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4·15총선에서 낙선한 뒤 <오마이뉴스> 기자 회원들과 인터뷰를 가졌던 노무현 후보.
노순택
7년 전 지지댓글... "세계 경제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무엇을 먼저 물을까? 청와대 정문을 통과해 관저로 향하면서 첫 질문을 생각했을 때부터 그들을 떠올렸다. 딸기 아빠, 권희종씨, 황효식씨…, 그들이라면 지금의 노무현 대통령에게 무엇을 가장 먼저 물을까? 그들은 7년 전의 내 기사
노무현 "차기 대통령 선거 나갈 것"에 댓글을 달았던 이들이다. 노사모가 탄생(2000년 6월)하기 몇달 전이다. 가장 최초의 '대통령(감) 노무현' 지지 네티즌들이라 할 만하다.
딸기 아빠는 "노 의원의 외로운 길 옆에는 작은 풀포기와 이름없는 들꽃들이 활짝 피어 있다"면서 "외로워말고 주위를 둘러보세요"라고 대통령을 향한 길을 격려했다.
황효식씨는 상처와 분노에 대처하는 방식을 조언했다. "상처 받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분노하더라도 절대 증오하지 않으며 대의를 향하여 전진하시기를 바랍니다. 만약 당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불순한 방법으로 이용한다면 그만큼 정치는 더 더러워질 것입니다. 역사 앞에 민족 앞에 책임지는 정치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권희종씨는 일단 "한국 정치의 가장 큰 현안은 지역 구도를 깨는 것"이라면서 노무현 대통령 시대가 온다면 의미가 크다고 했다. 그러나 "하나 덧붙일 것은…"이라면서 이렇게 물음표를 남겼다.
"하나 덧붙일 것은 정치인들이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일관적이라는 느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정책은 당파적 이념으로서는 생존하기 어렵게 돼 있다. 현실과 이상을 조화시켜서 문제를 해결해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노무현씨의 국제적 안목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대단하다. 이 독자는 7년 전에 '노무현에게 다가올 FTA'를 예상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다. 가장 최초의, 때문에 어쩌면 가장 순수한 노무현 지지자들의 기록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정치인 노무현에게 감동과 희망을 걸었던 것은 하룻밤의 축제를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누구를 내세우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까라는 정치공학적인 셈법이 아니었음을.
그들이 만들고 싶었던 것은 있다가 사라질 '대통령 노무현'이 아니었다. 작은 풀포기와 이름없는 들꽃들은 역사와 민족 앞에 부끄럼 없는 나라를, 현실과 이상의 조화가 이뤄지는 사회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대통령 노무현은 그 도구였다. 그래서일 게다. 노무현 대통령 시대가 간다고, 그의 지지도가 낮아진다고 '그들의 축제는 끝났다'고 그 누구도 함부로 이야기할 순 없지 않을까?
노무현의 시대는 갔다, 그들의 축제는 끝났는가그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아지면 괜히 주눅드는 사람들이 많다. 내 책임인 양. 아마도 위의 세 독자도 그러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들을 대신하여 대통령께 물어봤다.
- 저도 2002년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노무현의 가치'에 대한 지지자 중의 한 사람이었는데요. 대통령께서 생각하실 때 제가 요즘 다른 사람들한테 '나 노무현 대통령 좋아합니다'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것 같습니까, 아니면 좀 쭈뼛쭈뼛할 것 같습니까?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좀 다르겠지만…. 내가 고향 사람들이나 동창을 가끔 청와대에 초청해 만날 때 제일 처음 하는 인사가 '나 때문에 힘들었지요'입니다. 내가 (지지자들에게) 제일 미안한 게 그 점입니다. 나하고 친하다는 이유로, 또 옛날에 나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지금 여러분이 이 자리 저 자리에서 구박받고 있는 것이, 또 대통령인 내가 구박당하는 것을 보고 마음 상해할 것이고, 그 점이 제일 힘듭니다. 아주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중학교 동창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조그마한 가게를 하는 그 동창생을 여기 초청했더니 하는 말이… '네가 막 대통령 됐을 때 너랑 찍은 사진을 가게에 딱 걸어놨더니 손님들이 '와~ 니 노무현이 아나?' 해쌓고 손님도 많이 오고 그래서 기분이 좋았는데, 나중에는 (지지도가 떨어지니까 손님들이) '야, 저 치아라, 저 노무현이 뭣 때문에 걸어놨노, 치아라' 그래서 실제로 치웠대요. 계속 못 걸어놓겠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