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작가 호칭은 부담스러워요"

[온라인인터뷰]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의 작가 오영욱

등록 2007.10.30 17:55수정 2007.11.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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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오마이뉴스-한림대 기자상 응모작입니다. 송미영 시민기자는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인터넷미디어 전공 4학년에 재학중입니다. [편집자말]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의 표지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의 표지예담출판사
나에게 충분한 시간과 돈이 있다면? 당장 할 일을 제쳐둘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희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예전에 보았던 한 카드사의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한번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여행을 꿈꿔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쉽게 떠날 수는 없는 터, 막연한 갈망을 품으며 여행서적을 뒤적이던 중 여행의 여유로움을 그대로 전해주는 책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를 만났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결코 다르지 않은 것인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책과 블로그를 통해 그와 함께 공감하며 소통하고 있었다. 건축기사라는 직업보다는 작가로 더 많이 알려진 오영욱(32)씨. 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을 대신 해소해 준, 평범하면서도 평범치 않은 그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블로그에 인터뷰 요청을 했더니 그는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인터뷰... 지금 하자고 하면 너무 엄한가요?^^;"

지난 10월초 어느 날 늦은 시각, 온라인상에서 오씨를 만났다. 며칠 뒤로 약속되어 있던 인터뷰를 당장 진행하면 어떠냐는 그의 갑작스런 제안에 조금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시간은 자정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그는 전날 먹은 생새우로 인해 단단히 탈이 난 상태였다. 20시간은 족히 잤기 때문에 괜찮다는 그의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 듣고는 그제서야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영욱씨에게 온라인 상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뜻밖에도 그는 흔쾌히 승낙했다.
오영욱씨에게 온라인 상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뜻밖에도 그는 흔쾌히 승낙했다.송미영

 오영욱씨와 채팅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영욱씨와 채팅 인터뷰를 진행했다송미영

바르셀로나, 그곳에 이끌리다

삶이 그에겐 곧 여행이란다. 그의 두 번째 책 제목에서처럼 그는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난 것이었을까.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그는 행복했다. 다만 다른 종류의 행복이 있겠거니 하고 떠난 긴 여행에서 그는 또 다른 행복과 여유를 느꼈다. 15개월간의 유럽과 아프리카 여행, 그 뒤에 이어진 2년 반 동안의 바르셀로나 생활의 종지부를 찍고 올해 6월 그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2000년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오영욱'이라는 이름보다 '오기사'라는 호칭에 더 익숙하다. 졸업 후 3년 반 동안 그는 알아주는 건축회사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여행길에 올랐다. 특별한 여행의 목적은 없었다.

"조금 긴 여행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90년대 후반, 대학을 다닐 때 휴학을 하고 인도여행을 계획했었지요. 그런데 그때 군 미필 휴학생은 외국을 나갈 수 있는 허가조차 받을 수 없다는 거예요. 상처를 받았죠.ㅠㅠ"

회사를 그만두고 떠난다고 했을 때 몇몇 사람들은 그를 부러워했지만 사실 이해하지 못하는 쪽이 더 많았다. 안정된 직장에서 도망간다고 하니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렇게 그는 사람들의 염려와 부러움을 안고 15개월간의 여행길에 올랐다. 여행 막바지였던 13개월째, 스페인의 해안도시 바르셀로나는 그가 또 다른 긴 여행을 계획하도록 이끌었다.

"무슨 이유인지 말하기 쉽진 않지만 딱 그때 거기서 머무르며 살아보고 싶었어요."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그는 부모님을 설득했고 곧 바르셀로나로 다시 날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색다른 행복을 맛보며 2년 반의 시간을 보냈다.

평범한 오기사의 특별한 여행 스케치

4년간의 여행을 하면서 남긴 기록들로 그는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와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라는 두 권의 책을 냈다. 자신의 블로그에 하나둘 올린 여행기록들이 책으로 출판되었을 때 그는 의외로 덤덤했다.

"제가 비공식적으로는 책을 내본 적이 몇 번 있어서 인쇄되어 나오는 것에는 익숙해져 있었거든요. 다만 서점에 놓여 있는 상황이 좀 재밌긴 했어요.^^"

그는 그의 책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표현했다. 카툰 형식의 재미있는 그림과 섬세하고 입체적인 스케치 그리고 사진으로 자신의 여행을 실어냈다. 순간의 감상을 담은 짧은 글귀는 독자에게 생각하는 여유를 제공하기도 한다. 여타의 여행서적들과는 달리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 주를 이루는 그의 책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사진과 스케치를 그의 독특한 감각으로 편집하여 표현했다.
사진과 스케치를 그의 독특한 감각으로 편집하여 표현했다.오영욱

그의 블로그에는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의 방문자가 들락거리고 대부분은 꾸준히 안부를 전하는 팬들이다.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세상에 외로운 사람이 참 많아서가 아닐까요?" 사람들에게 자신의 발자취는 그저 단순히 지나가면서 '툭' 하고 보이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그는 아직 작가라는 호칭도 부담스럽단다. 그런 그의 겸손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은 여행서치고는 잘 나가는 편이라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오영욱'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다. "세상에 정말 특이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들 중에 특이해 보이려고 막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면 전 아마 후자였을 거예요. 예전엔 특이해 보이려고 노력이라도 했지만 이젠 그것도 없으니 그냥 평범한 사람^^"

 오영욱씨
오영욱씨예담출판사

행복한 오기사, 또 다른 세상을 위해 발을 내딛다

바르셀로나에서 돌아온 지 4개월, 그는 벌써 그곳의 친구들이 그립다. 그 중에서도 그동안 같이 살았던 고양이 '고르도'가 가장 보고 싶다고 한다.

쌓아놓은 항공사 마일리지로 10월 말에 바르셀로나에 잠깐 다녀올 계획인 그는 고르도를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들떠 있다. 연말에는 바르셀로나에서 여행 다녔던 이야기를 담은 세 번째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얼마 전 신사동에 위치한 작은 빵집 인테리어를 맡아 마무리한 그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및 건축,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으로 살기로 마음먹고 현재 작은 작업실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

건축기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여행 작가에 이르기까지 남들은 하나도 갖기 힘든 타이틀을 세 개나 가진 오씨. 하지만 아직은 건축기사로 불리는 것이 익숙하단다. '후회하지 말자'를 삶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즐기려고 노력한다는 오기사. 하루하루의 인생여행을 후회 없이 값지게 즐기려는 한 '행복한 오기사'의 행보는 계속될 것이다.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행복한 오기사의 스페인 체류기

오영욱 지음,
예담, 2006


#오기사 #오영욱 #바르셀로나 #스페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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