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 구조조정 위기를 기회로 바꿔
사람과 환경, 두마리 토끼 잡는 그들의 실험

[현장르포 ④] 밀폐용기 제조업체 락앤락

등록 2007.10.22 07:03수정 2007.10.2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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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선의 주요 이슈가 경제입니다. 특히 사회경제적 문제가 된 비정규직과 양극화 해법을 두고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인력 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이 아닌,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을 높여온 기업과 공공부문의 현장을 찾아갑니다. 이른바 '기업혁명'이라 불리는 이들의 실험과 지속가능성, 한계를 다섯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합니다. [편집자말]
 락앤락 아산공장 생산1부. 한대당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생산기계들은 쉼없이 여러 종류의 용기를 만들어냈다. 기계마다 1~2명의 직원들이 컨베이 벨트 위에 놓여진 용기를 눈으로 직접 검사하는 등 마무리 작업에 여념이 없다.
락앤락 아산공장 생산1부. 한대당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생산기계들은 쉼없이 여러 종류의 용기를 만들어냈다. 기계마다 1~2명의 직원들이 컨베이 벨트 위에 놓여진 용기를 눈으로 직접 검사하는 등 마무리 작업에 여념이 없다. 김종철

"다시 옛날로 가라고 하면… 어휴~ 다시 못 돌아가죠."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희민 계장(32)의 말이다. 그는 충남 아산의 락앤락 공장 생산1부에 5년째 일하고 있다. 최근 2년새 그의 삶은 완전히 변했다.

"처음엔 적응하기가 힘들었죠…. 지금은 4일째, 저녁에 집(서울)으로 가서 이틀 동안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더라구요. 물론 저도..."

그는 쑥스러워 했다. 이어 "회사 분위기도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다"면서 "직원들 얼굴도 밝아졌고, 서로 도와주고, 믿고 따르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가정용 밀폐용기를 만드는 주식회사 '락앤락(Lock&Lock)'. 국내 밀폐용기 시장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곳에선 최근 2년새 의미 있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회사 경비원부터 사장까지 비정규직 없는 회사, 인력 구조조정 없는 공장 통폐합, 노동시간 단축과 교육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매출증가…. 이들의 실험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컨테이너와 수천 박스의 용기 세트, 웃음속의 공장 직원들

지난 1일 오후 충남 아산시 가산리 (주) 락앤락 생산공장.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5톤 화물 트럭이 줄지어 서 있었다. 공장과 트럭 사이를 지게차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지막 포장까지 마친 수천 박스의 밀폐용기 제품들은 컨테이너 차량으로 실렸다. 윤혜진 계장은 "국내 뿐 아니라 중국 등으로 물량 대부분이 수출되고 있다"면서 "지난 추석연휴 기간동안에도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풀가동했다"고 설명했다.

 락앤락 아산공장의 경우 직원은 모두 308명. 이들 모두는 정규직원이다. 50여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도 임금차별이 없다.
락앤락 아산공장의 경우 직원은 모두 308명. 이들 모두는 정규직원이다. 50여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도 임금차별이 없다. 김종철

생산쪽 라인으로 발길을 옮겼다. 플라스틱 용기제조에 들어가는 원료단계부터 완전 자동화돼 있는 생산시설까지, 공장은 말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하루에도 수천여 개의 밀폐용기를 만들어내는 생산1부. 한 대당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생산기계들은 쉼없이 여러 종류의 용기를 만들어냈다. 기계마다 1~2명의 직원들이 컨베이 벨트 위에 놓여진 용기를 눈으로 직접 검사하는 등 마무리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서 5년째 일하고 있다는 주부사원 인미경씨. 인씨는 "예전에 다른 곳에서 일한 적이 있지만, (이곳이) 정규직인데다, 근무시간도 많지 않다"면서 "회사 분위기도 좋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통폐합...
구조조정 없는 노동시간 단축

실제로 락앤락 아산공장의 경우 직원은 모두 308명. 이들 모두는 물론 정규직원이다. 공장 정문 경비원이나 식당 배급 직원도 마찬가지다. 50여 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도 임금차별이 없다.

아웃소싱(외주화)을 고민하기도 했었다. 특히 지난 2004년 10월 인천 등지의 공장을 현재의 아산공장으로 통폐합하는 과정에서다.

최영철 경영기획본부 부장은 "대부분 제조 회사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장을 통폐합하기도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잉여인력에 대한 조정도 자연스레 이뤄지게 마련"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락앤락은 달랐다. 최 부장의 말이다.

