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헬렌켈러, 보수기독교단 지역책임자 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서울노회장으로 선출된 김선태 목사

등록 2007.10.27 08:11수정 2007.10.2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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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접실에서 만난 김선태 목사
응접실에서 만난 김선태 목사이승철

"앞 못 보는 장애인 목사가 보수기독교단 100여개 교회연합체인 서울노회장이 되었다는 구먼."


기독교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화젯거리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8월에 아시아의 노벨상이라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김선태(66) 목사다.

김 목사는 10월 25, 26일 양일간에 걸쳐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새문안교회에서 열린 이 교단의 173회 노회에서 앞으로 1년 동안 연합단체(노회)를 이끌어갈 새로운 수장(首長)으로 선출된 것이다.

"서울노회는 장로교 통합교단의 서울지역과 경기도 양평지역 100여개 교회의 연합체로서 각 교회를 대표하는 목사와 장로들로 구성된 모임으로 연합사업과 함께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조직입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대의원의 말이다. 실제로 이 노회에는 영락교회·새문안교회·연동교회·신일교회·무학교회 같은 대형교회들도 소속되어 있다. 그렇게 영향력 있는 자리에 시각 장애를 가진 목사가 선출되었으니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점자책을 더듬으며 회의를 진행 중인 김선태목사
점자책을 더듬으며 회의를 진행 중인 김선태목사이승철

회의 이틀째인 26일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김선태 목사를 잠깐 만날 수 있었다. 김 목사는 마침 점심 식사를 마치고 새문안교회 당회실에서 쉬고 있었다. 늦은 인사였지만 우선 막사이사이상 수상을 축하하고 노회장으로 선출된 소감과 각오를 물어보았다.


"상을 받은 것도 노회장 당선도 모두 하나님의 은혜지요. 나 같이 앞도 못 보는 장애인을 노회장으로 세워주신 하나님과 총대(대의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훌륭하신 목사 장로님들이 많은데… 한편으로는 죄송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감사할 따름이지요. 겸손한 마음으로 섬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 목사는 표정은 밝았지만 미안함과 겸손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실명한 것은 어린 시절이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전쟁 때 피난을 가지 못한 부모와 함께 뚝섬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다른 친구 7명과 함께 놀고 있는데 폭탄이 터져 다른 친구들은 모두 죽고 김 목사만 살아남았지만, 파편이 눈에 박혀 양쪽 눈을 모두 실명하고 말았다.


그러나 불행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얼마 후 근처에서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부모님도 모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그것도 전쟁 중에 천애의 고아가 된 김목사는 굶주림과 극심한 고생 속에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가까운 친척집에서 얹혀살기도 했지만 구박이 너무 심하여 견디지 못하고 쫓겨났다. 결국 2년여를 깡통을 들고 구걸하는 거지가 되어 전국을 떠돌며 모진 추위 속에서 동상에 걸려 다리 절단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또 어느 여름에는 당시로서는 난치피부병이었던 옴에 걸려 거의 죽게 되었을 때 어느 낯모르는 할머니의 도움으로 살아나게 되었는데, 그 할머니가 기독교인이어서 훗날 기독교 성직자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좌절하지 말고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땀과 정성, 성실을 다하면 하나님이 돕고 사람들이 도와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생관을 갖고 살아가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어렵고 힘들어도 꿈과 희망, 용기를 갖고 장애를 극복해 나가면 반드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성공한 장애인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하자 김 목사가 한 말이다.

후에 김 목사는 거지생활을 끝내고 맹학교에 들어가 점자교육을 받았고, 이후 비장애인들이 다니는 숭실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숭실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원에서 학사와 목회학 석사, 신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다시 미국의 시카고 멕코믹 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 그의 모교인 숭실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명예 신학박사 학위를 받아 헬렌켈러 이후 시각장애인으로서 3개의 박사학위를 받은 경우는 김 목사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그를 가리켜 남성 헬렌켈러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그는 지난 8월에는 아시아의 노벨상이라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여 장애인들은 물론 비장애인들에게도 커다란 꿈을 심어주었다. 아시아지역의 장애인들에게 절망하지 말고, 낙심하지 말고, 하면 된다는 꿈과 의지와 용기의 교훈을 준 것이다.

"오히려 비장애인보다도 훨씬 존경스러운 분이지요. 저런 목사님을 우리 교단의 노회장으로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저 목사님이 아직 어떤 분인지 잘 모르시는 모양이군요? 다른 시각장애인들을 위하여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하시는 분인데요."

"막사이사이상 수상으로 받은 5만 불을 다른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병원 짓는 데 쓰도록 모두 내놓은 분인걸요, 저 분을 보면 오히려 저희들이 부끄럽지요."

쉬는 시간에 밖에 나와 차를 마시고 있던 몇 사람의 목사와 장로들에게 혹시 앞 못 보는 장애인을 노회장으로 선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자 대답하는 말들이었다.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자 김목사는 강단에서 점자책을 더듬으며 막힘없는 멋진 회의 진행을 하고 있었다. 아시아의 노벨상이라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고 한국의 남성 헬렐켈러로 불리는 김선태 목사에게 또 다른 가능성과 기대를 걸어보는 순간이었다.
#김선태목사 #막사이사이상 #노회장 #헬렌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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