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1대학생들의 전체학생회의 모습.
한경미
치솟는 방값... 자립 못하는 젊은이 늘어
통계를 보면 220만 대학생 중에서 독립해 사는 학생이 130만명이고 기숙사에서 사는 학생이 15만5천명이며, 나머지(74만5천명 선)는 여전히 부모 집에서 기거하고 있다.
주거문제를 해결했다고 해서 문제가 다 끝난 것은 아니다. 학생이 지출해야 하는 여러 비용 가운데 해마다 신학기에 내야하는 등록금이 있다. 국가에서 학비를 부담하는 국립대의 경우 소액의 등록금만 내면 되긴 하지만, 이 금액도 해마다 오르는 형편이다.
올 신학기 등록금은 165유로(대학교 1학년 학생이 내야 하는 금액)에서 326유로(박사과정에 있는 학생이 내야 하는 금액)에 이른다.
등록금 외에도 학생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학생보험, 전화료, 식대, 교통비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이 연간 식대로 지출하는 비용이 대략 3000유로(학생식당의 한 끼 비용은 올해 2.8유로로 작년에 비해 5상팀 인상되었다), 교통비용이 300유로, 전화, 인터넷, 컴퓨터 등 이용비용으로 800유로, 학생 보험료가 400유로, 기타 의류, 도서 구입, 여가비용으로 850유로 정도가 들어간다고 한다.
이 비용을 합하면 5350유로가 나오는데 이것은 주거비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학생지출 비용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50%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비를 포함한다면 한 학생이 연간 지출하는 총비용은 대략 1만~1만3천유로.
한 달 동안 드는 비용이 적어도 833유로라는 얘기다.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에서 2005년 6월 프랑스인 평균 월급이 월 1903유로라고 발표한 점을 감안하면, 평균적인 프랑스 시민의 월급으로는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 된 셈이다.
이런 이유로 점점 많은 학생들이 일거리를 찾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대학생의 50%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들이 하프 타임 이상으로 일을 할 경우에 대학에서 성공률이 29%로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사실 매해 28만명의 신입생 중에서 1년 후에 대학 2년 과정으로 올라가는 학생 비율은 50%에도 못 미치고 있다. 15%는 낙제를 하거나 전공을 바꾸는 학생들이고 25%는 학교를 자퇴하거나 학교를 바꾸는 학생들이다.
프랑스 교육부에 의하면 바칼로레아에 합격한 학생 중에서 45%에 해당하는 학생만이 3년 안에 학사학위를 얻는다.
올 봄에 대학자율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교육부는 올 가을 신학기에 대대적인 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9월 20일 모든 학생들이 기다렸던 개편안이 '학생 장학금 시스템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고등교육부 장관인 발레리 페크레스에 의해 발표되었다.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2007년 새 학기에 기존의 장학금을 2.5% 인상한다.
▲ 대학등록금 인상률을 올 인플레이션 수치인 1.7%로 제한한다.
▲ 2008년부터 장학금 수여자를 10% 늘린다(현재 50만명에서 55만명으로). 대부분 중산층에 속하는 이들은 등록금과 학생보험료가 면제되는 특혜를 받는다.
▲ 이 중 10만명의 저소득층 출신 학생의 장학금을 4.5% 늘려 연간 180유로로 한다.
▲ 소득이 적어 세금을 내지 않는 부모를 둔 학생이 외국으로 학업을 위해 떠날 경우 400유로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지원한다(1만5천명 해당).
▲ 고등학교 성적이 제일 좋은 학생에게는 200유로의 성적 우수 장학금을 지원한다(1만5천명 해당). 학생들, 정부안에 비판적... '세대 간 주거' 확산 전망그러나 정부의 이런 개선안을 접한 학생들의 얼굴 표정은 밝지 않다. 프랑스 최대 학생조합인 UNEF 조합장인 브뤼노 쥘리아드는 9월 20일자 <리베라시옹>에 "신학기에 새로운 개편안을 발표한다고 해서 많이 기대했는데 발표내용을 보니 속은 느낌이 든다, 더욱이 내용 중의 상당수가 내년 신학기에 해당하는 내용이고 올해에 해당하는 내용은 거의 없다, 더욱이 가장 문제가 되는 학생 주거문제는 건드리지도 않은 상태"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9월 24일 무료일간지 <메트로>의 인터뷰에 응한 발레리 페크레스 고등교육부 장관은 학생 주거문제 해결 방안으로 현재 정부에서는 향후 10년 계획으로 한 해에 5000채의 학생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고 7000여채의 기존 아파트를 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외에 주거문제 해결 방안으로 여러 명이 한 아파트를 나누어 쓰는 것과 넓은 집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이 학생들에게 방을 제공하는 안을 제안하고 있다.
아파트 나눠쓰기가 이미 오래전부터 학생들 사이에서 이용되고 있는 시스템인데 비해 방이 많은 노인 집에서 학생들을 기거하게 하는 시스템은 프랑스에서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세대 간 주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방법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로 방세를 전혀 내지 않는 것인데, 이 경우 저녁을 항상 집주인 노인과 같이 해서 먹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저녁에 친구를 만나는 등 자기만의 시간을 낼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대신 무료라는 점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저가의 방세를 지불하고 집주인 노인에게 자질구레한 심부름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방과 후에 자기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돈을 조금 내더라도 자유를 원하는 학생에게 환영받는 시스템이다.
다른 유럽국가에서는 이미 확산되어 있는 이 '세대 간 주거'는 프랑스에서는 이제 겨우 시작 단계다. 이 시스템은 혼자 외로이 사는 노인에게는 젊은 동반자가 있어서 좋고, 젊은 학생에게는 주거문제가 해결되어 좋은 일거양득의 효과를 낼 수 있기에 조만간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정부가 올 여름에 통과시킨 대학자율화법에 적극 반대하는 대학생들은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전체학생회의를 소집했다.
브장송 대학에서는 개강한지 열흘만인 9월 25일, 디종 대학에선 10월 9일, 깡 대학에선 10월 11일에 전체학생회의가 소집됐고, 몽펠리에 대학에선 10월 17일에 소집될 예정이다.
이들은 10월 18일로 예정된 철도청 직원들의 특별퇴직연금 개혁 반대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도 대대적으로 참가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