 사람이 직장인이다.
그런데 용감무쌍한 미진 언니 고개과도 머리채 정도 휘어잡고 싸울 수 있을 정도로 과감하다. 그래서 눈가에 멍이 드는 날도 적지 않을 만큼이다. 그래서 조미진 양은 영애 언니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띤다.
그것은 바로 '리얼리티'가 사라져버린 채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 적어도 현실 사회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 하면 그러한 부조리에 두 눈 찔끔 깜고 이겨내야 먹고 살 수 있다.
그 누가 고객과 머리채를 휘어 잡고 싸우는데 계속해서 직장인 구성원으로서 놔두겠는가? 시말서를 쓰거나 조금 더 심하면 해고 대상 1순위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도 상사에게 경찰이냐는 꾸사리만 들을 정도로 끝난다.
차라리 못된 상사에게 커피를 타주며 침을 뱉거나, 겨드랑이에 얼음을 문지르는 모습이 더 현실적이다. 제아무리 막돼먹은 세상에 주먹을 날리는 영애 언니도 고객이 지랄 같아도 참는다.
그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직장인의 모습이 아닐까. 그런데 조미진 양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러한 현실을 역행하고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다. 그래서 그녀가 주먹을 날릴 때 시청자들은 통쾌함을 만끽하지 못하고 헛웃음만 나올 수밖에. 물론 가정 환경만 본다면 역시나 특이하다. 그녀가 주먹을 날리고, 당당하게 이렇게 저렇게 따지는 모습이 이해가기도 한다.
금감원 원장을 10년이나 하신 아버지는 와인 바의 사장님으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계시고, 대찬 어머니마저 잘 나가는 노래 교실을 운영하고 대학에 강의까지 나가고 계신데다가, MBA 따오라고 뉴욕에 조기유학 보낸 오빠는 주목받는 신인 영화 감독이 되어 귀국해 드라마를 찍고 있으니 남다를만 하다.
그럼에도 그녀가 보여주는 행동은 이 사회에 정의사도보다는 그저 철없고 막무가내인 막내 딸의 모습을 연상케 하듯 그저 코믹한 웃음을 전달하기 위해 그녀를 정의사도로 만듯한 인상을 남긴다. 마치 혼자 꿈 속에서 살아가는 듯하다.
내 멋대로 해라를 몸소 보여주는 조미진
사실 본인 스스로 유능한 알파걸이라 한다며 지랄 맞은 고객에게도 최대한 고객의 대우를 해주면서 그 사람의 불만을 해소시켜줘야 하는 게 아니겠는가? 거기에 왜 그리 결혼에 집착하는지, 남자 친구 집에 가서 술을 들여 마시고 시누이 될 사람의 방에 잠을 청하는 그녀이다. 거기에 남자 친구에 집은 조선시대에서나 튀어 나올 법한 집안인데, 장충동 족발집을 경영하는 오향심(김을동) 여사 앞에서 추태란 추태는 다 부렸다.
그런데도 대쪽같은 이 할마시 유독 손주며느리에게는 후하다. 그런 모습에 기암을 토한 남자 친구의 모친 서미순(윤여정)의 결사 반대에도 쉽게 결혼을 승락한다. 거기에 술을 마시고 혀가 꼬부라질대로 꼬부라져 전화를 걸고 "싸랑해요~"라고 외치는 그녀이다. 뭐 남자친구야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헌데 이러한 며느리를 들이고 싶은 시어머니가 이 땅 위에 존재할까?
역시나 서미순 여사는 못 마땅하다. 그런데도 오향심 여사의 적극 권유로 결혼이 성사되버린다. 운도 억세게 좋은 여자이다. 이 땅 위에서 며느리로 살아간다는 일은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숙제이다.
더욱이 시어머니들 자신의 젊은 시절을 생각치 않고 자기 자식에게 상대를 찾을 땐 유독 엄격하다. 그런데 조미진 양은 그러한 엄격한 규율을 적용해 볼 때 전혀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하튼 그러한 현실은 배제되고, 결혼 승락을 받고 결혼하는 일만 남았다.
물론 그러한 간극에서 오는 갈등이 불거지면서 아마도 조미진 양의 결혼생황은 상당히 부딪히고, 갈등을 겪을 것이다. 그러다, 종반부에 이르러 화해와 용서로서 끝이 날 테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며느리를 본다면 이 땅 위에 시어머니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당연히 결사반대일 것이다. 사실상 솔직함도 정도의 차이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 대책없는 솔직함을 무장한 조미진 양은 이 땅 위에 모든 알파걸들의 대변자 노릇보다는 그저 홈드라마에 맞춤 캐릭터를 대변하는데 만족해야 할 듯싶다.
2007.09.16 15:28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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