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월동준비, 반은 끝냈다

연탄 처음 들여오는 날은 연중 큰 행사

등록 2007.10.30 16:58수정 2007.10.3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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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월 29일)에야 우리 집 올겨울 나기 준비가 반이 끝났다.

 

무슨 말이냐고. 가난한 서민들의 대표 월동준비가 ‘김장하기’와 ‘연탄 들여놓기’가 아니었던가. 그 중 반인 ‘연탄 들여놓기’가 오늘에야 끝났으니 반은 해놓은 셈이다.

 

연탄보일러 지금 우리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연탄보일러 뒤로 싱싱한 연탄들이 줄을 맞춰 서 있다. 우리을 따스하게 해 줄 참으로 고마운 연탄들이다.
연탄보일러지금 우리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연탄보일러 뒤로 싱싱한 연탄들이 줄을 맞춰 서 있다. 우리을 따스하게 해 줄 참으로 고마운 연탄들이다.송상호
▲ 연탄보일러 지금 우리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연탄보일러 뒤로 싱싱한 연탄들이 줄을 맞춰 서 있다. 우리을 따스하게 해 줄 참으로 고마운 연탄들이다. ⓒ 송상호

시골 흙집에 이사 와서 맞이하는 두 번째 겨울이자 첫 번째로 들여놓는 연탄이다. 지난해 12월에 지금의 집으로 이사 왔으니 그 전 집의 연탄을 얼마 때 보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옮겨왔기 때문이다.

 

사실 연탄 한 번 들여 놓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많이 재고 또 재어야 한다. 언제 들여 놓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연탄을 때어야 될 적당한 날씨를 가늠하기란 무 자르듯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연탄을 한 번 때기 시작하면 계속 때야 한다. 기름보일러처럼 스위치 하나로 돌렸다 안 돌렸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피운 연탄을 밑불삼아 계속 때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데다가 실제 추위보다 우리 가족들이 느끼는 체감온도가 연탄을 때기 시작하는 날을 정하는데 더 결정적이다. 그러니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가족의 주관적인 느낌의 문제인 것을.

 

이렇게 까다로운데 다른 집은 어떻게 연탄 처음 들이는 날을 결정할까 살짝 궁금해지기도 한다. 연탄 값이 아무리 기름 값보다도 적게 든다고 하지만, 그래도 연탄 땔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겐 목돈 아닌가. 그 목돈 준비하는 것도 예삿일이 아닐 터. 연탄을 처음 들여 놓는 날은 이래저래 연중 큰 행사일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그래서 날씨가 선선해져 가을에 접어들면 그때부터 연탄을 언제 들여놓을 건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동안엔 올해 초에 사용했던 먼지 뽀얀 전기장판을 광에서 꺼내어 툭툭 털어야 한다. 웬만한 쌀쌀함을 전기장판으로 보내주는 센스는 우리 가족에게 모두 공감되는 것이다.

 

몇 해 전 우리 가족이 4평 남짓한 시골 흙집에서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났던 기억이 새로워진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마련된 4평짜리 방 한 칸엔 보일러도 안 되었고, 부엌도 제대로 없었던 열악한 곳이었다. 그래도 우리 네 식구는 사랑의 체온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행복한 한때를 보내기도 했었다.

 

사실 그때의 생활에 비하면 연탄보일러는 대궐이다. 아니 우리가 한때 기름보일러를 때고 살 때보다 훨씬 따뜻하게 산다. 기름보일러를 때고 살 때는 기름 값 무서워서 함부로 때지도 못했었고, 또한 마음먹고 웬만하게 기름을 때도 따뜻하지도 않았었다. 외부로부터 거의 완벽하게 차단되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야 이해할 수 없겠지만, 허술한 일반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공감이 갈 것이다.

 

연탄을 들여 놓으려면 몇 주 전부터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 것이다. 먼저 보일러가 상한 부분(연탄가스로 인한 부식)을 청소해줘야 하고 낙엽처럼 바스러진 연통도 갈아 두어야 한다. 그리고 번개탄을 사와서 미리 연탄불이 잘 피는지 점검도 해야 한다. 보일러에 물은 잘 순환이 되는지도 봐야 하고 보일러 물통에 물도 채워 넣어야 한다. 여름이라도 궂은 날엔 한 번씩 돌려준다는 기름보일러랑 차원이 다르다. 올 4월부터 지금까지 7~8개월을 세워둔 기계를 처음 돌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번거롭다는 연탄보일러에 들어갈 연탄을 광에 하나 가득 들여 놓으니 이렇게 행복할 줄은 정말 모를 거다. 연탄 공장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싱싱한 연탄을 보고 있으면 월동준비 반은 끝냈다는 뿌듯함이 밀려오는 것은 어떻고. 나머지 김장을 안 해도 배부르다는 느낌은 또 어떻고. 저녁에 집에 들어올 아내와 아이들이 던지는 말 한마디를 듣는 기쁨은 또 어떻고.

 

“아, 따뜻해서 좋다. 당신이 최고.”
“역시 우리 아빠 최고.”

덧붙이는 글 |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은 경기 안성 금광면 장죽리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이다.

2007.10.30 16:58ⓒ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은 경기 안성 금광면 장죽리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이다.
#더아모의집 #연탄보일러 #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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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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