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 노점상 단속과 한 노점상인의 자살로 나날이 격화되고 있는 고양시 노점상인들의 반발이 서울로 확대됐다.
전국노점상총연합회(이하 전노련) 회원들은 18일 오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를 항의 방문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강현석 고양시장을 겨냥한 상경 투쟁이었다.
전노련 회원 100여명은 이명박 대통령 후보 등 당 관계자를 만나 ▲노점상 단속 중단 ▲용역 깡패 해체 ▲자살한 노점상 이근재씨에 대한 보상과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자 한나라당 당사를 찾았다. 하지만 예상대로 이 후보 등은 만날 수 없었고, 대신 이운룡 민원국장을 만나 23일까지 당직자와의 면담을 성사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마침 이날은 죽은 이씨의 발인날이었다. 하지만 유족들은 고양시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모든 장례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약속 안 했지만, 이명박 후보 만나야겠다"
노점상인들이 애초 계획했던 당사 진입은 쉽지 않았다. 오후 2시 20분께 도착했을 때 이미 당사가 있는 한양빌딩은 전경 차량 6대로 둘러싸여 있었고, 평소 경찰 2개 중대가 교대로 근무하던 당사 앞에 2개 중대가 모두 출동해 노점상인을 막고 있었다.
조덕희 전노련 집행위원장이 상인들을 이끌고 "이명박 후보를 만나러 왔다"며 당사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 쪽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만나러 왔다면 약속을 하고 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막아섰고, 조 위원장은 "정당 건물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 약속을 안 했어도 가서 만날 수 있다, 누구든 만나게 길을 터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쪽은 "이 후보도 당대표도 아무도 당사에 없다, 도로 안전상으로도 이러면 안 된다"고 맞받아쳤고, 조 위원장은 "경찰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 직접 들어가서 만나겠다"고 실랑이를 벌였다.
경찰 쪽에서는 계속해서 "신고한 집회도 아니고, 억지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길 터주기를 거부했다. 양 세력간의 밀고 밀리는 몸싸움은 15분께 계속됐다.
노점상인들 사이에서는 "청와대도 외부 방문자를 받는데, 왜 당사가 안 되느냐"고 면담을 요청했다. 몸싸움에 맞춰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고, 경찰을 향한 육두문자가 새어나오기도 했다.
▲18일 한나라당 당사에 진입하려던 전국노점상총연합회(전노련) 회원 100여명이 경찰에 둘러싸였다. 이민정
▲ 18일 한나라당 당사에 진입하려던 전국노점상총연합회(전노련) 회원 100여명이 경찰에 둘러싸였다.
ⓒ 이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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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쪽 관계자가 "우선 책임있는 노점상 대표 3명이 들어가서 민원국장과 이야기를 하라"는 중재안이 논의될 무렵, 시위대 뒤쪽에서 사복을 입은 한 경찰이 "찌그러뜨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의 명령이 떨어지자 시위대를 둘러싼 전경들이 한 걸음씩 전진해 시위대를 에워쌌다. 100여명의 시위대가 섬처럼 당사 앞 대로에 둘러싸였다.
상인들은 "경찰이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고, 일부 상인들은 "분명 '압사시켜'라는 명령이었다"고 분통을 떠뜨렸다. 상인들의 머리 위로 담배 연기가 순식간에 피어올랐다.
해당 경찰은 기자와 만나 "'찌그러뜨려'라는 용어는 없다, '고착시키라'는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신분을 밝히기를 꺼리며 "신고가 되지 않은 불법집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제(17일) 고양에서는 몽둥이에 대못을 박아서 (경찰을) 때렸다고 하더라, 요즘 집회 중에 가장 악랄한 집회"라며 시위대의 폭력성을 내세웠다.
그는 2시 40분께 확성기를 들고 "여러분들은 2차 해산 명령에도 불구하고 해산하지 않고 있다, 각자 해산을 명한다"며 3차 해산명령을 전했다.
20여분간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다가 조 위원장 등 집행부 3명이 당사로 들어갔고, 앉아있던 시위대는 경찰과 대치한 채 "한나라당 고양시장 강현석은 사죄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쳤다.
"내일 현장에서 다시 보자"
40여분간의 면담을 마치고 오후 3시 40분께 돌아온 조 위원장은 “"늘 우리는 한나라당을 기습 점거해 이 후보를 만나려 했지만, 경찰이 보행권을 내세우며 우리의 권리를 막았다"고 비난했다.
조 위원장은 "대신 당직자를 만나 이 후보나 당대표 등 당을 상징하는 사람과 내주 면담을 요청했다, 그 결과는 내일(19일) 통보하기로 했다"며 "노점 단속 중단, 유가족에 대한 피해 보상 및 대책 마련 그리고 수배중인 집행부에 대한 수배 해제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근재씨가 죽은 데 대해 한나라당과 고양시장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야만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를 내주 당직자와의 면담을 통해 해결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 아침 전노련 사무실로 집행부 소환장이 팩스로 날아왔다"면서 "하지만 사람 몇 명 집어넣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지도부가 붙잡혀도 투쟁을 계속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19일 '고양시청 타격'을 목표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조 위원장은 "내일 현장에서 보자"는 말로 이날 상황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지난 16일부터 고양시청 앞에서 2천명 이상이 모이는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경기도 고양경찰서는 18일 폭력시위를 벌인 혐의로 전노련 회원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007.10.18 18:50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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