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태풍 '위니'가 계속 북상하고 있다는 예보가 있어, 태풍이 완전히 소멸되기 전까지는 꽃게 가격이 오르겠지만 태풍이 완전히 물러가면 꽃게값은 다시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대천항에서 kg당 4만원 할 때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또 제철이라서 그런지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른 게 참 먹음직스러웠다.
잠시 후 또 한 척의 배가 항구로 들어왔다. 들어오는 배에 탄 어부들의 만면에는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다. 얼굴만 보아도 오늘의 어획량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배가 선착되고 배에 실려 있던 꽃게가 뭍으로 출하되기 시작됐다. 꽃게가 가지런히 담겨져 있는 상자가 하나씩 하나씩 줄에 매달려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트럭에 꽃게를 싣던 어부 한 명의 나지막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야~ 이놈이 힘이 세긴 세네. 그렇게 묶어놨는데도 집게를 내밀어서 무는 거 보니께."
그러면서도 어부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출하현장을 보면서 추석 선물 겸해서 꽃게 8~9마리가 들어가는 2kg짜리 5상자를 샀다. 스티로폼 박스에 얼음과 함께 넣은 꽃게를 양손에 들고 수산시장을 돌며 다른 수산물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수산물 중 가장 눈에 띈 게 오징어였다. 오징어는 20~30마리 한 박스가 2만3000원 안팎으로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만 해도 오징어가 워낙 대풍이라 한 박스에 8000원에서 1만3000원 정도 했었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한 박스면 정말 실컷 먹고도 남을 정도의 양이었다.
이렇게 꽃게와 오징어가 풍년인 것을 보니 그동안 어업 흉년으로 인해 생담배만 피워댔을 어부들의 한숨이 해소됐을 듯싶어 나 또한 흐뭇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선물로 줄 꽃게를 양손에 들고 신진항을 빠져나왔다.
신진항을 나오며 앞으로도 조업을 함에 있어서 흉년이 될 수도, 대풍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대풍이 계속돼 조업을 하는 어부들의 얼굴에도, 이를 사먹는 소비자들의 얼굴에도 근심걱정이 아닌 웃음꽃이 피는 날이 계속되길 바라보았다.
2007.09.19 09:36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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