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물만두는 부드럽고 스리랑카 음식은 매콤하다

[현장] 2007 국경없는 마을 추석 축제

등록 2007.09.25 19:25수정 2007.09.2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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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7 국경없는 마을 추석축제

2007 국경없는 마을 추석축제 ⓒ 성하훈

2007 국경없는 마을 추석축제 ⓒ 성하훈
 

한가위의 넉넉함은 외국인들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었습니다. 25일 오전 11시 안산 국경없는 마을의 추석 축제는 주변에 거주하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몰려드며 성황을 이룬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1994년 처음 시작된 이래 설날과 추석에 어김없이 펼쳐지는 외국인들을 위한 축제는 낯선 땅에 와서 일하는 외국인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입니다. 모처럼 긴 연휴 가족들과 함께 나와 떡메도 쳐보고 팽이도 돌려보고 공연도 보면서 한국의 명절을 즐기는 그들의 표정에는 웃음만이 가득했습니다. 한가위는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명절이었습니다. 
 

a  필리핀 음식을 설명해준 자넷(우측)씨. 한국 생활 12년째다

필리핀 음식을 설명해준 자넷(우측)씨. 한국 생활 12년째다 ⓒ 성하훈

필리핀 음식을 설명해준 자넷(우측)씨. 한국 생활 12년째다 ⓒ 성하훈
a  몽골식 만두

몽골식 만두 ⓒ 성하훈

몽골식 만두 ⓒ 성하훈
 

"가족끼리 만나서 재밌게 이야기 나누고 음식 만들어 먹고 하는 모습이 매우 좋은 것 같아요.

 

한국 생활 12년째라는 필리핀인 자넷씨에게 한국의 추석은 이제 낯설지 않은 명절입니다. 필리핀에는 이런 명절이 없지만 한국의 독특한 명절은 언제나 즐겁기만 하답니다. 필리핀 떡과 잡채를 먹어보라고 권하고 친절한 미소로 필리핀 음식을 설명하는 자넷씨의 표정에는 우리네의 넉넉함이 배어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공기놀이가 진행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기차기가 한창입니다. 떡메를 쳐보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전통은 신기하기도 하지만 그 떡으로 만든 인절미 맛에 "좋다"는 반응이 바로 나옵니다. 곳곳에서 나눠지는 각 나라의 전통음식들. 이 나라 저 나라의 음식을 맛보며 한데 어울리는 사람들에게 국경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a  우간다에 온 이주노동자들. 우간다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우간다에 온 이주노동자들. 우간다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 성하훈

우간다에 온 이주노동자들. 우간다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 성하훈
a  떡메치는 소년

떡메치는 소년 ⓒ 성하훈

떡메치는 소년 ⓒ 성하훈
a  "천원에 세장! 쿠폰 팔아요"

"천원에 세장! 쿠폰 팔아요" ⓒ 성하훈

"천원에 세장! 쿠폰 팔아요" ⓒ 성하훈
 

"천원에 세장 천원에 세장!"

 

음식을 먹으려면 쿠폰을 사야된다고 외치는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그렇지만 쿠폰은 그저 형식일뿐입니다. 쿠폰 한장에 수북히 담아주는 전통음식들. 세장짜리 쿠폰이 배를 잔뜩 채웁니다. 중국 물만두의 맛이 부드러웠고 스리랑카 음식에는 매콤한 맛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오후 2시부터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인도네시아 밴드의 오프닝 공연에 이어 스리랑카의 캔디안 댄스, 몽골 전통 춤 공연 안데스 잉카음악이 이어졌고, 우리의 비보이들이 나와 멋진 춤솜씨로 관객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습니다. 사회자가 트롯 메들리로 흥을 돋우자 중국, 필리핀, 베트남, 몽골 사람 등 각 나라 사람들이 앞에 나와 전통춤을 추며 잔치판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a  스리랑카 전통춤 공연

스리랑카 전통춤 공연 ⓒ 성하훈

스리랑카 전통춤 공연 ⓒ 성하훈
 
a  흥겨운 트롯에 맞춰 춤판을 벌이고  중국 몽골인들

흥겨운 트롯에 맞춰 춤판을 벌이고 중국 몽골인들 ⓒ 성하훈

흥겨운 트롯에 맞춰 춤판을 벌이고 중국 몽골인들 ⓒ 성하훈

마지막에 열린 팔씨름 대회는 손에 땀을 쥐는 이날의 백미였습니다. 중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각 나라의 사람들이 겨뤄 '국제경기'가 된 팔씨름은 결승이 가까워오면서 치열한 신경전 속에 조금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들이 엿보였습니다. 땀을 쥐는 접전 끝에 남녀 모두 중국인들이 우승하자 모두들 내 일처럼 기뻐하며 환호합니다. 

 

a  여자 팔씨름 우승자 시상

여자 팔씨름 우승자 시상 ⓒ 성하훈

여자 팔씨름 우승자 시상 ⓒ 성하훈
 

시상은 마침 이자리에 참석한 천정배 의원이 맡아 한국의 명절을 즐기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격려했습니다

 

진 사람들도 모두 기념품 하나씩 챙기고, 우승한 사람들은 받은 상품을 친구들과 나눠 보면서 흐뭇해하는 모습들. 팔월 한가위는 국경을 넘어 이땅에 있는 모든 사람의 명절이 된 듯 합니다.


지난 15일 개막된 국경없는 마을 추석축제는 10월 14일까지 한달간 지속됩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영화제를 시작으로 이주 노동자 월드컵과 각 나라 노동자들의 친목 행사 등으로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새로운 다문화 콘텐츠의 실험이기도 합니다. 

 

a 박천응 목사 안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대표

박천응 목사 안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대표 ⓒ 성하훈

▲ 박천응 목사 안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대표 ⓒ 성하훈

12년째 이 행사를 이끌고 있는 박천응 목사는 "이번 행사는 새로운 시도"라면서 "다문화라는 것이 소수자들을 위한 것이 아닌 다수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수자들이 소수자들의 것을 품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결국 우리 문화를 풍부하게 하는 디딤돌"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이를 통해 한국속의 아시아를 만들어 나갈 수 있고 원주민들과 이주민들이 정다운 이웃으로 만들 수 있는 실험적인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명절 행사는 안산에서 처음 시작했습니다. 이 행사를 이미 여러 곳에서 보고 배워갔고 외국에서도 연구하러 올 정도라고 합니다.

 

박천응 목사는 "이번 행사를 통해 실험해 보고 있는 다문화 콘텐츠를 모델 케이스로 만들어 보급해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서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혼합이 아닌 어떤 흐름을 갖고 나갈 수 새로운 트렌드 문화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관과 시민단체, 주민 학자 등이 21세기 비전을 만들어 가고 상호협력구조를 만드는 게 숙제다."

 

박천응 목사의 마지막 말에는 이 행사를 시작한 사람의 책임의식과 그에 따른 새로운 고민이 엿보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문의: 안산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www.afwc.or.kr)
#안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외국인노동자추석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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