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물 보관함지난 우편물은 이곳에 보관합니다
이현숙
가끔 한 번씩은 수북이 쌓인 우편물을 하나하나 점검해 보아야 한다. 혹시라도 내 이름이 섞여 있나 꼼꼼이. 그러나 여러 사람 손을 거치다 보니 엉망일 때가 많다. 바닥에 흩어져 있기도 하고 위 아래로 아무렇게나 쑤셔 박혀 있기도 하고. 보다 못한 주인댁(80세 할아버지와 79세 할머니)이 작은 스티로폼 박스를 거울 밑 바닥에 내놓았다. 그러나 그것은 곧 우편물과 획획 집어 던진 휴지조각, 댐배 꽁초, 홍보딱지 들과 혼합, 치우는 것 역시 주인 몫으로 돌아갔다.
이사온 다음 날부터 난 특별한 외침 소리를 들어야 했다. 골목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마구마구 외치는 소리였다.
"아무개씨! 아무개씨!"
앞에도 다가구, 양 옆에도 다가구이니 이름을 알아 들은 사람이 있으면 대답을 할 텐데, 대답을 들은 기억은 거의 없다. 나중에야 택배가 왔을 때란 걸 알았다. 그 우렁찬 소리는 한참동안 이어진다. 난, 저러다 저 아저씨 목소리 확 가지 싶어 내다 보지만 그 아저씨의 표정은 여전히 생생하다. 이사도 잦고 가구수도 많다 보니 이름 부르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아파트 담 너머 다가구주택가 풍경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와 다가구 주택이 갈린다. 우리집은 높은 옥탑이기 때문에 뒤쪽의 연립주택과 아파트 담 너머 풍경, 또 다른 다가구 주택들의 사는 모습도 확연히 보인다. 아파트와 우리 골목과는 아예 딴나라 같다.
쓰레기만 해도 그렇다. 아파트는 한 곳에 모았다 커다란 쓰레기 차가 와서 단번에 실어 가지만 우리 동네는 미화원이 저녁 6시부터 작은 손수레로 실어 큰길가에 모아 놓는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새벽을 틈타 큰 차가 와서 실어간단다. 어딜 가나 쓰레기는 참 많다. 산처럼 쌓여가는 쓰레기를 보면 참 인간이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도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