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나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오르탕스 블루의 시 <사막> 전문
모래사막을 홀로 걸어본 적 있는가? 인간이 너무 외로우면 자신의 그림자를 벗할 때도 있다고 한다. 외로우면 불안이 엄습하고 그 외로움을 홀로 감당하기에 인간은 어쩌면 너무 나약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모래사막에서 뒷걸음질을 하며 발자국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그 깊은 외로움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경이롭고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당당할 수 있을까. 인간이 스스로 겸손해질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한계를 알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의 품속에 있을 때 가장 순수해지는지도 모른다.
이스라엘에서 이집트로 돌아가는 길에 사해와 쿰란을 거쳐 다시 여리고로 향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이며 바다표면보다도 350여m나 낮은 지역에 자리 잡은 고도 여리고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기 위해서였다.
쿰란을 출발할 때 해는 이미 왼편으로 바라보이는 앙상한 바위산 위의 두 뼘쯤 높이에 걸려 있었다. 2주간의 아프리카와 중동지방여행도 거의 끝나가는 시점인 2월 1일은 이 지역이 아직 우기인 겨울철에 해당되는 계절이었다.
전날까지 쏟아지던 비는 개었지만 하늘에는 아직 군데군데 검은 구름이 떠다니고 있었다. 달리는 버스에서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은 여전히 황량한 모습이었다. 그것도 부드러운 모래사막이 아니라 뼈다귀처럼 앙상한 바위산과 울퉁불퉁 바위들이 널려 있는 바위사막의 풍경은 나그네들에게 더욱 황량한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바위산 위로 떠있는 구름사이로 햇살이 뻗쳐나는 모습이 장관이다. 오른편으로는 사막의 평원을 건너 사해가 바라보이고 그 너머로는 또 저 멀리 황토 빛 바위산들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었다.
쿰란에서 여리고는 가까운 거리였다. 곧 검문소가 나타났다. 여리고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이어서 무슨 사건이라도 터지면 출입이 곤란해지는 곳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별 문제 없이 검문소를 통과했다.
호텔은 도시 입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은 온통 황량한 사막벌판, 그래서 시야는 한없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호텔 마당에 내려서자 마침 태양이 바위산 마루에 걸렸다. 구름사이를 뚫고 뻗치는 태양빛이 정말 장관이다.
노을로 지는 태양빛을 받은 하늘의 구름들이 합창이라도 하듯 일제히 반응을 한다. 지평선과 맞닿은 하늘의 구름풍경과 야자수나무 사이로 바라보이는 하늘의 구름풍경이 저마다의 모습과 빛깔로 곱디곱게 채색을 하고 있었다. 호텔에 여장을 푼 이날 밤의 꿈도 온통 곱고 아름다운 사막의 노을 풍경이었다.
2007.09.23 09:51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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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막의 돌산 위로 지는 노을 곱기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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