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마리아와 부처가 공존하는 곳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베트남의 해변 도시 '붕따우' (1)

등록 2007.10.22 09:44수정 2007.10.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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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남부에 있는 호찌민시는 항상 덥다. 습기 또한 높아 몸은 항상 축축하다. 자동차와 오토바이에서 뿜어대는 매연 또한 심하다. 시내에 나갔다 오면 눈이 따끔거린다. 공기 오염이 심하기 때문이다. 주말을 이용해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바닷가를 찾았다. 가장 가까운 곳에 '붕따우 (Vung Tau)'라는 도시가 있다. 호찌민시에서 남동쪽으로 130km 정도 떨어져 있는 해변도시다.

호찌민시에서 붕따우는 버스나 배를 이용해 갈 수 있다. 시간이 적게 걸리며 버스보다 편한 배를 이용하기로 했다. 간단한 배낭 하나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


부두에 도착했다. 붕따우로 가는 배는 30분 간격으로 있다. 11시에 떠나는 표를 미화 7달러 정도 주고 구입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배를 타려고 기다리는 외국인들도 많이 보인다. 골프채를 가지고 배를 기다리는 한국 사람도 몇 명 있다. 봉따우에 있는 골프장에 가는 길이다.

 붕따우 가는 표를 팔고 있는 호찌민시 부두
붕따우 가는 표를 팔고 있는 호찌민시 부두 이강진


 붕따우를 왕래하는 쾌속선
붕따우를 왕래하는 쾌속선이강진


대기실 옆으로는 거대한 황토색을 띤 메콩강이 흐르고 있다. 수심이 얼마나 깊은지 모르겠으나 외국의 군함은 물론 호화판 대형 유람선도 시내 한복판까지 들어와 정박한다. 화물선도 시내까지 들어올 수 있기에 물자수송이 쉬운 편이다. 메콩강이 있기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가 이곳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베트남으로서는 천혜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빈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로 붐비는 배는 11시 정각에 붕따우를 향해 떠난다. 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쾌속선이다. 직원이 물병을 하나씩 건네주며 멀미를 할 것 같은 사람에게는 종이봉투를 나누어 주기도 한다. 밖으로 보이는 메콩강에는 각국에서 온 화물선이 정박해 있다. 특히 눈을 끄는 것은 호화롭게 보이는 커다란 유람선이다.


 호찌민시 한복판에 정박해 있는 호화 유람선
호찌민시 한복판에 정박해 있는 호화 유람선이강진


한 시간 정도 지나니 황토색 강물은 푸른 바다색으로 바뀌며 목적지 붕따우가 눈에 들어온다. 정확하게 1시간 20분 걸려 붕따우에 도착했다. 공기가 좋다. 부두에 내리자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서 손님을 부른다. 나는 바다가 보이는 햄버거 가게에 들어가 점심을 먹으며 느긋한 시간을 가져본다.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는 정경이 보기에 좋다. 부부로 보이는 아저씨와 아줌마가 바닷가에서 그물을 닦고 있다.


천천히 걸으며 숙소를 찾는다. 적당한 가격의 숙소에 찾아 들어가 샤워를 한 후 거리로 나왔다. 조금 걷자니 부두에서 오토바이를 타라고 조르던 사람이 나를 알아보고 따라온다. 3달러 정도 주고 오토바이를 두 시간 이용하기로 했다.

제일 먼저 내려준 곳은 경치 좋은 곳에 있는 별장이다. 1975년까지 부패의 상징인 티우 월남 대통령이 기거하던 별장이다. 시야가 확 트인다. 왼쪽으로는 봉따우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 보이며 정면으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1800년 말에 프랑스가 서양식 별장으로 지은 건물이다. 내부에는 난파선에서 건져 올린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잘 닦인 해안 도로를 조금 더 가니 산 중턱에는 커다란 성모 마리아 동상이 자리 잡고 있다. 배에서 본 동상이다. 성당의 규모가 크다. 오토바이가 주차된 조금 떨어진 부속 건물에서는 미사를 드리고 있다. 베트남 말로 울려 퍼지는 찬미가 색다르다.

 성모 마리아 상
성모 마리아 상이강진

 성모 마리아 상과 이웃하고 있는 부처상
성모 마리아 상과 이웃하고 있는 부처상이강진

성당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성당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는 절이 있다. 물론 성모 마리아 동상 대신 부처 동상이 있다. 베트남을 여행하다 보면 곳곳에서 성당과 절을 볼 수 있다.

공산국가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다는 반공 교육을 배워온 나의 상식을 무색하게 한다.

덧붙이는 글 | 두 번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2007년 10월에 다녀 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두 번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2007년 10월에 다녀 왔습니다.
#붕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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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바닷가 도시 골드 코스트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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