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추 만들기..
정현순
홍고추도 따와서 마른 고춧가루는 전혀 넣지 않고 김치를 버무렸다. 믹서기에 끓여 식혀 놓은 찹쌀풀과 마늘, 생강을 넣고 함께 갈았다. 믹서기에 가는 동안 어찌나 매운지 재치기가 쉬지 않고 나왔다. 남편은 기분이 좋은지 "그렇게 매워야 익으면 맛있어"하며 김치 담그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잘 씻어놓은 김치거리에 양념을 넣고 골고루 버무렸다. 너무 매워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마늘만 뻬고 집에서 농사 지은 그야말로 무공해 김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남편의 지극한 사랑과 정성도 함께 버무려졌다.
말없이 지켜 보고 있던 남편이 완성된 김치 맛을 보면서 말한다.
"맛이 기가 막히다. 내년에는 마늘도 심을까?그럼 아주 완벽한데"
"마늘은 참으세요. 그거까지 하면 내가 너무 힘들어. 당신은 재미있을 줄 모르지만"
"그래. 그렇다면 참지 뭐."
내가 맛을 봐도 다른 때와는 확실히 다른 맛이었다. 싱싱하고 신선한 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나도 이제야 무공해 김치의 깊은 맛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들이 잠잘 때 건드리지 않고, 조심 조심 그것들과 사랑을 나누듯이 돌보아 준 남편의 정성 때문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얘들아, 오늘밤도 푹 잘 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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