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교육전문가가 본 이명박 문국현 후보의 교육공약

'글로벌 리더'에 대한 욕구 강해, 한국 부모들의 마음 잘 읽어야

등록 2007.10.24 10:43수정 2007.10.2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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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5년간 미국 LA에서<미주교육신문>을 발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많은 한국 동포들의 자녀교육을 봐왔고, 한국에서 온 조기유학생, 기러기부모, 관리형 유학회사를 만나봤다. 이 경험에 따라 최근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쟁점이 된 이명박 후보와 문국현 후보의 교육정책을 평가해보고자 한다. 물론 해외에서의 시각이니 감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거꾸로 한국에서는 잘 보지 못한 점을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교육 정책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제일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녀를 잘 키우고 싶은 한국 부모들의 욕구'를 제대로 해소해주지 못하는 교육 정책은 현실성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자녀교육에 대한 한국 부모의 욕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글로벌 리더'로의 양성이라고 본다. 이는 한국 경제의 발전과도 그 괘를 같이 한다.


자녀를 잘 키우고자 하는 부모의 욕구는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정도 차이가 있다. 한국 부모들은 전 세계 3위 안에 든다고 확신한다. 유대인, 중국인, 한국인. 어떤 면에서는 한국인이 1위로 느껴지기도 한다. 전 세계 유래 없는, '기러기 엄마'라는 교육모델을 만든 것이 그 증거다.


영어 교육을 위해서 자식을 외국으로 입양시키고, 초등학생을 혼자 유학보내기도 하며, 영어를 잘 하라고 혀 밑을 수술하기도 한다. 이에 비하면 젊은 부부가 생이별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까지 무리하면서까지 분출되는 욕구를 양성화하지 못하면 그 교육 정책은 실효성이 없으리라 본다.


이를테면 평준화가 그렇다. 아무리 강제로 평준화해도 부모의 욕구까지 평준화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좋은 방법이 없는지'를 찾게 되며, 만약 그 방법이 발견되면 금방 유행한다. 한국에서 사교육이 유행하는 이유다. 한국의 교육정책은 이 욕구를 양성화하고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쪽으로 입안되어야 한다.


이명박 후보의 경우 자립형 사립고 특성화고 지정, 영어 교육 강화 등을 주장하나, 부모들의 욕구는 이미 이보다 앞서나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미 한국의 부모는 자녀들이 글로벌 리더가 되는 교육을 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의 교육 관련 공약은 글로벌 '니드'(need)에 대한 포커스가 없다.


문국현 후보도 이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기회균등선발제를 통해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려고 하나, 현재 한국의 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놓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식으로 하면 소비자(학부모, 학생)가 생산자(교육정책 입안자)를 앞질러 나가게 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두번째, 인성교육이다. 이 부분에서 이명박 후보의 교육 공약은 전혀 언급이 없는 듯하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 더 잘 나가게 하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국현 후보도 마찬가지다. 국어 국사 교육 강화가 눈에 띠나 이는 크게 보면 아이덴티티 이슈 쪽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한국의 인성교육은, 이곳 미국에서 볼 때 정말 큰 일이다. 이곳 교포들 중에는 여름 방학 때 한국에서 친척 아이가 놀러오면 긴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학생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남들을 배려하는 태도'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큰 소리로 떠들고, 아무 물건이나 손을 대고, 상대방을 때리고 한다. 공부를 잘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 부분에선 한국의 교육이 적색 신호등을 켜야 한다고 본다. 글로벌 시대에 자기만 아는 사람을 누가 좋아할까. 이 부분이 교육 정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야 하는데, 두 사람들 누구에서도 특별한 언급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세번째는, 아이덴티티 교육이다. 한국에서 살면 모두 같은 한국 사람이니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자녀들이 활동할 공간은 세계이다. 이 세계 속에서 자신감있게 살아가려면 아이덴티티 교육이 필수적이다.


교포들은 이런 주장에 쉽게 수긍한다. 겪어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비참하다. '우리 아이가 자랑스러운 한국 사람답게 커야 할 텐데…'라고 생각하지만, '한국 사람답게'에 대한 정확한 의미규정도 없다.


