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지형이야기>겉그림
푸른길
'제 39회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과 '1986년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미션(The Mission)>은 1750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경 지대 이과수 폭포 지역에서 일어난 역사적 실화가 바탕이 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고 있는 이과수 폭포 지역의 과라니족 자치구역은 예수회 신부들이 잔악한 노예상인들로부터 원주민을 보호하고자 만든 곳으로 도망친 노예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오늘날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예수회 소속 신부 가브리엘(제레미 아이언스)은 동료 신부 몇 명의 죽음으로 폭포 위에 사는 험악한 과라니족을 선교하는 데 성공한다. 영화 속 또 한사람, 용병 출신의 노예상인 로드리고(로버트 드니로)는 자신의 부인과 동생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 격분한 나머지 동생을 죽이고 만다.
하지만 격분은 잠시, 로드리고는 동생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런 로드리고를 가브리엘이 신부의 길로 인도한다. 과라니족은 자기의 형제를 팔아넘긴 로드리고를 처음에는 용납하지 않지만 결국 용서하게 된다. 이에 로드리고는 자신을 사죄, 즉 인간의 길로 인도한 가브리엘을 도와 자신을 용서해 준 원주민들만의 복음으로 가득 찬 왕국을 건설하려 한다.
그러나 1750년 1월 13일 스페인과 포르투갈 사이의 영토를 교환하는 국경조약이 체결된다. 스페인은 브라질로부터 라 플라타 강 북부의 산 사크라멘토 지역을 받는 대가로, 약 30만 명의 과라니족들이 살고 있는 우루과이 강 동쪽의 넓은 지역을 포르투갈에 넘겨준다. 이 조약으로 과라니족은 안심하고 살 수 있었던 보호구역에서 쫓겨나고 예수회 신부들의 복음은 시련을 겪게 된다.
원주민들과 예수회 신부들은 부당함을 호소하고 항의하나 1754년과 1756년의 두 번에 걸친 포르투갈과 스페인 군대의 무차별 공격으로 학살당하고 만다. 뒤이어 스페인에서 예수회 추방이 시작된다. 20여년 전에 만났던 <미션>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역사적 배경은 이렇다.
인간의 선과 악, 인간 본성에 작용하는 종교의 역할 등, 영화가 주는 전체적인 감동과 함께 이 영화는 내게 유럽 제국주의를 야만스럽고 환멸스럽게 바라보게 한 동기가 되었다. 이와 함께 기억에 남고 있는 것은 영화가 시작될 때 장대하게 펼쳐졌던 황혼 무렵(?)의 이과수 폭포이다.
<영화 속 지형이야기>는 영화를 통하여 만나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지형이야기다. 영화로 만나는 지형, 지형을 통하여 바라보는 영화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등장인물들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미션>이라는 제목과 함께 생각나는, 영화를 보면서 다만 '장대하다', '대단하다',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이과수 폭포가 지리학자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이 책의 공동 저자인 3명의 여성 지리학자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이과수 폭포수가 적갈색인 이유
"이과수 강이 흐르는 파라나 고원은 브라질 고원의 일부로서 대서양 연안의 좁은 해안 평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두터운 현무암층으로 덮여 있다. 가브리엘 신부가 죽은 신부를 추모하면서 쌓아 놓은 돌무더기에서 구멍이 많은 현무암 기원의 돌을 관찰할 수 있다. 이 돌은 하천을 따라 오랫동안 흘러온 듯 마모가 많이 되어 각이 사라지고 매우 둥근 모습을 띤다. 신부들이 폭포를 오르는 장면에서도 검은 빛을 띠는 현무암의 기반암을 볼 수 있다....(중략) 검은색의 현무암이 풍화되면 현무암을 구성하는 많은 양의 철로 인해 토양은 붉은 색을 띤다. 따라서 이곳을 흐르는 이과수 강물과 폭포수는 적갈색을 띤다. 폭포수를 거슬러 올라가는 로드리고의 몸이 온통 붉은 빛을 띠는 것도 적색의 현무암 풍화토 때문이다."-책속에서
▲<미션>에서 죽은 신부를 추모하기 위해 쌓아 놓은 돌무더기.
