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첫날 강연하는 폴코넷 박사.
이대수
아침에 낯익은 참가자들과 인사하고 10시 준비된 강연장에 도착하니 100여명이 앉은 자리에서 폴코넷 교수가 기조강의를 시작한다. 그는 전세계 반소각·대안 운동의 탁월한 전도사이자 부흥사이다. 뉴욕 세인트 로렌스대 화학과에 재직중인데 1999년 여름 당시 수도권쓰레기연대회의 국제심포지엄의 발표자로 한국을 방문했던 적이 있고 군포 광주 제주 등을 함께 다녔던 적이 있어 더욱 반가웠다.
그는 빔 프로젝트를 통해 소각과 재활용의 경제적 환경적 수치를 비교하고 통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미국의 많은 소각장이 폐쇄되었다고 소개했다. 20세기는 ‘안전한 쓰레기관리’였지만 21세기는 ‘지속가능한 자원관리’의 시대라는 점, 그리고 ‘2020년 쓰레기제로’ 운동을 위해 산업적 책임과 공동체의 책임 그리고 좋은 정치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각 국가의 소각장 건설 반대와 쓰레기 제로 운동의 추진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신은 재활용하고 악마는 소각한다’는 슬로건까지 제시하면서 개사곡인 반소각투쟁가를 다시 가르쳐 주었다.
이어서 GAIA 실무책임자인 마니의 사회로 참가자 소개가 있었고 주최측인 스페인 생태주의 환경단체 Ekologistak Martxan의 환영인사, GAIA의 마니와 세실리아의 발표가 이어졌다. 가이아의 창립과 활동역사를 소개하고, 제국(큰 조직)이 아닌 운동 만들기, 구조와 해결책은 집중이 아닌 분산방식, 지역사회의 지혜 존중하기 등 6가지 조직 원칙을 설명했는데 한국 시민운동이 주목해야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아시아 유럽 라틴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등 각 지역 조직의 역사와 활동현황을 소개하였다.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시작되는 세션에서 말레이시아 블로가 지역의 소각장건설 반대 성공사례를 소개한 반소각위원회의 웬메이웡의 발표는 좌중의 관심을 끌었고 그녀는 준비해온 감사패를 GAIA에 전달하면서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라틴아메리가 사례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쓰레기제로법과 계획을 소개했고 남아프리카의 유해한 시멘트킬른 소각장 반대활동도 감동적으로 소개해 주었다.
이어서 자유롭게 4개 그룹별로 나뉘어져 경험을 공유하고 캠페인과 조직전략상의 유의점을 토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고 저녁시간에는 소그룹토의 결과와 다른 네트워크와의 운동전략을 공유하기 위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늦은 밤에는 바스크 지방의 민속 공연, 손풍금과 찰찰이에 맞춰 함께 손잡고 춤을 추는 스페인식 강강수월래 같은 흥겨운 시간이 이어졌다.
둘째 날, 아프리카 아랍 아시아태평양 동아시아 유럽연합 신생독립국 라티아메리카 북아메리카 등 8개 지역으로 나누어서 세계적인 운동과의 관계 속에 있는 지역의 추세와 활동에 관한 토의가 진행되었다. 동아시아 지역은 중국과 일본 한국의 상황을 중심으로 발표를 했다.
이어서 정보를 공유하며 지역별 전략을 마련하는 모임이 이어졌는데, 아시아 태평양 중앙아시아 지역 모임에서는 각 나라별 활동 전략을 제시했는데 한국 참가자들은 ‘소각예산 삭감, MBT를 비롯한 대안의 확대, 재활용 산업의 촉진과 발전’을 기본 방안으로 제시했고, 유해 폐기물의 수출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 한국이 10월에 만날 계획임을 밝혔다.
발표내용을 간단히 메모해서 벽에 붙여 다시 볼 수 있도록 했다. 오후에는 부국과 빈국간의 교역을 통한 폐기물 이동문제, POPs(잔류성유기화합물) 대책을 합의한 2001년 스톡홀름협약의 진행 상황, 전 세계에서 매년 3천톤씩 사용되는 수은오염 등 현안들에 관한 발표와 토론은 각종 독성 물질 배출의 건강 위협 문제를 재확인하게 해주었다.
늦은 오후 지역별 모임시간에는 4개 그룹으로 나누어서 가이아 활동에 대한 SWOT분석을 통해 아시아지역의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느라 머리를 맞대고 토의를 거듭했고 각자 기록한 부분에 관한 참가자 전체 점검을 통해 합의를 마련해 갔다.
특히 지구온난화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2001년 여름 WNA 타이베이 모임 이후 GAIA 사무국이 있는 필리핀 참석자들이 아시아 모임을 이끌어 갔다. 필리핀은 영어권이면서 각종 사회운동이 활발한 지역이고 국제적인 NGO 활동이 정착되어 있어 좋은 활동가들이 배출된다. 늦은 시간에는 실내에서 각 국에서의 활동관련 영화 상영이 이어졌다.
셋째 날 오전 세션에서 쓰레기와 기후변화에 관한 연구 결과를 영국의 알란 왓슨이 IPCC(UN 기후변화대응 정부간패널)보고서를 인용하면서 구체적인 조사와 데이터 그리고 예측 시나리오를 상정해서 발표하는데 오랜 기간 연구 조사한 결과물임을 알 수 있었다.
2004년 현재 유럽 27개국에 340개의 소각로가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이 소각율이 가장 높고 일부 국가는 소각이 없었다. 소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뿐 아니라 일부 에너지회수가 이루어지지만 재활용에 비해 품목에 따라 최대 26배(신문 2.4 ~ PET 26.4) 낮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결과적으로 소각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탄소배출권이 거래되는 상황에서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청정개발기구)을 소개하며 현재 CDM이 소비생활이나 산업 시스템을 바꾸어서 이산화탄소를 줄이지 않고 돈으로 가난한 나라의 배출권을 구입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교토협약에 서명한 나라들이 탄산가스를 줄이지 않은 채 소각을 유도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지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