"이 과정에서 51명에 달하는 잉여인력이 생겼죠. 또 일부조직에 대한 아웃소싱도 위(경영진)에 보고를 했죠. 하지만 위에서 사람과 환경을 생각한다는 기업이 그럴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용역을 쓰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50명에 달하는 인력을 정리해고 하는 대신,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누는 해법을 내놨다. 물론 이 과정에서 뉴패러다임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주당 72시간에 달하는 노동시간을 56시간으로 줄였다. 근무형태도 바뀌었다. 2조가 주야간으로 일해온 맞교대 형식을 버렸다. 잉여 인력을 현장에 배치하면서, 종업원을 3개조로 나눴다. 그리고 4일동안 12시간 일하고, 이틀을 쉬게 했다.

 공장 입구에는 5톤 화물 트럭이 줄지어 서 있었다. 공장과 트럭사이를 지게차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지막 포장까지 마친 수천박스의 밀폐용기 제품들은 컨테이너 차량으로 실렸다.
공장 입구에는 5톤 화물 트럭이 줄지어 서 있었다. 공장과 트럭사이를 지게차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지막 포장까지 마친 수천박스의 밀폐용기 제품들은 컨테이너 차량으로 실렸다. 김종철

건강과 안전 등 교육 강화...생산성 향상과 매출 증가

근무 형태가 바뀌면서 노동시간은 줄어들었고, 인력은 더 필요했다. 회사쪽에선 인건비가 4~5억원이 추가로 들어갔다.

최 부장은 "주당 근무시간이 크게 줄어들었고, 인건비 부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작업장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고, 오히려 공장 가동일수는 과거보다 늘면서, 매출도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더 큰 변화는 근무시간 변화에 따른 교육의 강화"라며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안전 등에 대한 작업장 교육으로 과거에 비해 안전사고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공장내 안전사고는 지난 2004년 56건에 달했다. 이후 2005년엔 23건으로 절반으로 줄었고, 작년엔 단 3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10분의 1이상 줄어든 셈이다.

생산1부 김희민 계장도 "직원들과 함께 안전과 품질관리 등 여러 교육들이 현장에서 도움이 많이 된다"면서 "과거에는 이같은 교육 시간 자체를 내는 것조차 엄두도 못냈다"고 말했다.

락앤락의 교육은 한달에 8시간동안 진행된다. 내용은 인성 뿐 아니라 작업장의 안전과 품질관리, 건강 등 다양하다. 물론 교육시간은 업무시간에 포함돼 있다. 특히 이곳은 매년 회사의 생산계획보다 직원들 직무교육 계획을 먼저 수립한다.

회사 교육을 맡고 있는 정한영씨는 "회사 연중 계획을 교육일정부터 짜고 있다"면서 "연간 제품 생산계획도 직무 교육 일정에 맞춰서 진행할 정도로 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프로그램은 주로 인성 뿐 아니라 작업장의 안전과 금형 등 전문기술 등도 포함돼 있다"면서 "무엇보다 교육시간에 직원들 스스로 공장에서 느끼는 불편 등을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락앤락은 오는 2010년 세계 3대 용기제조업체를 위해 국내 뿐 아니라 중국 등지에 추가로 공장을 짓는 등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아산공장 건물 벽에 붙어있는 락앤락 제품 수출국가를 표시한 그림. 모두 83개국에 수출과 판매망을 갖고 있다.
락앤락은 오는 2010년 세계 3대 용기제조업체를 위해 국내 뿐 아니라 중국 등지에 추가로 공장을 짓는 등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아산공장 건물 벽에 붙어있는 락앤락 제품 수출국가를 표시한 그림. 모두 83개국에 수출과 판매망을 갖고 있다. 김종철

2010년 세계 최고로 가기 위한 그들의 도전

물론 이들의 실험이 처음부터 순탄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2005년 7월 근무조를 바꿀 때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월급 감소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한달에 5~7만원 정도 줄어드는 월급 봉투에 주부 직원 서너 명이 직장을 떠나기도 했다.

윤혜진 계장은 "초창기에 과연 제대로 될까라는 생각과 휴식도 좋지만 월급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말들도 많았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급여 감소분은 사라졌고, 달라진 직장 환경과 휴식을 통한 자기계발 등으로 직원들의 만족도가 크게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퇴사했던 직원들도 이듬해에 다시 돌아왔다. 또 해마다 20%에 육박하던 생산라인의 직원 이직율도 크게 줄었다.

아산공장 정면엔 'Jump 2010, Global Leader (점프 2010년, 글로벌 리더)'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2010년까지 매출 5000억원을 목표로 공장 증설 등 투자도 활발하다. 다음 달엔 중국 산동성에 이어, 소주에도 공장이 들어선다. 아산 국내공장에 대한 증설도 이뤄진다.

윤조현 공장장(상무)은 "교육 훈련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사내 전문 강사를 키워 내야하는 등 보완해야할 점들도 있다"면서 "작업장 혁신과 평생학습을 통한 교육을 강화해 오는 2010년엔 세계 3대 밀폐용기 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의 위기를 발상의 전환으로 극복한 락앤락. '사람'과 '환경'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한 그들의 실험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락앤락 #기업혁명 #뉴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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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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