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7.10.31 09:20수정 2007.10.3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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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반찬은 놓을 거 없어. 꽃게탕하고 김치만 줘."
난 남편이 주문한 대로 두 가지 반찬만 식탁에 차렸다. 식탁에 앉은 남편은 게뚜껑에 밥을 올려놓고 써억 써억 비벼서 맛있게 먹었다. 옆에서 보는 사람이 군침이 넘어갈 정도로.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그거 오늘(30일)까지 며칠동안 먹는지 알아?"
"언제부터지? 일요일부터 먹었나? 그럼 3일째인데."
"그래도 괜찮아?"
"괜찮지."
지난 일요일(28일) 저녁 꽃게탕을 했다. 마침 주말농장에서 가져온 호박이 있어 안성맞춤이었다. 단순하게 끓이기로 했다. 호박을 맨 아래에 깔고 그 위에 다듬은 게를 올려놓았다.그리곤 팽이버섯, 파, 마늘, 양파1/2쪽, 후추, 고추가루, 고추장, 소금간을 해서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았다. 보글 보글 끓는 꽃게탕 냄새가 진동을 한다. 남편이 주방으로 와서는 "이 거 내가 맛 좀 볼까?"하더니 "음 얼큰 한 것이 좋다" 한다.
다 끓은 꽃게탕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그날은 여러가지 반찬도 함께 차렸다. 그러나 그날도 남편은 다른 반찬은 한두 번 먹었을까? 그정도로 꽃게탕 삼매경에 빠졌다.
"야! 살이 아주 통통하게 올랐어. 가을 꽃게탕이 이렇게 맛있었어? 요즘 게가 아주 비싸지?"
"그러게 지난 번보다 조금 올랐네."
난 먼저 밥을 먹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남편은 밥과 꽃게탕을 더 달란다. 밥 두 공기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남편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다. 하루의 피로가 다 없어진 듯이. 29일 그 전날 꽃게탕을 먹고 피로가 풀린 듯한 남편이 생각났다. 다시 꽃게탕을 끓였다. 그날 저녁에도 아무 소리없이 꽃게탕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꽃게탕을 그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네. 그렇게 좋아하는걸 그동안 내가 왜 몰랐을까?"
"왜긴 당신하고 아이들 먹으라고 안 먹었지. 내일도 꽃게탕 끓여 줘."
"게가 얼마나 비싼데. 그럼 내일 게값은 당신이 내놔."
농담삼아 그렇게 말했다. 남편은 지갑을 열더니 진짜 게값 2만원을 내놓는다.
하여, 30일에도 꽃게를 사와서는 제일 큰 냄비에 한가득 끓인 것이다. 난 식탁에 큰 냄비째 올려놓았다. 남편이 마음대로 먹을 수 있게. 그리곤 "앞으로 며칠 동안이나 더 먹을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남편은 "계속 더 먹을 수 있지만 게값이 비싸니깐 일주일에 3일씩만 먹지"하며 웃는다. 꽃게탕 국물에 맛있게 비벼먹는 남편을 보면서 "그래 잘 먹고 기운내셔"했다. 남편도 "마누라도 많이 먹고 기운내"한다.
'그래 남들은 가을이라고 보약도 해준다는데 음식 맛있게 잘 먹으면 그게 보약이지. 당분간 꽃게탕! 자주 해주자.'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거란 생각이 새삼 들었다.
2007.10.31 09:20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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