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길섶에서 가수가 된다

장성군 황룡강변, 지천에 핀 코스모스를 보며 가을을 느끼다

등록 2007.10.04 11:46수정 2007.10.0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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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가을꽃 코스모스. 성정이 연약해 보이지만 지난 여름 무더위와 비바람을 다 이겨내고 꼿꼿이 선 모습이 장하기까지 하다.

가을꽃 코스모스. 성정이 연약해 보이지만 지난 여름 무더위와 비바람을 다 이겨내고 꼿꼿이 선 모습이 장하기까지 하다. ⓒ 이돈삼

가을꽃 코스모스. 성정이 연약해 보이지만 지난 여름 무더위와 비바람을 다 이겨내고 꼿꼿이 선 모습이 장하기까지 하다. ⓒ 이돈삼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 갑니다
기다리는 마음 같이 초조하여라 /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 합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 찬바람 미워서 꽃 속에 숨었나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 갑니다

 

가수 김상희가 노래했던 그 코스모스가 바람에 한들거린다. 높다란 키에 너무 가늘어 애처롭게 보이기까지 하는 코스모스. 가녀린 모습이지만 거기서 묻어나는 짙은 꽃 색깔과 향기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그 향기는 너울너울 바람을 타고 오른다.

 

바람에 하늘거리며 꽃물결을 이루는 코스모스가 유혹하는 계절이다. 코스모스를 닮은 가을하늘도 드높다. 코스모스가 꽃물결을 이루는 풍경, 해질 무렵에 보니 더 아름답다.

 

a  코스모스 꽃길을 따라 산책을 하던 예슬이와 슬비. 꽃길 군데군데서 나비와 잠자리를 쫒고 꽃잎 띄기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코스모스 꽃길을 따라 산책을 하던 예슬이와 슬비. 꽃길 군데군데서 나비와 잠자리를 쫒고 꽃잎 띄기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 이돈삼

코스모스 꽃길을 따라 산책을 하던 예슬이와 슬비. 꽃길 군데군데서 나비와 잠자리를 쫒고 꽃잎 띄기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 이돈삼
a  장성 황룡강변에 활짝 핀 해바라기. 코스모스 꽃을 보러 오는 여행객들을 위해 장성군에서 해바리기밭을 부러 조성해 놓았다.

장성 황룡강변에 활짝 핀 해바라기. 코스모스 꽃을 보러 오는 여행객들을 위해 장성군에서 해바리기밭을 부러 조성해 놓았다. ⓒ 이돈삼

장성 황룡강변에 활짝 핀 해바라기. 코스모스 꽃을 보러 오는 여행객들을 위해 장성군에서 해바리기밭을 부러 조성해 놓았다. ⓒ 이돈삼

이 가을, 어디를 가더라도 코스모스 지천이다. 그러나 전라남도 장성군 황룡강변에서 만나는 코스모스는 사뭇 다르다. 강물과 어우러진 모습이 한 편의 시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장성읍에서 고창방면 도로를 달리다 장성호 부근에서 만나는 황룡교. 이곳에서 가슴 가득 다가서는 가을을 만난다. ‘쌩∼’하고 그냥 달릴 일이 아니다. 아니 환한 꽃미소에 사로잡혀 필경 차를 멈추게 된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강 물결, 그것을 배경으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그리고 장난치듯 뱅뱅 도는 잠자리와 나비들에 키 작은 해바라기까지…. 눈 맞출 데가 많다. 드넓은 코스모스 꽃물결이 향기롭다. 면적이 자그마치 9만5000㎡나 된단다.

 

물줄기를 따라 양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코스모스 꽃길의 끝이 아른하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코스모스 사이사이로 꽃길도 잘 만들어 놓았다. 폭이 1m는 족히 돼 보인다. 여행객들이 구경하면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남기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한 장성군의 배려가 돋보인다.

 

a  장성 황룡강변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코스모스꽃. 강변과 어우러진 꽃길이 마음까지 행복하게 해준다.

장성 황룡강변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코스모스꽃. 강변과 어우러진 꽃길이 마음까지 행복하게 해준다. ⓒ 이돈삼

장성 황룡강변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코스모스꽃. 강변과 어우러진 꽃길이 마음까지 행복하게 해준다. ⓒ 이돈삼

성정(性情)이 연약해 보이는 코스모스. 그러나 지난날의 무더위와 비바람을 다 이겨내고 꼿꼿하게 선 모습이 장하기까지 하다. 그 모습에 반해 하느작거리면서 꽃잎 띄기를 하고 물방울 쏘기를 하다 보니 한나절도 부족하다.

 

강바람과 어우러진 코스모스 길이 정취를 더해주는 이 가을. 그 꽃길을 따라 아이들이랑 걸으면서 강물을 바라보노라니 어느새 온 몸이 행복해진다. 마음속에도 잔잔한 강물이 흐른다.

 

a  장성호 바로 밑에 있는 코스모스광장에는 코스모스  뿐아니라 메밀까지 활짝 피어 있다. 가족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장성호 바로 밑에 있는 코스모스광장에는 코스모스 뿐아니라 메밀까지 활짝 피어 있다. 가족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 이돈삼

장성호 바로 밑에 있는 코스모스광장에는 코스모스 뿐아니라 메밀까지 활짝 피어 있다. 가족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 이돈삼
a  하얀 솜털처럼 아름다운 메밀꽃. 슬비와 예슬이가 장성호 코스모스광장에서 활짝 핀 메밀꽃을 살피고 있다.

