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끝에 천하를 춤추게 하다> 표지 그림한중일 삼국의 무림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잘 펼쳐 놓은 조민욱의 <칼끝에 천하를 춤추게 하다> 표지 그림. 단지 아쉬운 점이라면 우리 땅에 살다간 무인에 대한 소개가 너무 적고 한 문파에 너무 과도한 집착이 보인다는 것이다.
황금가지
이런 무림 고수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 중국, 일본의 내로라할 만한 고수들을 중심으로 쓴 책이 있으니 바로 <칼끝에 천하를 춤추게 하다>라는 책입니다. 저자인 조민욱은 몇 년 전에 <달마야 장풍 받아라>라는 책을 썼으며, 이번 책은 그 책의 연장선에서 읽어 봐도 좋을 것입니다.
이 책에는 한때 세상을 풍미했던 소위 '무림고수'라고 불릴 만한 50명의 발차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특히 그들의 삶 속에서 이뤄진 수련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 수련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인지 잘 그려놓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누구나 한 번 즈음 들었을 법한 중국의 무림 고수들인 소림권법, 태극권, 당랑권을 시작으로 '바람의 파이터'로 유명한 최배달, 그리고 요즘 한창 이종격투기 열풍에 뜨고 있는 브라질 유술의 탄생을 이끈 마에다 미쓰요(콘데 코마)까지 한·중·일 무예 고수들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며 무림의 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책을 보면 한 평생을 오직 '武(무)'라는 한 글자만을 마음에 새기고 묵묵히 걸어가 마침내 한 종문의 진정한 스승으로 바로서기까지 그들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단지 아쉬운 점이라면 필자가 직접 수련하고 있는 18기에 대한 너무 과도한 집착으로 인해 앞서 쓴 책인 <달마야 장풍 받아라>에서와 같이 우리 무예를 바라보는 중립성과 객관성이 많이 부족해 보여 아쉬움을 느낍니다. 굳이 내가 수련한 무예가 최고며, 내가 속한 문파만이 진정한 정통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무림에 대한 속절없는 비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록 내가 수련하지 않고 배우지 않은 무예라 할지라도 그 무예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나의 무예를 알리는 것보다 더 먼저 이것을 알려내는 것이 시급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한국 무예 중 유일하게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택견과 관련하여 송덕기 선생님과 신한승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없이 많은 선물을 주었는데 이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또한 택견 이외에도 근대에 만들어진 우리무예 중에서도 무림 고수라 부를 수 있는 분들이 줄줄이 있음에도 이들을 외면하고 중국과 일본의 고수들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은 오히려 이 책의 다양성을 해치는 계기가 되지 않나 합니다.
비록 자본의 의해 국경이 허물어지고 문화에 의해 온 세계가 하나가 되는 지구촌의 세상이지만 바로 우리 곁에 살아 있었고, 이 땅에서 함께 살다간 우리 무림 고수의 이야기가 앞으로 더 많이 쓰여 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최형국 기자는 중앙대 대학원 사학과 박사(전쟁사/무예사 전공)를 수료하고 현재 무예24기보존회 교련관을 맡고 있습니다. 무예 홈페이지 http://muye24ki.com 를 운영합니다.
칼끝에 천하를 춤추게 하다 - 전설의 무술 고수 50인 이야기
조민욱 지음,
황금가지,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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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의 역사와 몸철학을 연구하는 초보 인문학자입니다. 중앙대에서 역사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경기대 역사학과에서 Post-doctor 연구원 생활을 했습니다. 현재는 한국전통무예연구소(http://muye24ki.com)라는 작은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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