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우
"여기 쓰레기 봉투 좀 주세요."
인터뷰 취지를 설명하고 있는 도중에 손님이 왔다.
"몇 리터짜리로 몇 장 드릴까요?"
손님은 해숙씨의 억양에서 한국 사람이 아님을 느꼈나보다.
"um…garbager…"
힘겹게 영어로 설명을 이어 나가는 손님을 보자니 기자는 한국어 통역을 자처 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한국말로 하셔도 돼요. 손님, 몇 리터짜리 몇 장 필요하시죠?"
손님은 반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100ℓ짜리로, 한 장 이요."
"해숙씨~ 여기 100ℓ짜리 한 장이요."
의도치 않은 도움 덕일까. 해숙씨는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줬다. 물론 인터넷 신문에 대한 설명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타국에서의 아르바이트. 그녀의 시작은 어땠을까.
"한국에 온 지는 1년 반 정도 됐어요. 현재는 전북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 한글 관련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말하기'는 어느 정도 되는데, '쓰기'가 안 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수업을 받고나면 마땅히 할 일이 없는 거예요. 내년에 학교를 다니게 되는데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돈도 벌고, 한국어도 연습할 수 있고 좋을 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아무리 한국어를 잘 한다고 해도 다양한 손님을 상대하고 돈 계산까지 하다보면 분명 어려움이 있을 터. 해숙씨 역시 일을 처음 시작 했을 때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계산을 잘 못해서 다음날 돈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제 돈으로 대신 메운 적도 많았죠. 또 처음 일을 할 땐 손님들이 저를 신기하게 바라보거나, 선입견을 갖고 대할까봐 쉽게 인사도 못 건넸어요. 말을 걸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서 그것이 싫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항상 먼저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간혹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오는 손님에게도 친절하게 답해준단다.
"아, 그동안 엄마는 한국에서 이렇게 힘들었구나"그녀가 일하는 시간은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다. 낮엔 공부를 하고 새벽엔 아르바이트를 해 피곤할 법도 할 텐데, 해숙씨는 마냥 웃음이다.
"물론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아침에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서 잠을 자다가 수업에 늦기도 했죠. 그런데 이제는 괜찮아요. 오히려 이렇게 일을 하다 보니 그동안 엄마가 한국에서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벌었는지도 알 것 같아요. 엄마는 10년을 했는데, 전 이제 두 달 됐는 걸요. 일하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니 한국어 실력도 쌓을 수 있어서 오히려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