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홍여진
이정환
- 꼭 이맘때였죠? 수술 받았을 때가.
"그렇죠. 조직 검사까지 끝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어요. 아는 후배한테 전화가 왔더라구요. '언니, 주위에서 그러는데 다른 검사도 받아봐야 좋대, 병원에 같이 가보자'. 그래서 준비도 하지 않고 갔는데, 글쎄 바로 입원하라는 거예요. 수술해야 한다고. 일종의 '쇼'를 부린 거죠. 친척들은 다 미국에 살고 있고,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쇼크 먹을까봐."
평생 잊지 못할 '충격'은 그렇게 다가왔다. 2005년 10월, 홍씨의 가슴에는 핑크 리본이 달려 있었다. 대한유방암학회와 한국유방암건강재단이 '건강한 유방을 지키자'는 취지로 벌이는 '핑크 리본의 날' 홍보대사로 그는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들께 듣게 된 자가 진단법"으로 자신의 가슴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 큰 병이 있다는 진단을 받는 순간, 누구에게라도 생생할 것 같습니다."아...나, 이제 죽는구나, 죽는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암 진행 단계를 전혀 몰랐거든요. 1기는 어떻고 또 4기는 어떻고. 그냥 영화에서 보듯 머리카락 빠지고 약 부작용으로 고생하다 결국 죽는다. 모든 암이 그런 줄 알았어요. 또 옛날에 미스코리아 선배 몇 명이 유방암으로 죽었다는 얘기도 들었거든요.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었죠. 조기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사실 1기와 4기, 한 끝 차이잖아요. 굉장히 큰 기쁨이죠. 이런 생각도 들어요. 그 때 아니었으면 아마 무서워서 병원에도 못 갔을 거다. 놔두면 '그냥 없어지겠지'하고 넘어갔을 거예요. 그런데 홍보대사로 일하면서 유방암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으니까. 주위에서 하도 많이 얘기하니까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 수술실 들어갈 때 누가 손잡아줬나요?
"친구들이었죠. 또 탤런트 박준금씨 그리고 '닌자거북이' 김현영(개그맨)도 왔고. 표영호(개그맨)도 와서 '누나, 어떻게 하냐'며 울먹거리고..."
- 많이 두려웠을 것 같습니다.
"죽어서 못 나온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담담했어요. 다만...이제 마지막 가슴이구나. 얼마나 살릴 수 있을까, 그게 가장 많이 두려웠어요. 결국 부분 절제했죠. 어떤 사람은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고 하는데...많이 찌그러졌어요."
- 방금 표현이 기사로 나가도 괜찮을까요? "상관없어요. 어차피 뭐, 다 알려진 사실이니까요. 물론 내가 한 때 글래머로 알려졌는데...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은 있어요. 하지만 가슴으로 연기할 나이는 지났잖아요?(웃음) 오히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내가 그냥 얌전한 역할만 했던 사람이라면 (유방암 소식이) 그렇게 튀지 않을 수도 있는데...
'어? 저 여자? 미스코리아고 글래머고 한 가슴 하던 여자였는데, 어머, 어떻게 해? 그래도 초기라니 다행이네', 이런 식으로 제가 글래머로 알려졌었기에 사람들한테 내 얘기가 더 어필되지 않나. 더 파급 효과가 크지 않나. 더 솔직히는 제가 남들처럼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고, 혼자 있기 때문에 그래서 더 용기를 낼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