하얀 솜털처럼 아름다운 메밀꽃. 슬비와 예슬이가 장성호 코스모스광장에서 활짝 핀 메밀꽃을 살피고 있다. ⓒ 이돈삼

하얀 솜털처럼 아름다운 메밀꽃. 슬비와 예슬이가 장성호 코스모스광장에서 활짝 핀 메밀꽃을 살피고 있다. ⓒ 이돈삼

코스모스 꽃물결은 장성호 바로 밑 코스모스광장과 장성공설운동장 주변에서도 만날 수 있다. 장성에는 또 물안개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모터보트도 타볼 수 있는 장성호를 비롯 백양사, 금곡마을과 축령산휴양림, 필암서원, 홍길동테마파크 등 가볼만한 곳이 많다.

 

노령산맥의 백암산 가인봉과 백학봉 사이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는 고불총림 백양사는 백제 무왕 때 세워진 사찰. 13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고승의 설법을 듣고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흰 양이 자신의 죄를 용서 받고 다시 천상으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얽혀 있다.

 

백양사 쌍계루를 왼쪽으로 두고 천진암까지 돌아오는 길은 숲의 생태를 체험할 수 있다. 비자나무와 굴참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어 일반적인 숲의 내음에 품위를 더해 준다. 갖가지 식물마다 특징과 이름 등을 써 놓은 설명판이 다 세워져 있어 따로 설명을 듣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a  여러 편의 영화 촬영지로 이용되면서 '영화마을'로 널리 알려진 장성 금곡마을. 넉넉한 가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여러 편의 영화 촬영지로 이용되면서 '영화마을'로 널리 알려진 장성 금곡마을. 넉넉한 가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 이돈삼

여러 편의 영화 촬영지로 이용되면서 '영화마을'로 널리 알려진 장성 금곡마을. 넉넉한 가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 이돈삼

금곡마을은 고샅길을 따라 이어지는 싸리나무 담장과 초가집이 옛 시골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이 마을이 유명세를 탄 것은 장성출신 임권택 감독이 고향마을에 홀딱 반해서 영화 〈태백산맥〉을 촬영한 뒤부터. 연이어 텔레비전 드라마 〈왕초〉, 영화 〈내마음의 풍금〉 등을 이곳에서 찍으면서 ‘영화마을’이란 명성을 얻었다.

 

숲 속에서 미술의 향기를 느껴볼 수 있는 아담한 미술관도 있다. 초가지붕을 얹은 이 미술관은 ‘세심원(洗心院)’ 주인장 변동해(53)씨가 옛 마을구판장을 고쳐 꾸민 것. 여기서는 미술작품을 전시하기도 하고, 가끔 음악회도 열고 있다. 자연과 사람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세심원’도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선다.

 

a  전국 최대의 인공숲인 축령산휴양림. 발품을 팔면서 하는 산림욕이 온갖 시름을 잊게 한다.

전국 최대의 인공숲인 축령산휴양림. 발품을 팔면서 하는 산림욕이 온갖 시름을 잊게 한다. ⓒ 이돈삼

전국 최대의 인공숲인 축령산휴양림. 발품을 팔면서 하는 산림욕이 온갖 시름을 잊게 한다. ⓒ 이돈삼

축령산휴양림은 잘 닦여진 임도를 따라 양쪽으로 삼나무와 편백나무, 잎갈나무 군락이 이어진다. 원시림보다도 더 원시림 같다. 독립운동가였던 춘원 임종국 선생이 1956년부터 34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전국 최대의 인공림이다.

 

숲길은 북일면 문암리 금곡마을에서 서삼면 모암리를 거쳐 황룡면 추암리까지 이어진다. 완만하게 이뤄진 숲길 거리가 6㎞나 된다. 나무를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든 비포장 길이지만 승용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넓다. 발품을 팔아 걷는 것이 최고다. 차를 타고 하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a  장성호 아래 코스모스 광장 한켠에 피어있는 꽃무릇. 자연학습장으로도 제격이다.

장성호 아래 코스모스 광장 한켠에 피어있는 꽃무릇. 자연학습장으로도 제격이다. ⓒ 이돈삼

장성호 아래 코스모스 광장 한켠에 피어있는 꽃무릇. 자연학습장으로도 제격이다. ⓒ 이돈삼

 

a  장성호에서 내려다 본 황룡강변. S자로 구부러진 강변에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꽃이 활짝 피어있다. 누렇게 채색되고 있는 벼도 마음을 풍성하게 해준다.

장성호에서 내려다 본 황룡강변. S자로 구부러진 강변에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꽃이 활짝 피어있다. 누렇게 채색되고 있는 벼도 마음을 풍성하게 해준다. ⓒ 이돈삼

장성호에서 내려다 본 황룡강변. S자로 구부러진 강변에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꽃이 활짝 피어있다. 누렇게 채색되고 있는 벼도 마음을 풍성하게 해준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9월 30일에 취재하였습니다.

2007.10.04 11:46ⓒ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9월 30일에 취재하였습니다.
#코스모스 #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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