책속에서
영화가 시작될 때 펼쳐진 이과수 폭포의 장대함은 기억에 오래 남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황혼 무렵의 폭포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워낙 오래전에 본 영화라 그 이유가 딱히 떠오르지 않지만, 파랗다고 생각하기 쉬운 물빛이 적갈색을 띠고 있었기 때문은 혹 아니었을까? 그리고 지리학적인 지식이 내게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황혼 무렵이라서 폭포수가 적갈색이라고 생각하던 것보다 현무암의 풍화작용 때문에 폭포수가 붉고, 이런 지리학적인 이유를 알고 나서 다시 떠올리는 영화가 훨씬 맛깔스럽다. 때문일까? 잊고 있었는데 구멍이 숭숭 뚫려 제주도의 돌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돌무더기와 온통 붉은 빛의 로드리고가 고행을 자처하여 폭포 위를 향하여 붉은 암반 사이를 기어오르는 모습이 훨씬 사실적으로 다시 떠오른다. 다시 만나는 <미션>의 새로운 감동이다.
어떤 영화, 어떤 지형? |
▲구조지형-<미션 임파서블 2>와 <델마와 루이스>▲폭포-<미션><슈퍼맨2>▲산지-<K2>▲극지형-<아타나주아>▲화산지형-<연풍연가><폼페이 최후의 날>, <볼케이노>,<단테스피크>▲지진-<일본 침몰>▲카르스트 지형-<폭풍의 언덕>,<소림사 2>,<인도차이나>▲해안 -<해안선>,<취화선>,<시월애>▲해안지형-<태양은 없다>,<번지 점프를 하다> ▲건조 지형 -<잉글리시 페이션트>,<칸다하르>▲빙하 지형 - <미세스 브라운>▲기후 지형-<투모로우> ▲복합 지형 -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모터사이클 다이어리> ▲한국 지형-<가을로> |
그런데 이것은 <미션>만이 아니다. 책을 읽는 동안 <미션 임파서블>에서 그랜드 캐니언의 암벽을 타는 헌트와 나이아가라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어린 아이를 극적으로 구해내는 슈퍼맨의 초능력 또한 생각났다.
에스키모들의 순수한 생활에 빠져들었던 <아타나주아>의 이끼와 얼음뿐인 풍경도,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일시에 아비규환의 생지옥이 된 폼페이가 붉게 타오른다고 할까?
이처럼 <영화 속 지형이야기>는 이 가을, 옛날, 그때 만났던 영화들을 다시 만나고 싶게 한다. 적어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26편만이라도 꼭 다시 만나보았으면 하는 그런 바람을 갖게 한다. 이는 영화뿐만이 아니다. 드라마 그 배경이 되는 지형까지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할까?
<영화 속 지형 이야기>는 이런 책이다. 영화, 혹은 드라마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고 영화 속 풍경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참,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이 책은 다양한 책읽기의 매력을 맘껏 느낄 수 있게 한다. 지리학이라는 큰 범주 속에 분야가 다른 3명의 공동저자는 한 편의 영화를 바탕으로 영화라는 대중매체의 감동과 지리학적인 지식과 함께 한 편의 영화가 지니고 있는 특별한 사연과 상식들을 '해박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흥미롭게 풀어 쓰고 있기 때문이다.
"<미션>의 이과수 폭포는 백인 노예상의 사죄의 공간이자 서구의 영토 분할 과정에서 고통 받는 원주민에 대한 선교의 공간이다. 노예상 로드리고는 그동안 입었던 갑옷을 짊어지고 반복해서 폭포를 거슬러 오른다. 그는 그동안의 악행에 대하여 고행을 자처한다. 이처럼 자신을 고통에 빠뜨리지 않고서는 스스로를 견뎌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고행은 과라니족의 용서를 받으면서 끝을 맺는다. 폭포수 위쪽에 거주하는 과라니 족을 선교하려면 목숨을 건 등반을 해야만 한다. 폭포를 오르는 행위는 선교사들에게 죽음을 무릎쓴 고난의 길이자 숭고한 선교의 과정이다. <미션>에서 적갈색의 폭포수가 성스럽게 보이는 이유이다."-책속에서 덧붙이는 글 | <영화 속 지형이야기>(양희경·장영진·심승진 씀/푸른길 출판사 2007년 8월/1만 5천원)
영화 속 지형 이야기
양희경.장영진.심승희 지음,
푸른길,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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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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