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수학여행 때 가봤던 경주에 다시 한 번 가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어릴 때 추억을 따라 하나하나 되짚어 보면서 어른이 된 지금 다시 보는 경주는 어떠할지….
신라시대 불교문화가 아름답게 꽃피웠던 경주! 청운교·다보탑이 있는 불국사, 석굴암, 천마총, 첨성대, 서출지, 국립경주박물관….
경북 경주시에는 어디를 가든지, 아름다운 문화와 뜻 깊은 역사를 쉽게 만날 수 있지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소중한 국보와 보물·문화재자료를 모두 한데 모아놓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재가 많이 있는 곳이랍니다.
여러분은 '경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뭐가 있나요? 아마 많은 사람이 학교 다닐 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손꼽아 기다려 떠났던 '수학여행'을 떠올릴 거예요. 어릴 적, 집을 떠나 멀리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자고 온 게 아마 이 때가 처음이었을 거예요.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갔던 경주에서 하루나 이틀 동안 묵으면서 보고, 듣고, 배웠던 것들이 지금도 낱낱이 기억나시나요? 아마 쉽게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합니다. 저희도 그랬어요.
처음엔 남편이 경주에 한 번 가보자고 했을 때, 가만히 그때로 돌아가서 생각하니 굉장히 큰 절이었다고 여겨지는 불국사, 그 안에 있는 다보탑·석가탑, 또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인 첨성대, 태어나서 처음 봤던 엄청스레 큰 무덤들, 또 천마총 안에 들어가서 옛사람이 쓰던 물건을 보며 놀랐던 기억들이 하나둘 생각났어요.
그러나 기억이 거기서 끊어졌어요. 그 때에는 나이도 어렸고, 우리나라 문화나 역사를 보는 생각이 미처 깨이지 않았을 때였으니, 아마 남다른 생각이나 눈길로 구경한 건 아닌 듯해요.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 때, 경주에 처음 가봤어요. 서른해 남짓 되는 시간이 지난 지금, 어른이 되어 가본 경주는 무척 남달랐어요.
이때 키가 무척 크고 코가 높고 얼굴이 하얀 딴 나라 사람을 처음 봤지요.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은 그들도 많이 있었어요.
그 때 봤던 불국사, 다보탑, 석가탑은 모두 그대로인데, 오랜 세월이 흐른 탓일까? 보고 느끼는 모든 게 매우 아름답고 놀랍기만 해요.
더구나 경주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화재들이 있는데,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피고 거기에 얽힌 역사를 되짚어보니 그야말로 조상의 얼과 그것들을 이룬 그분들의 솜씨가 참으로 감탄할 만 했어요.
수학여행 때에도 선생님한테 틀림없이 이것저것 역사와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들었을 텐데, 살아오면서 기억에 남아있는 건 왜 하나도 없는지 모르겠어요. 다시 가서 보고 느낀 것 가운데 불국사에 갔을 때 이야기를 보기로 들어볼게요.
불국사 대웅전 앞마당에 올라섰을 때, 가장 먼저 다보탑이 눈에 들어왔어요. 요즘 우리가 문화재를 찾아다니면서 참 많은 돌탑을 봐왔지만 거의 '기단'이라고 하는 돌 위에 납작한 돌을 층층이 얹어놓은 모양이에요. 그런데 이 다보탑은 지금까지 봐왔던 탑과는 매우 달랐지요.
10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다보탑 모습 때문에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다시 보니 그 크기도 놀랍고요. 층층이 돌을 깎고 다듬어서 마치 계단처럼 위로 올라가는 모양 하며, 꼭대기에 연꽃 모양 받침도 매우 남달라요. 또 마치 장화 여러 켤레를 거꾸로 매단 듯 보이는 부분도 참 재미있었지요.
아무튼 이날, 다보탑 뿐 아니라 가까이에서 살펴본 여러 문화재들이 하나같이 수학여행 갔을 때에는 조금도 몰랐던 것들이지요. 아마 그 땐 대충 겉핥기만 했을 거예요. 어릴 적 기억을 따라 하나하나 다시 둘러보는 재미가 퍽 남다르니, 수학여행 길을 따라 나들이해보는 것도 참 뜻깊은 일이라 여깁니다.
요즘 경주에서는...
경주에서 또 다른 볼거리가 있는데요. 보문단지 안에 있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서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7'이 '천년의 빛, 천년의 창'을 주제로 삼고 아주 멋진 문화잔치를 하고 있답니다. 10월 26일까지 하니까 여기도 꼭 한번 들러보세요.
황룡사9층탑을 본떠서 만든 경주타워와 신라시대 숲을 그대로 옮겨놓은 신라 왕경숲도 고향 식구들과 손잡고 꼭 한번 거닐어보세요.
하나 더 알려드릴 건, 경주에서 문화관광을 꼼꼼하고 알차게 할 수 있도록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 많이 있답니다. 자전거를 타고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도 퍽 남다를 거예요.
이 밖에도 경북 지역에는 볼거리가 꽤 많이 있는데요. 문화와 역사를 몸소 느끼며 구경할 수 있는 전통마을도 추천합니다. 안동 하회마을과 영주 선비촌, 의성에 있는 사촌마을과 산운마을도 고향의 푸근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좋은 볼거리이지요.
또 경북에는 신라시대에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절도 많이 있지요. 그 가운데 김천시에 '아도화상'이 지었다는 직지사도 매우 멋진 숲길을 따라 구석구석 구경하면 참 좋은 곳이랍니다.
이번 고향 나들이 길에 매우 멋진 추억을 가득 담아 오시길 바랄게요.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건, 안전하고 즐겁게 다녀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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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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