이 점에서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은 정말 걱정된다. 국어, 국사조차 영어로 가르칠 수 있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영어 지상주의, 영어 맹신주의가 아닐 수 없다. 영어만 잘 하면 뭐하나? 자기 좌표를 모르는데. 이 점에서 문국현 후보의 정책은 조금 안심된다. 국어, 국사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야 한다. '한국인의 아이덴티티'라는 주제로 커리큘럼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집행도 해야 한다.


네번째는 교육부의 리더십과 자율에 대한 이슈다. 지금까지 한국의 교육은 교육부가 전담해왔지만 얼마나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은 최대한 자율로 가야한다고 본다. 그러면 초반기에는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조금만 지나면 교육부가 하는 것보다 훨씬 잘 할 것이다. 해서 자율은 기본이다.


이 점에서 볼 때 대입 자율화, 자립형 사립고 지정 등을 강조하는 이명박 후보의 기본 방향은 맞다고 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이명박 후보의 '교육 자율화'는 현재의 교육 문제들을 해결하기보다는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이를테면 한국의 외국어고 아이디어는 교육의 다양성에 기여한 측면보다는 교육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문국현 후보는 오히려 이 부분에서는 별다른 강조점이 없다. 오히려 3불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한다. 답답하다. 이 세상에 무슨 정책이 '무엇을 하면 안된다'는 정책이 있는가? 이건 정책이 아니다. 제대로 된 정책은 '무엇 무엇을 추구하겠다'고 해야 한다. 3불 정책이 한국 교육에서 중요한 논쟁점이 되는 배경은 이해하지만, 출발이 틀렸다. 뭐를 하지 말자고 하는 게 어떻게 정책이 되는가? 이렇게 묶어두는 것이 얼마나 오래 간다고 보는가?


한편 교육 현장에 최대한의 자율을 보장한다는 것이 교육부 리더십을 포기하는 것으로 이해되서는 안된다고 본다. 헤드쿼터가 할 일은 따로 있는 것이다. 적절한 방향의 제시. 전반적인 균형, 미래를 위한 준비…할 일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왜 수십년을 대학 입시 정책만 주물럭거리고 있는가?


필자 역시 두 자녀의 부모다. 부모 마음은 비슷하리라 본다. 우선 제대로 된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남들을 배려하고, 차이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 악기도 하나 정도는 하고, 좋아하는 체육 활동도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


그 바탕 하에서 우리 아이가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가졌으면 좋겠다. 세계 어느 곳에 가서라도 자랑스럽게, 꿋꿋이 살아갈 수 있는 굳센 마음 말이다.


그런 한에서 글로벌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실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어는 당연, 영어와 중국어는 기본으로 가르치고 싶다. 여기에 '자신만의 스페셜티'가 하나씩 있어 이 세상에 기여하면서, 나름의 몫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러한 기대와 현재의 한국 교육은 상당히 먼 거리에 있다고 본다. 너무 지독할 정도로 아이들을 쥐어짠다. 그러니 조로 증상이 나타난다. 세상에 대해 공격적이거나 아예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좁은 문을 통과하여 인정받는 학생들은 극소수다. 나머지 아이들은 상처받는다. 게다가 한국인의 긍지가 무엇인지 모른다. 글로벌 리더십보다는 아직은 그저 영어 점수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이런 현실을 대통령 후보들이 직시했으면 좋겠다. 이명박 후보의 교육공약은 전반적으로 볼 때 '경쟁력있는 교육'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결과로 문제는 더 심화될 것 같다. 문국현 후보의 교육 공약은 '기회의 평등'을 강조하나 이렇게 한다고 해서 부모 마음마저 평등해진다고 보지는 않는다. 리더는 좀더 높은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교육은 미래다. 한국의 최고 리더인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하고 바른 관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자면 글로벌 시대에 맞는 높은 교육목표를 세워야하고, 그러면서도 함께 가는 사람들을 늘 살펴 여러 사람을 배려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이 글이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2007.10.24 10:43ⓒ 2007 OhmyNews
#이명박교육정책 #문국현교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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