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들을 보니, 어이 눈물이 나는가'

24일~31일까지 인사동 공화랑에서 김영수 개인전 열려

등록 2007.10.22 16:31수정 2007.10.2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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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사진 광대 중에서  왼쪽은 한윤성, 김오복 님 오른쪽은 이애주 님
김영수 사진 광대 중에서 왼쪽은 한윤성, 김오복 님 오른쪽은 이애주 님김영수
▲ 김영수 사진 광대 중에서 왼쪽은 한윤성, 김오복 님 오른쪽은 이애주 님 ⓒ 김영수
지난 20일, 인사동을 지나다 그곳에 있는 김영수 작업실에 들렀다. 개인전이 있단다. 10월 24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공화랑에서다. '평생 한을 품고 살아온 예인의 모습을 담아 한판 터벌림'을 한단다. 작업대 위에 제본이 안 된 교정용 사진집이 놓여 있다. 전시회에 맞춰 낼 광대 사진집이다. 

 

이 사진들을 미리 본 민속학자 심우성이 그랬다.

 

"사진들 보니 허 허, 어이 눈물이 나는가… 거의가 함께 만났던 사람들인데 이젠 반 이상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구나. 살았어도 거의 반은 아흔이 넘은 노친네들일세…."

 

그동안 연 사진전과 낸 작품집이 적지 않지만 이번 광대 사진은 삶의 무게와 사람의 힘이 묵직하게 전해온다. 눈빛, 골격, 소품, 의상, 자태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춤을 아우르고 꿰뚫어 찬 모습이 고스란히 박혀 있다.

 

그의 일관된 주제인 사람 가운데서도 춤꾼들의 알짜배기 모습을 제대로 담아낸 까닭이다. 현장에서 추는 춤의 한 장면이 아니라 기막힌 민중의 삶을 뚫고, 맺힌 한을 풀어 낸 진짜 춤꾼들의 모습을 낚아 챘다. 제대로 담근 된장, 간장, 고추장 같은 광대사진이다.

 

사진평론가 최민은 '춤꾼으로  살아온 삶의 역정으로 주름지고 무게를 갖게된 뼈와 살, 손과 팔, 몸통과 다리, 그리고 얼굴과 피부, 그리고 그들 몸의 일부가 된 가면이나 부채, 또는 북을 포함한 육신의 표정과 자세를 통해 확인되는 이들의 참된 존재, 춤꾼으로서의 한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했다

 

1989년에 시작해 3년 동안 찍은 사진이니까, 햇수로 18년이 흘렀다.그렇지만 올해 찍은 춤꾼도 있다. 봉산탈춤 양소운이다. 그분을 담다 더 늦추면 안 되겠다 싶어 세상에 보인다. 더러 낱장으로 춤꾼 사진을 보인 적은 있지만 한데 모아 책을 엮고 전시를 하기는 처음이다. 사진 크기도 거의 등신대에 가깝다. 그런 크기에다 묵힌 만큼 교감과 감회도 크고 깊다.

 

민속연구가 심우성의 자문을 얻거나 함께 어울려 경남, 통영, 고성, 사천, 가산, 안동을 오가며 찍은 사진들인데 힘도 들었겠고 흥도 겨웠을거라.

 

양주별산대, 송파산대, 은율탈춤, 강렬탈춤, 동래야유, 수영야유, 가산오광대, 하회별신굿 탈놀이, 발탈,  밀양 백중놀이, 승무, 학무, 살풀이 춤, 경기도당굿, 은산 별신굿, 동해안 남해안 서해안 별신굿, 배연신굿, 만구대탁구, 서울 새남굿, 진주 삼천포농악, 강릉농악, 이리농악, 만석중놀이, 남사당놀이, 진주검무, 배뱅이굿….

 

춤꾼들은 시국춤으로 널리 알려진 이애주를 비롯 30여명에 이른다. 진주 칼춤의 고수 김수학을 찍지 못한 아쉬움 비쳤다. 그분도 아흔이 넘었고 차 사고 뒷탈로 움직일 수 없으니 쾌차를 빌 뿐이다. 그래도 미완이다. 북에 북청사자놀음이 있고 큰 광대들이 있으니 말이다. 이를 풀려면 북조선의 초대를 기다리거나 통일이 되야겠다. 갈라진 우리문화는 늘 반쪽이니 앞으로 통일은 쉽게 풀렸으면 좋겠다.  

 

광대들을 찍으며 마음이 무거웠단다. 그 분들의 삶이 순탄치 못했을거라. 아픈 역사의 상처를 보듬고 살아 왔으니 말이다. 냉대와 홀대 심지어 탄압까지 받은거라. 예전엔 백정보다 더한 멸시를 당했단다. 백정은 그래도 사대문안에 살 수 있었지만 광대는 그러지도 못했단다. 그러나 광대의 의식 만큼은 절대 권력을 넘어서기도 한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장생 역시 춤꾼이다. 춤으로 정치 권력의 모순을 푸는데 목숨을 건다. 춤들은 때로 막강한 권력도 쉬 허물고 마는 급소를 간지런다. 풍자와 해학이다. 민중의 생명력과 한을 꿰뚫는 사람들이다. 예인이란 삶의 영혼을 제대로 주물러 표출하는 사람들 아닌가. 삶의 응어리를 풀고 혼을 달래는 춤꾼이야말로 진짜 광대들이다.

 

사진가 김영수
사진가김영수정인숙
▲ 사진가 김영수 ⓒ 정인숙

김영수 사진 광대를 보니 영화의 마지막 대사가 겹쳐진다.

 

공길이 물었다. '네 놈이 다시 나면 뭐로 나고 싶으냐?… 양반으로 태어나련? 아님 왕으로 태어나련?'

 

장생이 되물었다. '이 세상 한바탕 놀다가면 그만인 것을 다음 생에 태어나도 당연히 광대로 태어날꺼다. 네 년은 뭐로 태어날꺼냐?'

 

'나야, 두말 할 거 없이 광대, 광대지….'

덧붙이는 글 | 사진가 김영수는 팔십일년 이후 '현존' ,'사람','변두리 풍경','고문','문','정물','떠도는 섬'을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고, 서울의 봄, 시대정신, 코리아 통일전, 민중미술15년전, 광주비엔날레 등 단체전에 참가했다. 사진집으로 '광대'.'떠도는 섬' 등 열두권을 냈다. 우리사진연구소, 민족사진가협회 대표로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사진 강의를 하고 있다. (www.moovi.net)

2007.10.22 16:31ⓒ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사진가 김영수는 팔십일년 이후 '현존' ,'사람','변두리 풍경','고문','문','정물','떠도는 섬'을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고, 서울의 봄, 시대정신, 코리아 통일전, 민중미술15년전, 광주비엔날레 등 단체전에 참가했다. 사진집으로 '광대'.'떠도는 섬' 등 열두권을 냈다. 우리사진연구소, 민족사진가협회 대표로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사진 강의를 하고 있다. (www.moovi.net)
#김영수 #광대 #광대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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