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지금은 시골버스에 어르신들만이 타고 가는 시간대이다. 사진에 보이는 뒷모습이 바로 그 기사 아저씨다.
송상호
“기사님, 안녕하세요.”
“아 예. 그런데 바다 아빠시죠?”
안성 시내 종점에서 막 시골버스에 올라 타려 하자 기사 아저씨가 나에게 물어 온다. 뜬금없이 나에게 물어오기에 잠시 멈칫할 수밖에. 막내아들 녀석(송바다, 초등학교 1학년)이 뭔 일을 저질렀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
“이거 댁의 아드님 거죠?”기사 아저씨의 손에는 버스요금 충전카드가 들려 있다. 아 그거 있잖은가. 아이들에게 해주는 목걸이용 충전카드. 미키마우스가 그려져 있는 바로 그 충전카드 말이다.
“아들 녀석이 두고 내렸나 보네요.”나의 이런 예상과는 달리 아저씨의 설명은 영 달랐다.
“아, 그게 아니고요. 충전된 요금이 없는 것을 들고 바다가 탔기에 버스요금 안 받고 집에 까지 그냥 태워줬죠. 그리고 아이가 계속 들고 다니면 충전하는 걸 깜박 잊을까봐 그 카드 받아두었다가 바다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충전하시라고 직접 전해주려고 아이에게 받아 두었죠.” 그러니까 이런 상황이다. 우리 가족(나, 아내, 딸, 아들)이 하루에 1회 이상은 버스를 타기에 우리 가족 사항을 잘 알고 있었던 아저씨는 오늘도 나와 아내 중 한 사람은 버스를 이용할 거라는 계산 아래 충전카드를 받아두고 있었던 게다. 안성시내에 있는 종점에서 우리 내외 중 1명이 타는 걸 봐서 충전카드를 전해주면 종점에 있는 충전소에서 바로 충전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던 게다.
“아이고. 아저씨 번번이 고맙습니다.”이렇게 인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번 아들아이가 실수했을 때도 그냥 태워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른 그 카드를 받아 버스요금 충전소에 충전을 하고 아들 것이랑 내 것이랑 각각 한 번씩 교통카드를 요금 계산기에 갖다대었다.
아직 버스가 종점에서 출발할 시간이 5분 정도 남아 있는 것을 감지한 나는 약국으로 뛰어 갔다. 뭐하러 갔냐고? 그렇다. 그렇게 아들의 실수를 챙겨준 아저씨가 정말 고마워서 피로회복 드링크 한 병을 사러 간 것이다.
“아저씨, 이거 한 병 드세요.”
“아니 뭘 이런 것을.”
“아니 그동안 정말 고마워서요.”아저씨는 멋쩍어하시면서도 아주 기분이 좋으신가보다. 출발하는 차 소리가 다르다. 원래 친절한 아저씨였지만, 그날따라 손님들에게, 더구나 같이 탄 꼬마에게까지 말을 붙이며 더욱 친절하신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