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멋있어요" 라고 아부(?)성 발언을 하는 제자도 있다며 웃는 김영환 교사.
이민선
김 교사가 근무하는 부안중학교는 남학생의 머리는 '학생다운 단정한 머리형'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머리는 눈썹에 닿지 말아야 하고 옆머리는 귀를 덮지 않아야 한다. 뒷머리는 옷깃에 닿지 않아야 하고 꽁지머리는 안 된다. 머리 모양을 인위적으로 변형하거나 염색하는 것은 당연히 금지다.
여학생은 남학생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긴 단발형' 이라 규정하고 있다. 단, 어깨선을 넘었을 경우 단정히 묶어야 하고 현란한 머리핀 착용은 금지하고 있다. 김 교사의 행동을 동료들은 어떻게 볼까? 아울러 다른 교사들은 두발단속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했다.
"동료 교사 설득하기가 가장 힘듭니다. 70~80%는 두발단속에 찬성합니다. 군대 가서 찍혔다는 말 들어 보셨지요? 저는 많이 찍힌 편입니다. 교장·교감 선생님에게 확실하게 찍혔죠. 이젠 아주 내놓았는지 별로 나무라지도 않습니다. 대신 진급은 힘들 것 같습니다. 진급하려면 근무평가가 좋아야 하는데 평가하는 분이 교장·교감 선생님입니다. 점수 잘 줄 리가 있겠습니까? 이 때문에 전교조에서 '근평' 폐지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학교를 말 못할 구조로 만들어 버리거든요."
김 교사는 학교가 군대와 비슷한 구조라고 생각한다. 말 못할 구조로 만들어서 자유롭고 창조적인 생각을 가로막는 것이 비슷하고 운동장에 높다란 구령대를 만들어 놓은 것이 비슷하다는 것. 그는 구령대가 의미하는 것이 복종이라고 했다. 복종만을 강요하는 문화가 창조적인 생각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두발단속 자체가 일제의 잔재라고 주장한다. 식민통치를 위해 민족정기를 말살하는 차원에서 단발령을 실시했고 질서라는 이름을 가장한 채 관리 통제 감시를 용이하게 하기위해 군복 같은 제복을 입혔다는 것. 그러다 보니 제복과 어울리는 머리 모양을 강요하는 생활양식이 지금까지 여과 없이 내려왔다는 것이다.
거침없는 달변과는 달리 해결책에 관한 생각은 신중했다. 갑자기 바꾸기보다는 서서히 바꾸는 것이 좋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갑자기 바꾸다 보면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변화를 위해서는 학생 생활규범을 만들 때 학생들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스로 만든 규칙이기에 굳이 단속하지 않아도 잘 지키게 될 것이라는 것. 사실 김 교사는 관리하는 것이 귀찮아서 15년 전 대학 다닐 때 길러본 이후 머리를 길러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머리를 자르지 않는 것은 의지의 표현이다. 마지막으로 언제까지 머리를 기를 거냐고 물었더니 김 교사는 이렇게 답했다.
"두발 자유가 되면 자르려나…."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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