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사여기까지는 아주 바글바글이다.
이현숙
내장사는 혼잡했다. 내장산에 왔으니 내장사는 갔다와야지 하는 심리가 작용한 모양이다. 난 발자국만 찍고 돌아나와 산책로로 접어든다. 이제 낯익은 풍경이 들어온다. 휴게소 직전 앉아서 쉬었다가 돌아간 기억이다. 안내도를 보고는 '어이쿠! 저기까지 언제 들어갔다 나와' 하면서 발길을 되돌렸었다.
원적계곡은 계곡이라기보다 작은 개울이다. 개울에서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논다. 아이들을 좋아하니 그냥 갈 수 없지. 가까이 다가가 노는 모습을 보니 아는 얼굴들, 바로 우리 손님들이다. 아이 셋에 어른 셋.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그들은 처음에 뒷자리를 원했다. 지정좌석은 중간이었는데. 자리를 바꾸면 혼란스러워 고심 끝에 사장님과 상의, 바꾸어 주었더니 기사가 와서 보고는 한마디했다. 아이들이 뒷자리에 있으면 신경 쓰인다고. 나도 알고는 있지만 하도 원하기에 그런건데, 출발하고 얼마 안 있어 다시 원위치 하겠단다. 너무 울렁거려서 앉아 있을 수가 없다고 미안해 하면서. 난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하는 척하다가 그렇게 하라고 허락했다(속으로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무조건 하자는 대로 하는 것에는 함정이 있다. 단체를 움직일 때는 내 주관을 보여주고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인솔하는데 지장이 없다. 한 마디 더 하자면 단체 여행은 유치원 소풍과 다를 바 없다. 특히 시간은 복창을 시켜도 늦으면 딴소
리다, 왕왕. 사람들은 단체가 되면 단순해지는가 보다. 유치원 아이들처럼 말이다.
"아니, 왜 케이블카 안 타시구요?"
"시간이 영 안 되겠더라구요. 기다리기도 지루할 것 같고."
"잘 하셨어요. 케이블카야 다른 데 가서도 얼마든지 타지만 여기 산은 다른 데하고는 다르잖아요. 아이들과 이렇게 노는 것도 좋고요."
"예, 그래서요."
아이들을 향해 바이바이를 외치고 내 갈 길을 간다. 처음부터 케이블카에 관심이 많았던 손님들이다. 그래서 행여 내가 안내를 잘못해 입구에서 헤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처음부터 기선을 잘 잡은 모양이다. 셔틀을 타고 오고 그 다음부터 걸어서 왔으니. 내 걸음보다 빨랐던 것이다.
이제 한적한 길이다. 내 예상대로 내장산에 왔으니 내장사는 찍고가야 한다는 사람들이 반 이상, 이를테면 거의가 단풍놀이 야유회를 온 것이다. 떼로 몰려 다니면서. 가을산이지만 올라올수록 단풍은 보이지도 않고, 나무 그림자로 어둑해진 길을 혼자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