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10살 전 꿀맛 교육>
21세기북스
육아서적을 읽다 보면 참 아이 키우기 힘들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대부분의 육아 서적들이 권하고 있는 방법들이 직장 엄마로서 행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와 충분히 놀아줄 시간도 부족하고, 아이의 취향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이른바 ‘직딩맘’들에게 육아는 참 어렵고도 먼 길임이 분명하다.
그런 엄마들에게 ‘나도 직장 다니면서 애 키웠지만 이렇게 잘 키웠소’ 라고 말하는 육아 서적의 저자들처럼 얄미운 사람도 없다. 워낙 많은 엄마들이 직장 생활을 해서일까?
최근에는 직장 다니면서 애를 똑 부러지게 키운 엄마들의 성공 사례가 참 많이 책으로 나와 있다.
책 <10살 전 꿀맛 교육>도 그런 책 중 하나다. '2살 전부터 공부 맛 들이고 10살 전에 공부 습관을 완성하라'는 거창한 목표 앞에서 일반적인 엄마들은 도대체 나는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 달 후면 네 살이 되는 우리 아이는 아직 기저귀도 못 뗐는데, 이 엄마는 직장 다니면서 23개월에 아이가 글을 읽었다고 하니 그 극성스러움에 놀라게 된다.
하지만 이런 극성이 지나친 조기 교육 열풍이 아니라 자연스레 아이와 놀면서 학습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BS 강사인 이범씨는 '공부 맛을 아는 아이는 사교육이 필요 없다', '취학 전에는 놀면서 공부 맛을 들여라'와 같은 각 장의 제목을 보고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은이의 생생한 체험담을 읽다 보면 엄마의 노력에 따라 자녀를 이렇게 키울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아이들에게는 낭랑한 목소리가 아니어도 자식사랑이 가득 배어 있는 엄마 목소리가 최고의 소리다. 교육이라는 중요한 자리에는 학교교사도 아니고 학원 강사도 아닌 엄마가 우선 자리해야 함을 나는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 엄마가 되었을 때 나는 나를 열심히 길러주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교육 방향을 잡았다. 인스턴트 교육은 배제하고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나만의 방법으로 기를 것, 아이들과 늘 친한 관계를 유지할 것 등이 그것이다.-본문 중에서-아이와의 관계에 있어 무엇보다 엄마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면서도 엄마 스스로 간과하기 쉬운 내용이 아닌가 싶다. 특히 직장을 다니는 엄마라면 좀 피곤하더라도 아이와 충분히 놀아주고 아이가 원하는 것들을 함께 함으로써 그들의 요구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유아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의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시기는 나무의 뿌리처럼 인성과 지능의 근간이 형성되는 기간이므로 이후 투자할 시간과 노력을 앞당겨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고의 교육 기관은 가정이며 엄마는 최고의 교사이기에, 이 시기에 엄마가 아이에게 지속적인 교육을 시킨다면 아이는 저절로 훌륭한 나무가 된다.
저자가 실천한 사례들은 참 대단하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들이 많다. 유치원 다닐 때는 이를 닦으면서 월 이름, 숫자, 요일을 영어로 말해 주고 머리를 묶는 동안 동화책을 읽어 주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24시간에서 남들이 1초에 두 걸음을 걸으면 좀 더 속도를 내어 다섯 걸음을 가려고 노력하는 엄마.
아이 셋을 키우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이렇게 씩씩하게 여러 일들을 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자신이 행한 모든 교육의 초점을 학교에 맞추었고 역설한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온갖 행사에 관심을 갖고 아이를 참여토록 하면서 엄마 또한 교육의 끈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일기 지도마저도 엄마가 직접 하면서 아이들의 생각에 공감하고 꼬리글을 달아주거나 받침 교정을 해주는 열성. 이런 열정이 있기에 아이들도 엄마의 마음을 알고 반듯하게 자랐나 보다. 이집의 큰 아이는 별다른 사교육 없이 순전히 엄마표 교육과 학교 교육만 받고도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입학한다.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이 굳이 교육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엄마들이 아이의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현실에서 이처럼 열성적으로 교육하는 엄마의 모습은 본받을 만하다. 아이에게 지나치게 입시 위주의 교육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을 위해 엄마가 다정한 노력을 기울여 주는 일은 모든 엄마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조기 영어 교육을 위해 아이를 데리고 외국으로 나가는 등 요즘 부모들의 자녀 교육을 위한 노력은 정말 눈물겨울 정도다. 하지만 그게 진정으로 내 아이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인지는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휩쓸려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아이를 끌고 다니는 엄마들, 좋다는 유치원에 새벽부터 줄을 서면서 아이 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들. 그렇게 공들이는 과정에서 진짜 우리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는지 한번 반성해 보자. 저자의 말처럼, 진심으로 즐겁게 아이와 실컷 놀아주면서 이것저것 가르쳐주는 것이 좋은 학원에 데리고 가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10살 전 꿀맛교육 - 행복한 일등으로 키우는
최연숙 지음,
21세기북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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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들이 모두 그처럼 할 수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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