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보도, 정말 '사실무근'이었나

[국감 술접대 파문] A단란주점 사장 "기자들이 스스로 묻고 답해 만든 기사"

등록 2007.10.27 15:30수정 2007.10.2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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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과기정위 일부 의원들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곳으로 알려진 대전 유성에 있는 한 단란주점. 하지만 업소주인은 '성매매'는 없었다며 <동아>보도를 부인하고 있다.
국회 과기정위 일부 의원들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곳으로 알려진 대전 유성에 있는 한 단란주점. 하지만 업소주인은 '성매매'는 없었다며 <동아>보도를 부인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심규상


국회의원들이 지난 22일 대전에서 국정감사가 끝난 뒤 피감기관들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오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밥과 술을 접대받은 것에 대해선 의원들과 피감기관 모두 사실임을 시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액수는 약 780만원 정도. 하지만 '성접대'는 없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6일 <동아일보>는 A단란주점 사장의 말을 인용해 '일부 의원들이 여종업원 3명이 합석한 가운데 술을 마시고 이중 2명은 단란주점 건물 위층 모텔로 '2차'를 갔다'고 보도했다. 이날 단란주점에서 나온 술값도 "4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27일 해당 A단란주점 사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어떻게 있지도 않은 일이 기사화됐는지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가 전하는 상황은 이렇다.

단란주점 사장 "기자들, 자기가 한 말을 내가 한 말로 둔갑... 장부도 훔쳐가"

"지난 24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자신들을 보좌관이라고 밝힌 사람 3명이 찾아왔다. 그들은 22일에 의원들과 같이 와서 옆방에서 술을 마셨다고 소개하며 의원들도 그때 아가씨들을 마음에 들어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날 온 사람 중에 이렇게 생긴 사람이 오지 않았냐며 인상착의를 설명했다. 그래서 그날 온 손님들 중 의원들이 섞여 있었나 보다 지레짐작했다."


보좌관이라고 신분을 속인 기자들이 먼저 의원들을 모시고 와서 술을 마셨다고 소개해 당시 온 손님들 가운데 의원들이 있었던 것으로 지레짐작했다는 것이다.  

A단란주점 사장에게 '2차'와 '술값'에 대한 얘기는 어떻게 나온 것이냐고 물었다.


"'보통 7명이 술 마시러 오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 2차를 가는 사람도 있고 안 가는 사람도 있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2차를 안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다시 물어 왔다. 그래서 안 가는 사람 '2차비'는 다시 되돌려준다'고 답했다. 당연하지 않나. 그런데 이게 당시 내가 의원들 중 3사람은 2차비를 돌려주고 2명은 2차를 나간 것으로 보도됐다. 자기들이 한 말을 다 내가 한 말로 둔갑시켰다. 10명이 와서 아가씨들하고 술을 마시면 비용이 얼마나 나오냐고 해 답한 것이 술값 400만원을 법인카드로 계산한 것으로 둔갑시켰다. 한 마디로 소설을 썼다."

그는 이어 "이들이 모르게 영업장부까지 훔쳐갔다가 나중에 뒤늦게 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이날 영업장부에는 20만~30만원 정도의 매상 손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자들이 스스로 묻고 답한 것을 둔갑시킬 만큼 형편없는 사람들이었냐"며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돼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화취재와 현장취재 장소가 달랐다?


 <동아일보>가 국회 과기정위 소속 의원들이 성접대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단란주점.   이 곳과 실제 술을 마신 단란주점과는 약 200여m가 떨어져 있다.
<동아일보>가 국회 과기정위 소속 의원들이 성접대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단란주점. 이 곳과 실제 술을 마신 단란주점과는 약 200여m가 떨어져 있다. 오마이뉴스 심규상

<동아일보>가 의원들이 2차를 간 모텔로 지목한 A모텔 주인도 "잘못 짚었다"며 "우리 모텔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고 왜 우리 모텔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는 26일 관련기사와 함께 A단란주점과 A모텔이 찍힌 사진을 게재하고 '국회 과기정위 소속 의원 7명이 술을 마신 문제의 단란주점'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B단란주점 사장이 "당일 의원들이 술을 마시러 온 곳은 우리 업소"라고 밝히고 나섰다. 이곳은 A단란주점과는 대각선으로 200여m 떨어진 데다 6차선 도로를 가로질러야 한다.

B단란주점 사장은 26일 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의원 등 7~8명이 윈저 3병과 맥주 10병 정도를 마셨다"며 "도중에 2명이 먼저 나갔고 술값으로 68만원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도우미는 필요없다고 해 부르지도 않았고 모텔로 간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피감기관 측에서도 당시 장소와 상황을 B단란주점 사장과 동일하게 증언하고 있다.

B단란주점 사장 말대로라면 <동아>가 엉뚱한 곳을 취재한 셈이 된다.

B단란주점 사장은 "지난 24일 일간지 기자라고 밝힌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요즘 어떤 사람들이 주로 오느냐'고 물어와 '국정감사 관계자들이 가끔 온다'고 답한 바 있다"며 "하지만 그 후에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즉 <동아> 기자가 사전 전화취재는 B단란주점에 하고 현장취재는 A단란주점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관련, A단란주점이 있는 건물의 숙소 이름과 B단란주점이 있는 건물의 숙소 이름이 동일하다. 이 때문에 <동아> 기자가 숙소 이름이 같아 단란주점 현장을 잘못 찾아갔을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오보'라고 해도 남는 의문들

하지만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과기정위 임인배 위원장은 26일 해명 과정에서 "원래 여종업원이 있는 술집이 아닌데 (누군가) 전화로 (도우미들을) 부르는 것 같았다"며 "여종업원 3명이 술자리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B단란주점 사장의 "도우미는 필요없다고 해 부르지도 않았다"는 주장과 다르다.

한편, 대전지검은 공안부에 언론의 보도내용 사실 여부에 대해 확인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위 #성접대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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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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