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의 민간인학살현장, 이제 평화의 공원으로

제57주기 고양 금정굴학살 희생자 위령제전 개최

등록 2007.10.12 10:24수정 2007.10.1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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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결정을 기념하며 개최된 금정굴 진혼제 (2007. 6. 27)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결정을 기념하며 개최된 금정굴 진혼제 (2007. 6. 27) 전승일

1950년 한국전쟁 당시 9·28 서울 수복 직후 경기도 고양·파주지역에서는 부역자 색출을 명목으로 경찰과 우익단체에 의해 노인, 부녀자, 어린이를 포함한 수백 명의 민간인들이 아무런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무참히 학살당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고양시 일산구 고봉산 산책로를 오르다보면 만나게 되는 금정굴(일제 때 만들어진 수직 폐광)은 그 대표적인 현장이다.

‘고양 금정굴 민간인학살사건’에 대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는 지난 6월 26일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고양 금정굴 학살사건이 발생한 지 57년 만에, 그리고 1993년 유족회와 진상규명위원회가 만들어져 처음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합동위령제를 올렸다. 진상규명을 위한 15년간의 지난한 노력 끝에 비로소 국가차원에서 금정굴 사건이 경찰의 지휘아래 벌어진 불법적인 학살임을 공식 인정하게 된 것이다.

 고양시 일산구 탄현동 금정굴학살 현장 입구
고양시 일산구 탄현동 금정굴학살 현장 입구전승일

 금정굴 희생자 진혼제에서 오열하는 유족 (2007. 6. 27)
금정굴 희생자 진혼제에서 오열하는 유족 (2007. 6. 27)전승일

1950년 10월 9일부터 31일까지 고양 금정굴에서는 최소 153명 이상의 주민들이 단지 부역혐의자 및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고양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 의해 집단으로 총살당한 후 수직갱도 속에 암매장되었으며, 증언에 따르면 총 뿐만이 아니라 죽창 등에 의한 학살도 자행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불법적인 집단학살의 과정에 태극단, 대한청년단, 대동청년단 등의 우익단체가 적극 가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경찰은 고양·파주지역에서 연행한 수백 명의 주민들을 관내 각 지서 및 치안대 사무실, 창고 등에 구금하였다가 고양경찰서로 이송한 다음, 한 번에 20∼40여 명씩 금정굴로 끌고 가서 수직갱도 방향으로 무릎을 꿇게 하고 등 뒤에서 사격하여 학살한 것으로 이번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 확인됐다.

이에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번 진실규명 결정을 통해 금정굴 학살사건의 가해책임은 당시 고양경찰서(서장 이무영)에 있고, 고양경찰서의 지휘를 받으며 학살에 가담한 치안대, 태극단 등에도 간접책임이 있다고 결정하였다.

국가의 존립목적은 인간존중, 사회적 약자 보호, 사회정의의 실현이며 국가권력은 폭력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국가기구인 고양경찰서가 치안대, 태극단 등의 우익단체를 지휘하여 민간인을 불법적으로 집단학살 사실은 명백히 반인권적인 국가범죄에 해당한다.

 고양 금정굴 학살현장에서 발굴된 탄피
고양 금정굴 학살현장에서 발굴된 탄피전승일

 고양 금정굴 학살현장에서 발굴된 희생자들의 머리카락
고양 금정굴 학살현장에서 발굴된 희생자들의 머리카락전승일

유족들은 1995년 9월 금정굴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유해발굴을 진행한 바 있는데 발굴된 유해의 감정결과 대퇴골 153개, 두개골 74개가 확인되었으며, 희생자 중에는 여성과 어린이도 다수 포함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또한 수십 발의 M1 소총과 칼빈 탄피, 포승줄로 사용한 군용 삐삐선, 도장, 교복단추, 여성의 댕기머리, 회중시계, 각종 옷가지와 신발 등이 함께 발굴되었다. 금정굴 학살의 현장에서 발굴된 유해 및 유품들은 현재 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 유골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다.

 포승줄로 사용된 군용 삐삐선이 수십개 발굴되었다
포승줄로 사용된 군용 삐삐선이 수십개 발굴되었다전승일

 고양 금정굴 학살현장에서 발굴된 유품들
고양 금정굴 학살현장에서 발굴된 유품들전승일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번 진실규명 결정을 통해 57년 전 고양 금정굴에서 비무장 민간인들이 아무런 적법절차 없이 집단희생되었으며, 그 유족들이 오랜 세월 슬픔과 고통을 안고 살아온 데 대해 국가가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억울하게 학살당한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무하고, 화해와 상생을 향한 역사적 교훈을 남기기 위해 정부와 고양시가 금정굴에 평화공원을 설립하고, 13년째 서울대의대에 임시 보관된 채 부식되어가고 있는 유해를 영구봉안 할 수 있는 위령시설을 설치할 것을 권고하였다.


 금정굴 학살현장에서 발굴된 탄피들
금정굴 학살현장에서 발굴된 탄피들전승일

 서울의대 유골보관소에 13년째 임시 보관중인 금정굴학살 희쟁자 유해
서울의대 유골보관소에 13년째 임시 보관중인 금정굴학살 희쟁자 유해전승일

 서울의대 유골보관소를 찾아 묵념하는 유족들
서울의대 유골보관소를 찾아 묵념하는 유족들전승일

제57주기(제15회) 고양 금정굴학살 희생자 위령제전이 10월 13일(토) 금정굴 현장과 일산 중산공원에서 개최된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위령제인 만큼 국가의 공식 사과, 유족들에 대한 완전한 피해회복, 금정굴 평화공원 설립 및 영구적인 유해안치소 설치 등 실질적인 위령사업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정굴학살 희생자 위령제전에 대한 자세한 일정은 고양시민회 홈페이지(www.gycc.or.kr)를 통해 알 수 있다.
#민간인학살 #고양금정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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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마타 공작소> 대표감독으로 독립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오토마타, 만화, 그림에세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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