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고향, 초등학교 교정에 모인 동문들 잔치

등록 2007.09.27 10:35수정 2007.09.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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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영만초교 교정에 들어서면 양 옆으로 코스모스가 피어있다.

영만초교 교정에 들어서면 양 옆으로 코스모스가 피어있다. ⓒ 오명관


지난 25일(화) 오후 1시부터 전교생 총 25명(병설 유치원생 8명, 재학생 17명)뿐인 전북 익산 시내권에서 불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오산면 한 시골초등학교인 익산 영만초교 운동장에 동문들이 모여 체육대회 및 한마음 축제를 펼쳤다.


교문을 들어서자 양옆으로 펼쳐진 코스모스길이 눈에 먼저 들어왔으며 아담하게 지어진 학교 앞에는 38년의 역사를 알려주는 나무들이 지난날 같이했던 동문들을 반기 듯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 학교는 약 38여 년 전에 개교한 후 2007년 현재까지 약 1500여 명(회당 약 30∼4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이번 2008년도 졸업생이 단 1명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더구나 지금은 3학급이 편성돼 다른 시골학교처럼 고학년과 저학년이 한 반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이곳도 역시 폐교하겠다는 교육청 방침에 주민들과 동문들이 나서 막았지만 아쉽게도 현 위치가 아닌 익산 시내권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실 이전까지 이곳 초등학교에는 동문회가 없었다. 그러나 폐교를 한다는 말에 동문들이 나서면서 학교를 지키기 위해 작년 10월에 동문회를 늦게나마 결성했고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a  부부가 나와 풍선터뜨리기 게임을 하고 있다.

부부가 나와 풍선터뜨리기 게임을 하고 있다. ⓒ 오명관


총동문회 남대진(1회 졸업생) 회장은 "다행히 폐교를 막아 동문들의 마음에 고향인 이 학교를 지킬 수 있어서 뿌듯하다"며 "그러나 앞으로 몇 년 후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전할 계획으로 역사성은 이어가겠지만 사실은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황민규(7회 졸업생) 사무총장은 "(2층을 가르키며) 제가 수업을 받았던 교실이다"고 옛일을 회상하며, "아쉬움과 새로운 희망이 교차하고 있지만 역사를 간직한 채 새로운 곳으로 이전하더라도 이곳이 그대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재하는 동안 본 기자는 시골학교에 아이들이 없다고 폐교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뛰놀던 운동장이 사라진다면 마음의 고향을 잃는 것이요, 훗날 중년이나 노년이 되어 찾아오는 동문들은 공허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을 것이다.

또 도시를 떠나 시골로 귀향하는 젊은 사람들이 학교가 없다면 아이들 교육 때문에 다시 도시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a  동문과 재학생 그리고 가족들이 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문과 재학생 그리고 가족들이 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오명관


a 큰절 황민규 사무총장(맨 앞)과 같은 7회 졸업생 동기들이 큰 절을 하고 있다.

큰절 황민규 사무총장(맨 앞)과 같은 7회 졸업생 동기들이 큰 절을 하고 있다. ⓒ 오명관

덧붙이는 글 | 익산시민뉴스, 서울방송 유포터


덧붙이는 글 익산시민뉴스, 서울방송 유포터
#영만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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