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나><왕과 나>의 한 장면
SBS
여기서, 조선초기 역사를 비극으로 점철시킨 인수대비 모자, 폐비 윤씨 모자를 돌아봅시다.
먼저 인수대비, 20살의 나이에 남편을 잃고 아들만 바라보고 사는 답답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둘째 아들 자을산군이 왕으로 즉위하는거죠. 상대적으로 보다 어린 둘째 아들에게 애정을 더 기울였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봅니다.
<왕과 나>를 보면, 인수대비와 폐비 윤씨의 갈등이 겉으로 봤을 때는 '정치 논리'에 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들의 기반을 위해서는 공신의 대표 한명회와 손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인수대비는 아들과 중전의 조화를 바라지만, 아들은 윤씨에게 마음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눈엣가시죠. 게다가, 윤씨는 후대의 기준으로 보자면 계유정난 공신들과 대립하는 '사람'으로 분류해야 할듯 싶은 윤기견의 딸, 정치적으로도 위험한 선택인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정치'의 시선을 배제한다면 인수대비는 <올가미>의 '진숙(윤소정)'과 같은 심정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한명회의 딸은 "자신의 말을 잘 듣겠"지만, 이 꼬장꼬장한 윤씨는 자신의 이야기에 말대꾸까지 하는 등 쉽게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고분고분한 아들'이 돼야 할 성종 역시 윤씨의 편을 들기 시작합니다.
이러니, 감정은 증오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올가미>나 <싸이코>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페드라 콤플렉스'에 빠진 엄마들은 '고분고분한 아들'을 원합니다. '선'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분고분함'에서 만족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것을 추구하다 보니, 아들을 자신의 틀 안에 가두려 합니다.
하지만, 성종은 한명회의 딸이 죽은 후에 윤씨를 중전으로 삼습니다. 이 사태를 보며 속이 쓰린 인수대비에게, 성종의 복잡한 여자관계에 분노한 윤씨가 성종의 용안에 생채기를 낸 사건은 그야말로 '이 때다'입니다. 당장 폐출해버린 거죠.
성종의 복잡한 여자관계, 이것은 일종의 '콤플렉스 해소법'이었을 것입니다. 자칫 잘못하다 보면 <싸이코>의 '노먼 베이츠'처럼 '어머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들이 됐겠죠. 해방구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자신의 얼굴에 생채기까지 내는 폐비 윤씨에게서 두렵기만 한 '어머니'를 느꼈을 듯합니다. 그래서 그 역시 아내를 당장 폐출해버린 것일 듯합니다.
훗날, 이 사태는 '피 묻은 한삼'을 본 연산군의 분노를 자아내 피바람을 양산합니다. 할머니 인수대비를 들이받아 죽였으며, 어머니에게 사약을 건낸 사람까지 찾아내 죽입니다. 이 분노, 역시나 '콤플렉스'죠. 연산군은 오히려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해' 어머니를 집착하면서 인간이 기본적으로 견지해야 할 '긴장'을 풀어버린 것입니다.
<왕과 나>가 자극하는 '신데렐라 콤플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