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 영재' 키우겠다던 외국어고
골프 '나이스샷'으로 학생 뽑았다

대원·한영·부산국제·중산외고 이상한 특기자 전형

등록 2007.10.11 17:07수정 2007.10.1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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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영재' 양성이라는 목적으로 학생선발 특혜를 받고 있는 일부 외국어고(외고)가 특정 계층에게 유리한 '골프 특기자' 전형을 실시하고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2008학년도 입시요강에서 이 같이 학생을 뽑은 외고는 전체 29개교 가운데 4개교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대원외고와 한영외고, 부산 국제외고, 충북 중산외고가 그렇다.

더구나 해당 외고들은 학교에 골프 전문 강사와 제대로 된 골프 시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골프특기자'를 뽑은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a  외고 체육특기자 전형 현황

외고 체육특기자 전형 현황 ⓒ 윤근혁


외고가 골프특기자 뽑은 사연은?

이 같은 사실은 11일 전국 외국어고 2008학년도 입시요강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 입시요강에 따르면 전국 외고 가운데 체육특기자 전형을 실시하고 있는 곳은 모두 5곳이었다. 4개 외고가 '골프' 특기자를 뽑았고, 태권도 특기자를 뽑는 곳은 1곳이었다.

서울 대원외고 2008 입시요강을 보면 전공어 우수, 학교장 추천, 글로벌 인재, 체육특기자 등 특별전형을 통해 125명을 뽑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체육특기자로 배정된 3명의 종목은 골프. 이 학교는 전형요강에서 '골프특기자는 전국 규모 골프대회 개인전 3위 이내 입상자'로 한정했다. 전형방식도 100점 만점에 골프 수상실적이 70점, 면접이 30점이었다. 사실상 어학 실력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골프특기자를 뽑는 한영외고(3명)와 부산국제외고(4명), 중산외고(4명)도 선발 방식은 거의 비슷했다. 다만 중산외고는 다른 학교처럼 특별전형 형태가 아닌 일반전형에 포함해 뽑았다. 특히 5, 6년 전부터 골프 특기자를 뽑아 온 이들 학교는 모두 학교에서 특별한 골프교육을 시키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학교 학생들은 한 달에 7일 정도는 결석을 하고 있으며 대부분 개인 강사나 사설학원에서 골프교육을 따로 받고 있다"는 게 외고 중견관리자의 전언이다. 학교에 골프시설은 물론 골프전용 강사도 없기 때문이다.

대원외고 관계자는 "체육교사가 골프 특기생들을 관리하지만 배우는 것은 각자가 알아서 한다"고 말했다. 한영외고 관계자도 "골프 특기생들은 평균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한 달이면 7일은 결석을 하고 있지만 공무결석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a  대원외고 입학요강에 '골프특기자' 전형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대원외고 입학요강에 '골프특기자' 전형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 대원외고홈페이지


이런 현실에 대해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외국어 영재를 키우고 있다는 외고가 설립목적과 전혀 관련 없는 골프특기자를 뽑고 교육과정을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시도교육청이 이미 시정조치를 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체육교육 문제를 중점 제기해온 국회교육상임위 안민석 의원(통합민주신당)도 "왜 하필 외고가 골프전형을 했는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감을 통해 이 문제를 밝히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교육청 시정조치 사안"... 외고 "외고도 운동부 없으란 법 없어"

윤숙자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외고가 골프특기자를 뽑는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특정계층에 유리한 전형을 만들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지금 일반전형도 학원에 돈을 많이 쓸 수 있는 부유층에게 유리한데, 골프특기자까지 입학시키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외고 쪽에서는 '부유층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는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김아무개 대원외고 교감은 "한 학교 한 운동(1교1기 운동) 차원에서 골프특기자를 뽑고 있으며 일반고도 야구, 축구, 골프 특기자를 선발하는데 외고라고 해서 운동부 없으란 법이 어디 있느냐"면서 "잘 사는 학생들을 뽑는 게 목적이 아니고 국위선양을 할 수 있는 선수를 뽑는게 진짜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김아무개 한영외고 교감도 "골프하는 아이들이 외국어를 잘 해야지 미국에 가서도 통할 수 있는 것"이다.

외고 골프특기자 되려면 돈 얼마나 들까?
초등학교부터 5년 이상 특강 받아야... 최소 6천만원 소요

골프 특기자 전형으로 문제가 된 4개 외고가 내세운 입학 자격요건은 '전국 규모 골프대회 개인전 3위 이내 입상자'.

이런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 정도 골프특강을 받아야 한다는 게 골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고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늦어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는 골프채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이를 위해 들어가는 돈은 전부 얼마일까. 우선 전임 강사료가 들어간다. 이는 강사의 경력에 따라 편차가 무척 크다. 또한 골프 라운딩 비용이나 골프 용구를 사는 돈도 만만치 않다.

정아무개 전남 함평골프고등학교(골프 장비관리 담당) 교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조기교육을 받는 것까지 따져보면 적어도 한 달에 100만원씩, 1년이면 1200만원이 들어갈 것"이라면서 "다른 운동은 몰라도 골프특기자는 돈이 없는 집안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 교사의 계산대로라면 5년 동안 6000만원을 써야 골프특기자로 원서라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설 관리비가 너무 많이 들어 보통의 체육고등학교에서도 골프 특기자 전형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외고 #외국어고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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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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