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명박'과 '홧김에 서방질'

[손석춘 칼럼] 노골적 신자유주의가 몰려오고 있다

등록 2007.10.11 11:55수정 2007.10.1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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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경기도 안양 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국민성공시대' 출정식에서 리본에 '정권교체'를 적은 뒤 나무에 매달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경기도 안양 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국민성공시대' 출정식에서 리본에 '정권교체'를 적은 뒤 나무에 매달고 있다. ⓒ 권우성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경기도 안양 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국민성공시대' 출정식에서 리본에 '정권교체'를 적은 뒤 나무에 매달고 있다. ⓒ 권우성

한나라당 대선후보 이명박의 실체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후보는 현행 교육정책의 기본 틀인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 정책’을 정면으로 뒤흔들고 나섰다.


물론, 명분은 훌륭하다.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단다. 좋은 일이다. 교육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자는 데 감히 누가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아니다. 이 후보가 제시한 정책 목표와 정책 수단은 일치하지 않는다. 아니, 정반대다. 가령 ‘자율형 사립학교’를 100개 만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이 교육의 다양성을 보장할까. 전혀 아니다. 고등학교마저 서열화할 수밖에 없다. 자율형 사립고의 입학 경쟁이 치열할게 불을 보듯 명백하다.

 

자율형 사립고 확대 정책, 고등학교 서열화 부추길 것 


문제는 공부 잘한다고 그 학교에 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공립학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업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게 아니라 일찌감치 부를 세습하는 결과를 빚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나라당과 언제나 그 정당을 대변해온 <조선일보><동아일보>는 되술래잡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가 될 때 지원하지 않을 정부 예산으로 공립고 교육 여건을 확충하고 장학금을 늘리겠단다. 바로 그것이 “부의 자연스러운 분배”라는 말도 언죽번죽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기러기 아빠의 애환’이라는 감상까지 동원해서 이 후보의 교육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똑똑히 현실을 직시할 때다. 해마다 수백 여 명의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대학입시 탓이다. 만일 고등학교까지 서열화한다면 이 땅에서 태어난 어린 생명은 유치원부터 과외공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과연 그래도 좋은가. 지금도 ‘대학 서열화 체제’ 탓에 10대들의 대다수는 창백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 현재의 공교육 붕괴 현상을 더 방관할 수는 없다. 참여정부가 공교육 정상화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기에 격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울뚝밸이 치밀더라도 홧김에 서방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명박식 정책에 날카롭게 각을 세운 정치세력이 전면에 나서야


교육만이 아니다. 이명박 후보가 내세운 ‘대한민국 747(10년 내 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도 그렇다. 10년 안에 대한민국이 세계 7대강국이 된다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이 후보의 실현가능성 없는 장밋빛 환상은 설령 그것이 구현된다고 하더라도 신자유주의로 고통 받고 있는 대다수 국민의 삶과 무관하다. 지금도 천문학적 이익을 남기고 있는 수출 대기업들을 보라. 사회 양극화 해소에 나설 섟에 오히려 그것을 심화시킬 구조조정에 눈이 벌겋지 않은가.


여기서 결코 적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나 영세자영업자, 실업자들이 이명박을 지지하는 이유를 세심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차라리 이명박”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온 10년 동안 전혀 살림이 나아지지 않았거나 되레 가난해진 사람들로서는 “차라리 이명박”을 선택할 수 있다. 그게 현실이다. 10년 동안 집권해 온 정권 아래서 청년 실업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다. 이명박의 정책과 날카롭게 각을 세운 정치세력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노골적 신자유주의자임을 아예 과시하듯 드러내는 후보 앞에서 ‘진보적 신자유주의’ 따위의 어설픈 사고나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의지 박약을 보일 때가 아니다.

 

“차라리 이명박”을 선택하는 사람에게 “홧김에 서방질”할 수 없음을 당당하게 호소할 때다.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모아 단호한 의지를 천명할 때다.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 정책을 제시할 때다.

 

그렇다.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다. 부익부빈익빈을 더 가속화할 노골적 신자유주의가 몰려오고 있지 않은가.

#이명박 교육공약 #이명박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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