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가 삼엄한 역에는 감히 접근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며 멀찌감치 물러서 있다가 기차의 손님이 부르면 달려 나온다.
조수영
기차가 두세 시간 간격으로 서는 간이역마다 많은 사람들이 손에 손에 돈과 바꿀 음식꺼리를 들고서 창가로 모여들었다. 삶은 달걀을 비롯하여 삶은 옥수수, 튀긴 닭다리, 구운 생선 등 음식의 종류도 다양하다. 음식뿐만 아니라 속옷도 팔고 시계를 파는 사람도 있다.
멀리서라도 창 밖으로 손만 흔들면 쏜살같이 달려왔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달리고 큰 소리로 외치기도 한다.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긴장된 눈빛에서 전쟁터의 치열함이 느껴진다.
이들에게 먹을거리를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시간이라고는 잠시 기차가 서는 몇 분 동안만이다. 어물쩍하고 있다가는 창문으로 몰려든 다른 사람들 뒤편에 처져서 멀뚱멀뚱 열차 안의 손님에게 안타까운 시선만 보내게 되는 것이다. 일주일에 두 번 출발하는 노선이니 되돌아오는 노선을 고려해도 이 기차를 놓치고 나면 적어도 하루나절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처음엔 바나나, 삶은 달걀 같은 음식만 사먹었지만 차츰 멈추는 역마다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시도를 해본다. 잘못 먹고 탈나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는 이도 있었지만 다행히 막강 위장은 모든 음식을 무사히 받아주었다. 만두와 비슷하게 생긴 빵은 우리나라보다 더 맛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