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수영대회1월 1일 새해 첫날,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의 밴쿠버인들이 모여들었다.
양학용
"하이, 모두들 안녕!"
마침내 우리들의 주인공 사라가 등장했다. 모두 하던 말을 멈춘다. 그녀가 바로 '이스트 이즈 이스트'의 악명 높은 사장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가족인 이자리아만 빼고 모두에게 경계대상 1호다. 전직 교수 지미는 "무식한 돈벌레"라고 욕을 해댔고, 권투선수 하미는 "정이라곤 없는 쫀쫀한 구두쇠"라며 고개를 흔들었고, 후배 케이는 "다혈질이니 조심하라"고 미리부터 내게 충고를 했다.
"용, 나와 얘기 좀 할까?"
또 오늘은 무슨 일일까. 그녀를 따라 2층 사무실로 올라가며 머리를 굴려보지만, 요 며칠 사이에 특별히 책 잡힐 일이라곤 없었다. 내가 식당에서 일한 지도 어느덧 4주일, 그녀와 나는 첫날부터 지금까지 기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첫 출근 날이었다. 잊지 못할 그녀의 첫 마디.
"3일 동안은 수습기간입니다. 트레이닝이니까 임금은 없어요. 알죠?"
"예?"
"싫으면 할 수 없고. 한번 생각해 봐요."
수습기간에 임금이 없다니! 그건 엄연한 노동법 위반이지만, 내 처지도 그리 당당할 상황이 못 되는지라 울며 겨자 먹기다. 나는 워킹비자가 없는 불법노동자였다.
한동안 그녀는 몰래 주방을 들여다보며 날 감시하기도 하고, 불쑥 들어와서는 지저분하다느니 어떻다느니 하면서 잔소리를 해대기도 했다. 양파껍질을 두껍게 벗긴다며 "어머, 이 아까운 걸!"하고 호들갑을 떨며 나를 손아귀에 쥐려고 했다. 사실 양파 100개씩을 까면서 그녀의 말처럼 맨 바깥쪽 얇은 한 겹만 벗겨내다가는 다른 모든 일들은 종치고 말 거였다.
내가 맡은 일은 결코 적지 않았다. 로티를 굽고, 고기와 야채를 요리하기 좋은 크기로 잘라놓고, 각종 소스를 만들고, 만두를 빚고, 연어를 쪄냈다. 감자튀김이나 수프와 짜이 같은 간단한 요리는 직접 만들기까지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퇴근하기 전에 요리용 큰 솥을 10개쯤 씻고 주방을 청소하는 것도 내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