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 모래에 묻혀 일부만이 보이는 '고산앙지'
김정애
그 대상이었던 정암 조광조, 그의 치적을 숙제로 안고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발길이 닿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느 해 겨울 얼음장 밑에서 투명한 알몸으로 헤엄을 치던 송사리 떼가 생각나 계곡 아래로 내려갔다. 손으로 떠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한 계곡물, 가을바람에 때 이른 낙엽이 물위에 사뿐히 내려 앉아 파문을 일으킨다.
그 밑으로 떼를 지어 노니는 송사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조심조심 돌을 옮겨 밟다가 그만 이끼 낀 돌에 미끄러져 물속으로 첨벙! 행여 누가 볼 새라 허겁지겁 일어서려다가 한 번 더 보기 좋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뭔가를 얻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러야 한다더니 송사리에게 모델료를 톡톡히 치룬 격이 되었다.
물에 빠지는 소리에 놀란 물고기들이 화생방 훈련을 하듯 한 마리도 없이 모두 바위틈으로 숨어 버렸다. 펑 젖어 물이 주르르 흐르는 옷, 그러나 이대로 그냥 갈 수가 없다는 오기가 발동 다시 나오기만을 숨죽여 기다렸다.
잠시 후 주위가 평온해지자 바위틈에서 한 마리 두 마리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옳지~ 조금만 더 가까이오너라~", 드디어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